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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천재 소년 스튜어트 밀이 무력감에 빠져 떠올린 질문

등록 2023-05-22 15:28수정 2023-05-23 02:34

연재 ㅣ 철학으로 생각 열기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대단한 천재였다. 지금의 학자들은 그의 지능지수(IQ)가 160을 훌쩍 넘었으리라 추측하곤 한다. 걸출한 학자였던 아버지는 천재인 아들의 교육을 직접 챙겼다. 밀은 세 살 때부터 그리스어를 배웠고 여덟 살에는 라틴어와 유클리드 기하학을 익혔다. 열 살에는 고전들을 그리스어로 읽어냈으며, 열두 살에는 경제학 서적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무 살 무렵에 이르러, 밀은 꼬리를 무는 의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삶에서 모든 목표를 이루고 나면 나는 과연 행복할까?”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밀은 아버지의 바람에 미치지 못할까 봐 ‘언제나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초조함에 시달리던 그는 마침내 신경쇠약에 빠져서 젊은 시절의 많은 시간을 헛헛함과 무력감에 빠져 보냈다. 밀이 쓴 <자서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지금의 공부 잘하고 똑똑한 청년들의 삶은 밀의 처지와 얼마나 다를까? 우리 사회에서도 조기교육은 ‘인생의 첫 번째 성공 공식(?)’인 양 여겨지곤 한다. 선행 학습 또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공부를 잘할수록 더 빨리, 더 멀리 앞서나가야 한다는 절실함은 되레 커질 뿐이다. 안타깝게도 이 경쟁에서의 성공은 언제나 지금이 아닌 미래의 어느 시점에 있기에, 현재는 언제나 피 말리는 노력의 연속이어야 할 터다. 이런 생활이 과연 바람직할까? 나아가, 무엇보다 학생들이 “삶에서 모든 목표를 이루고 나면 과연 행복한 삶을 살까?”

이 물음에 빼어난 영재이자 최고 스펙을 갖췄던 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큰 혜안을 안긴다. 다행히 밀은 자기 스스로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다양한 시와 문학 작품을 읽으며 둔해진 감성을 틔워 나갔던 거다. 그는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가면서 삶에는 지적 성취 말고도 갖추어야 할 중요한 것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로고스(지성), 파토스(감성), 에토스(품성)는 우리의 정신을 이루는 세 기둥이다. 감정이 안정되지 못하고 감성이 풍부하지 못할 때는 지적 호기심 또한 이내 스러져 버린다. 불안에 시달리는 데 집중이 잘될 리가 없지 않겠는가. 감정선이 단순하면 싫증 또한 잘 내게 된다. 나아가 좋은 에토스, 즉 품성 갖추기 또한 중요하다. 자기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믿음이 없을 때, 삶이 줏대 없이 흔들리게 되는 까닭이다.

이제 학교 교육과정을 살펴보자. 과연 우리 교육은 로고스만큼이나 중요한 파토스와 에토스에 무게중심을 싣고 있을까? 로고스 차원에서는 선행 학습 욕심을 낼 수 있어도, 파토스와 에토스에서는 제 나이보다 앞선 교육이 어렵다. 아이들이 ‘좋은’ 인생을 살게 하려면 우리는 교육에서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인문철학재단 타우마제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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