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나바호족의 ‘호조’ 같은 일상, 잊지 말아야지

등록 2023-03-27 16:37수정 2023-03-28 02:33

연재 ㅣ 철학으로 생각 열기
나바호족의 ‘호조’가 뜻하는 것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두 사람이 망고를 사러 농장에 갔다. 한 명은 망고의 가치를 알기 위해 무게를 달고, 가격이 얼마인지도 꼼꼼히 따졌다. 다른 한 사람은 망고를 따서 입에 넣고 천천히 맛을 보며 농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곤 어떻게 작물을 가꿨는지, 그이의 망고에는 어떤 색다름이 있는지에 귀를 기울였다. 이 둘 가운데 누가 망고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고 할만할까? 인도에서 전해오는 오래된 이야기다.

미적 취향이 떨어지는 자들은 가격과 평판에 휘둘린다. 비쌀수록,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할수록 멋지고 좋은 것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명상 치료사인 피에로 페루치의 말이다. 여행을 예로 들어보자. 어떤 이들은 관광안내책자에 소개된 장소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는 데 열심이다. 미술관에 가서도 유명한 그림 앞에 몇 초 머물 따름이다. 짧은 야단법석 속에서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그들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아름다움을 차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은 욕심과 초조함에 사로잡혀 버린다. 페루치는 세상이 훌륭하다고 인정하는 것들에 만족할 때, 우리는 ‘정신을 잠재우는 수면제’에 절어 있는 꼴이라며 혀를 찬다. 색다른 볼거리로 기분전환을 하는 데 그칠 뿐 좀처럼 삶을 더 낫게 하지는 못하다는 의미다.

반면, 미(美)에 대한 감각이 빼어난 이들은 어떨까? 그들은 고급스러운 안목으로 숨겨진 아름다움을 속속들이 찾아내며 평화를 사랑하게 된다. 페루치에 따르면, 날갯짓을 섬세하게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제대로 깨달은 자는 결코 사냥의 즐거움을 누리려 하지 않는다. 죽은 새를 손에 넣는다 해도, 새의 아름다움은 결코 차지하지 못하는 탓이다. 이익과 손해의 잣대로 바라보는 세상은 약육강식이 판치는 비정한 곳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삼아 살아간다면 어떨까? 더 많이 차지하고 더 높이 올라가려고 아득바득할 때, 우리 삶은 생존 투쟁에 휩싸인 여느 짐승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일상을 더 아름답고 가치 있게 만들려고 노력할 때, 우리 인생은 비로소 사람다운 모양새를 갖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가고 싶은 연주회가 있나요?” “보고 싶은 전시회는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등등을 말이다. 망고의 진짜 가치는 이익을 나타내는 숫자에 있지 않다. 속살의 향기와 풍성한 맛을 제대로 느낄 때 망고의 소중함도 제대로 살아난다. 북아메리카 나바호족에게는 ‘호조(hozho)’라는 단어가 있다. 아름다움, 건강, 선함, 조화, 행복을 동시에 뜻하는 말이다. 나는 ‘호조’라는 말에 어울리는 생활을 하고 있을까?

우리네 학교에서는 예술을 누리는 시간이 언제나 부족하다. 언제쯤이면 우리 사회가 경쟁에서의 승리보다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상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

안광복 | 중동고 철학교사·인문철학재단 타우마제인 편집위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단독] 대답하라고 ‘악쓴’ 윤석열…“총 쏴서라도 끌어낼 수 있나? 어? 어?” 1.

[단독] 대답하라고 ‘악쓴’ 윤석열…“총 쏴서라도 끌어낼 수 있나? 어? 어?”

[단독] ‘체포 시도’ 여인형 메모에 ‘디올백 최재영’ 있었다 2.

[단독] ‘체포 시도’ 여인형 메모에 ‘디올백 최재영’ 있었다

이준구 교수 “뻔뻔한 윤석열, 국민 이간질·피해자인 척 멈추라” 3.

이준구 교수 “뻔뻔한 윤석열, 국민 이간질·피해자인 척 멈추라”

[단독] 여인형, 계엄해제 전 “자료 잘 지우라”…불법인지 정황 4.

[단독] 여인형, 계엄해제 전 “자료 잘 지우라”…불법인지 정황

“급한 일 해결” 이진숙, 방송장악 재개?…MBC 등 재허가 앞둬 5.

“급한 일 해결” 이진숙, 방송장악 재개?…MBC 등 재허가 앞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