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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육부, 개정 교육과정 보수진영 공세를 ‘국민 여론’으로 호도

등록 2022-09-19 16:47수정 2022-09-20 02:18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국민 여론 수렴 결과 공개
“역사에 대한 국민 우려 확인
수정·보완 각별히 요청”

성소수자 혐오에 기반한 주장
도덕·보건 ‘국민 의견’ 소개도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국민의 주요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국민의 주요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진영이 이념 공세를 퍼붓고 있는 ‘2022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 시안을 두고 표현 수정 가능성을 열어뒀던 교육부가 ‘국민 여론 수렴’ 결과를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연구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역사교육계는 연구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해 8월30일부터 9월13일까지 ‘국민참여소통채널’ 누리집에 7860건의 의견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총론(1523건), 사회과(1361건), 도덕(1078건), 국어(886건), 역사(715건) 등에서 많은 의견이 접수됐다. 교육부는 “각 교과 정책연구진에게 모든 의견을 전달하고 면밀히 검토를 요청했으며, 특히 역사과의 경우 의견 수렴에서 역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확인한 만큼 학생들의 균형잡힌 역사교육을 위해 꼭 배워야 할 내용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보다 면밀히 수정·보완해달라고 각별한 요청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역사교육계에서는 이날 발표 자체가 연구진에게 압박이 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비수도권 대학 역사교육과 교수는 이날 <한겨레>에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개발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모아진 국민 의견을 연구진에 넘기면 될 일을 굳이 차관이 브리핑까지 열어서 공개할 이유가 없다”며 “<조선일보>가 8월31일치 기사에서 새 교육과정 시안의 ‘좌편향’ 문제를 제기하자마자 교육부가 당일 기자회견을 자처한 행태나 이날 차관 브리핑이나 모두 연구진에게 (압박)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교육부는 보도자료에 “고교 한국사의 경우 공개된 시안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시안 찬성 의견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쓰고도 정작 정확한 수치를 내놓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찬반 설문조사 형태가 아니고 댓글이나 서식으로 주장·근거 등 자료를 수렴했기 때문에 이를 계량화해서 몇 건이라고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한편,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썼던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국정교과서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폐기됐음에도, 교육부가 동일한 내용과 논리를 ‘역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로 표현하며 다시 교육과정에 반영하려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 차관은 이 같은 질문에 “국정교과서에 나온 내용이라고 해서 100% 다 편향된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박래훈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국정교과서에 나온 내용의 재탕에 불과한데 여론 수렴 과정에서 일부 의견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교육부가 이처럼 즉각적으로 (연구진에) 내용 수정을 요청하는 경우가 과거에도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모든 의견을 연구진에게 전달했다지만 교육부의 의도가 너무 명확하게 보인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 의견’이라는 핑계를 대며 정권의 입맛에 맞게 역사·사회 교육을 흔든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교육부는 ‘인권 관련 지도시 동성애 등 사례가 포함되지 않도록 조처해달라’, ‘사회적 소수자 등 양성 이외의 성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용어 등을 수정해달라’ 등 성소수자 혐오에 기반한 주장을 도덕·보건과목 관련 ‘주요 국민 의견’으로 소개해 비판이 제기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성소수자, 성적 지향과 관련된 문제는 첨예한 (다른) 생각이 있기 때문에 서로 상충된 부분을 연구진이 검토해달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양지혜 활동가는 “교육부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이미 합의된 인권의 영역을 논쟁적 사안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타협할 수 없는 인권에 대한 범주들마저 교육부가 ‘국민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혐오적인 발언을 유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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