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국어교사 시절 교과서에 실린 소설을 가르치려고 온전히 작품을 읽곤 했다. 김려령 장편소설 <완득이>도 그중 하나다. 2007년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완득이>를 다 읽고는 왜 이제야 읽었나, 아쉬움이 생길 정도였다. 그만큼 <완득이>는 재미있다. 담백하고 깔끔하다. 2007년 한 해에만 각각 다른 작품으로 3군데 수상을 싹쓸이한 김려령의 내공이 <완득이>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담임을 죽게 해달라는 기도로 서두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완득이>는 고1(나중에 고2가 된다.) 도완득의 인생유전 이야기다. 담임 똥주(이동주), 난쟁이 아버지(도정복), 베트남인 어머니, 어눌한 민구삼촌, 배치고사 1등 정윤하 등이 완득이와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있다.
등장인물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듯 다문화가정, 외국인노동자 문제 등이 완득이의 ‘심리적 성장’과 맞물려 내용의 큰 축을 이룬다. 상당히 무겁거나 심각한 사회문제들이지만, 그것들이 독자의 마음을 짓누르진 않는다. 일단 유머 넘치는 단문의 간결체 문장 덕분이다. 가령 외국인 노동자 인권침해 현실에 아연 긴장하다가도 완득이가 날리는 유머러스한 직격탄을 대하다 보면 그냥 풀려버린다. 대체로 ‘표현의 기술’이라 해도 무방할 전개수법이다.
이런 표현의 기술은 소설전개의 주축을 이룬다.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단문의 간결체 문장은 속도감 있는 독서에 기여한다. 응당 내용 파악의 독파에도 유익하다. 유머러스한 표현 역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소설 곳곳에 깔려 있다. 교사인 똥주가 욕설을 입에 달고 있는 것이나 고교생인 완득이가 그와 대거리하는 모습이 상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참신한 표현도 그렇다. “체벌 99대에 집행유예 12개월”(16쪽),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넉넉한 나라에서”(46쪽), “아이들 책상이 일시에 드럼으로 바뀌었다”(85쪽), “오는 길에 보니까 구름이 다 찢어져 있던데”(138쪽), “제법 난이도 있는 애랑 사귄다”(155쪽) 등은 작가가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일종의 증거여서 반갑다. 소설을 술술 읽히게 하는 제1의 원동력이 문장임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물론 문장이 전부는 아니다. <완득이>가 재미있는 소설로 ‘등극’한 데에는 캐릭터도 한몫한다. 바로 똥주다. 완득이의 담임인 똥주 캐릭터는 매우 유니크하다. 고교 선생이면서 욕을 입에 달고 산다. 부잣집 아들이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다. 그 과정에서 부당 고용주라며 제 아버지를 고발한다.
똥주는, 이를테면 중구난방으로 휘젓고 다니는 캐릭터인 셈인데 전혀 상스럽지 않고 밉지도 않다. 소신이 뚜렷하고 따뜻한 그의 인간미 덕분이다. 특히 완득이에 대한 똥주의 사랑은 가히 눈물겹다. 담백하면서도 가슴 찡하게 와닿는 완득이 담임 똥주다.
장세진 | 전 군산여상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