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인 경수(가명)가 갑자기 학교 가기 싫다고 한다고 한다. 걱정이 되어 부모님이 상담을 의뢰했다. 걱정과는 다르게 밝아 보이는 경수와 모험놀이 개별 상담법으로 시작했다. 모험놀이 상담법은 놀이를 한 다음 질문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상담법이다. 팔씨름을 하고 이어서 동전 숨기기 놀이를 했다. 숨겨진 동전을 찾았을 때 경수의 얼굴에는 어색함이 사라지고 밝아졌다.
지금의 기분을 물었다. “행복하다”고 답했다. 경수에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써 보라고 했다. “아빠와 같이 항공기 체험했을 때 행복했다”고 답했다. 또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감사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수학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을 때도 행복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쓴 것을 다시 읽게 했다. 어떤 때 행복감을 느끼는지 물었다. “가족과 관련되었을 때 행복해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서 행복의 반대를 물었다. ‘불행’이라고 썼다. 경수에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 세 가지를 써 보라고 했다. 친구들과 자주 싸우는 것과 친구가 별로 없는 것이 불행하다고 했다. 친구들을 자주 비난하거나 비하를 해서 친구가 없다고 말하면서 요즘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말했다. 토론을 할 때 친구들을 비하하는 말을 참지 못하고 내뱉는다고 설명했다.
경수의 꿈은 사업가라고 했다. 돈을 많이 벌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사업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경수에게 사업가로 성공하는 데 장애물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자신의 따지고 가르치고 싶어하는 성격이 문제라고 답했다. 그 문제의 해결책이 무엇일지 물었다. 친구들이 가장 싫어하는 따지기를 고쳐야 한다고 경수는 답했다.
경수에게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숨을 세 번 쉬고 말하는 것을 제안했다. 경수도 “좋다”고 답했다. 따지려고 하는 문장을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문장으로 만든 뒤 숨을 세 번 쉬고 “내 생각에는 이번 문제는 ○○라고 생각해”라고 말하기로 했다. 역할을 바꾸어 가며 실제 상황처럼 세 번 연습을 했다. 이렇게 하면 평정심을 찾을 것 같다며 재미있어 했다.
일주일 후에 문자가 왔다. “경수예요. 오늘 숨 세 번 참는 것을 실천했는데 한 번은 성공했지만 많이 실패했어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말부터 하는 것 같아요”라고 왔다.
한 번 성공하면 또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 다음주에 문자가 왔다. “금요일에 제대로 성공했어요. 평소 같으면 발표 일정이 변경되면 화부터 냈을 텐데 숨 세 번으로 나도 모르게 참게 되었어요”라며 기뻐했다.
경수의 ‘나도 모르게’라는 문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경수는 숨을 세 번 참으면서 내부의 보이지 않는 그 어떤 힘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인내는 보상이 있음을 가르쳐 주는 상담이었다.
방승호 모험상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