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새벽 6시 6분 6초에 문을 여는 카피캣 식당은 다른 사람의 ‘영혼의 레시피’만 있다면 누군가의 삶을 카피하고, 영혼을 바꿔주는 특별한 식당입니다. 지옥의 주방장 로키는 자신이 운영하는 수상한 이 식당에 들어선 손님의 욕망을 채워주고, 그 대가로 손님들은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부러워하는 사람의 인생으로 바꿀 수 있는 ‘영혼의 레시피’를 얻습니다.

책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동경해 그들의 인생을 훔치려고 카피캣 식당에 찾아온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소설입니다. 아이돌 팬, 회사원, 어시스턴트(작가지망생), 불치병 환자, 욕심 많은 할머니 등 각 이야기마다 주인공이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카피캣 식당에 찾아와 자신이 부러워하는 사람의 인생을 훔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아이돌 팬을 다룬 첫 번째 이야기였습니다. 주인공 정현아는 남자 아이돌 그룹 N2R의 서브 보컬 유일우의 팬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자신이 싫어하는 여자 아이돌 현아(주인공과 이름이 같음)와 연애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카피캣 식당에서 현아와 영혼을 바꾸기로 마음먹습니다. 현아와 영혼을 바꾸기 위해서는 현아의 ‘영혼의 레시피’가 필요했습니다. 영혼의 레시피는 추억이 담긴 음식입니다. 주인공 정현아는 영혼의 레시피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유일우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카피캣 식당을 운영하는 로키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외모를 정확히 묘사한 부분은 없었지만 “사람들에게 자신이 인정받고 싶은 모습으로 보인다”는 문장이 본문 중에 있었습니다. 나는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을까?’가 궁금해졌고, 로키라는 인물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칠 수 있다면, 훔칠 건가요?”라는 범유진 작가의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은 나에게 모든 일에는 그에 맞는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책에서는 다른 사람의 ‘영혼의 레시피’를 찾았음에도 영혼을 바꾸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자신이 부러워하던 인생으로 살 수 있었지만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누군가를 부러워하지만, 그 누군가도 나름의 고민이 있지 않을까요?

‘내 앞에 카피캣 식당이 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남의 인생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 더 의미 있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려준 책, 여러분에게 <카피캣 식당>을 추천합니다.

김채현 경기 광명시 광남중학교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