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8일 오전 11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민제 기자
송인경(49)씨는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10년 가량 돌봄전담사로 일하고 있다. 보육교사 자격증과 종이접기, 캘리그라피 등 방과후 수업 때 활용할 수 있는 자격증 12개를 보유해 전문성을 가졌다고 자부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딴판이다. 송씨는 “하루 6시간 근무로는 수업 준비가 빠듯해 근무 시간을 늘렸으면 하는데, ‘애 보는 일에 준비가 왜 필요하냐’는 게 교육 당국의 인식이더라”며 “학교 안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그저 ‘밥 하는 아줌마’ ‘애 보는 아줌마’라 낮춰 보고, 그래서 합당한 임금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송씨와 같은 학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국 시·도교육청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여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무가치한 일을 한다’는 차별적인 시선과 저임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현실을 토로했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95.8%가 여성으로, 이들은 주로 학교 급식 조리와 청소, 학생 돌봄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급식 조리나 돌봄 등 교육 복지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여자들의 일’이라는 편견 탓에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조순옥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장은 “조리·급식·돌봄과 같은 업무는 주변적 업무로 평가절하되고 임금도 낮다”며 “남성은 가족을 먹여살리는 일을 하고 여성은 가족의 반찬값을 벌기 위한 부업을 하는 것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도교육청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와 처우 개선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윤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상당수가 방학 중 임금을 받지 못해 방학 때면 물류센터나 식당으로 겸직 허가를 받고 떠난다”며 “(문제 개선을 위해) 교육청과 임금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이만큼 올랐으면 충분하지 않냐’는 게 교육청의 인식”이라고 밝혔다.
이날 교육공무직본부는 오는 31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여성노조와 함께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시·교육청과 21차례 임금교섭을 벌여왔지만, 새학기가 시작한 현재까지 임금 인상 폭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9급 공무원의 60~70%에 그친다고 주장하며 △기본급 인상 △복리후생비 지급 시 정규직과 동일 기준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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