박소연 | 경기 수원 광교호수중학교 2학년
얼마 전 100만부가 넘게 팔린 유명 장편소설 <아몬드>를, (나만 모르는 것 같아서) 읽었다. 읽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안 읽었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는 것이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괴물’ 윤재가 또 다른 ‘괴물’인 곤이를 만나 슬픔과 공감 등의 감정을 조금씩 터득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윤재는 어릴 때부터 감정 불능증으로 언제나 무뚝뚝하고 침착성을 보이는 소년이다. 그런 윤재에게 엄마와 할머니는 합심해 감정에 대해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윤재가 16번째 생일을 맞던 크리스마스 이브에 엄마와 할머니가 살인 소동에 휘말려 엄마는 식물인간, 할머니는 사망하게 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 뒤 엄마의 서점 위층에서 빵집을 하던 심 박사가 윤재의 보호자가 되어준다.
윤재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그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과장된 소문들을 만든다. 그러던 중 윤재는 병원에서 마주친 윤 교수가 아들인 척해달라는 부탁을 하자 끝내 수락한다. 얼마 뒤 사망한 윤 교수 아내의 장례식에서 윤재는 윤 교수의 친아들인 곤이를 마주하게 되고, 이후 윤재네 반으로 곤이가 전학을 온다. 곤이는 윤재를 미워하며 괴롭힌다. 윤재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소각장으로 불러낸 후 폭력을 쓴다. 또한 곤이는 윤재의 책방에서 윤재에게 감정을 느껴보라며 나비를 고문하고 죽이는 일을 벌이기도 한다.
그렇게 둘이 서로를 알아가던 중에 윤재에게 도라라는 소녀가 나타난다. 도라와 가까워질수록 윤재는 곤이와 멀어지게 되고, 곤이가 수학여행에서 돈을 훔쳤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결백하다는 곤이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자, 곤이는 윤재에게 짧은 인사를 남기고 떠난다. 윤재는 수소문 끝에 곤이가 철사라는 소년에게 갔다는 말을 듣고 찾으러 가고, 그곳에서 곤이와의 우정은 더 깊어진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윤재의 엄마가 깨어나고, 윤재는 눈물을 흘린다.
‘괴물’인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곤이는 폭력적이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 ‘괴물’일까? 윤재는 자신이 원해서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게 된 것이 아니다. 곤이도 아무런 이유 없이 폭력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다. 곤이는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상처받으며 살아왔다. 윤재와 곤이의 전후 사정을 따져보지도 않고 색안경을 끼고 삿대질하며 ‘괴물’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어쩌면 괴물이 아닐까?
곤이는 문제가 생기면 의심을 피하지 못한다. 곤이에게 ‘문제아’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곤이를 어떠한 색안경도 끼고 보지 않는다. 윤재에게 곤이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남들과 똑같은 사람으로 보인다. 서로 편견으로 바라보고 서로를 피했더라면 윤재와 곤이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성장할 수 있었을까. 윤재는 곤이를 통해 사람이 분노하면 어떻게 변하는지, 주변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배우면서 차분하고 평범한 아이가 되어 간다. 이러한 점에서 둘의 우정이 아름다웠다.
<아몬드>는 주인공을 비롯해 엄마와 할머니, 곤이의 가족인 윤 교수, 도라 등 주변 인물들까지 파고들어 다른 사람과의 관계, 부모님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가족만큼은 서로의 진짜 모습까지 사랑해주고 인정해주며 같이 옳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편견으로 대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되돌아보기도 했고,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공감하기도 했다. 주인공들이 성장하면 나도 성장하는 느낌이었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구별 없이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