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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싱크탱크 광장] “기초연금 차등 지급땐 국민연금도 위험”

등록 2013-02-19 19:30수정 2013-02-20 10:16

김연명 중앙대 교수(왼쪽부터),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센터장, 김원섭 고려대 교수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국민연금 기초연금 토론회를 하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연명 중앙대 교수(왼쪽부터),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센터장, 김원섭 고려대 교수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국민연금 기초연금 토론회를 하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근혜복지 핵심공약 좌담회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보건복지 분야 핵심공약인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을 진단하는 좌담회를 잇따라 열었다. 14일 오후에 열린 기초연금 좌담회에는 김연명 중앙대 교수, 김원섭 고려대 교수,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이 참석했고, 18일 오전에 열린 4대 중증질환 좌담회에는 박은철 연세대 교수, 임준 가천의대 교수,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고문이 함께했다. 한겨레신문사에서 이창곤 소장의 사회로 진행한 두 좌담회는 박 당선인의 보건복지 분야 핵심공약이 인수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 논란의 핵심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기초연금

김연명 중앙대 교수
“노후생활 불안해질 가능성
기초연금은 기본으로 주고
국민연금 추가하는게 옳은 방향”

김원섭 고려대 교수
“소득보장 안되는 70% 노인들
기초연금 보장하겠다는 것
재원 고민 때문에 논란은 당연”

윤석명 보건사회연 센터장
“20년 납부해 20만원 채 못받는데
이웃은 국민연금 가입 않고
20만원 받게되면 납득되겠는가”

■ 기초노령연금 대 기초연금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이하 이창곤) 기초연금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은 어떻게 다른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하 김연명) 원론적으로 ‘기초연금’이란 첫째, 시민권을 가진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둘째, 사회경제적인 삶의 여건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에서 책정되는 정액연금을 가리킨다. 한국에서는 2007년 법 개정으로 기초노령연금을 처음 만들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 기초노령연금에 국민연금의 균등부분을 합하는 것을 기초연금이라고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이하 김원섭) 기초노령연금은 한시적인 제도였다. 국민연금이 성숙하면 기초노령연금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설계했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한국 공적연금의 패러다임 전환인 셈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이하 윤석명) 2007년 조세 방식의 기초노령연금 제도가 어정쩡하게 도입되고, 10년 이상 가입해야 하는 국민연금이 섞이면서 가입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생겼다. 참여정부는 애초에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하면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비율을 줄일 생각이었다.

김연명 그건 정부만의 생각이다.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너무 낮춰서 이를 끌어올리려고 노후소득 보완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다. 기초노령연금법 어디를 봐도 대상자를 차츰 줄여나가겠다는 규정이 없다.

윤석명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적인 부담이 있으니,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18대 국회에서 질질 끌다가 결국 흐지부지된 거다. 이명박 정부에선 당정협의까지 거치며 선별적인 제도로 축소하는 입장이 거의 확실했지만 박근혜 당선인이 기초연금을 보편화하되 차등지급하는 안으로 바꾸었다.

■ 차등지급안, 노후소득보장에 미흡

이창곤 아직 확실하게 공개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흘러나온 인수위원회 방안은 이렇다. 국민연금 미가입 소득하위 70%에게는 20만원, 국민연금 가입 소득하위 70%에게는 가입기간에 따라 10년 가입 최소 14만원, 40년 가입 최대 18만5000원까지 차등을 두어 지급하는 내용이다.

윤석명 차등지급 방향은 맞지만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자신은 20년을 성실히 납부해 기초연금 20만원을 채 못 받는데, 이웃은 비슷한 소득이 있는데도 국민연금을 가입하지 않고 기초연금 20만원을 받게 된다면 납득이 되겠는가? 특히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아도 기초연금 20만원 받을 수 있으니 탈퇴를 원할 수 있다. 임의가입자들은 다 빠져나갈 것이고, 자영업자같이 소득파악이 잘 안되는 사람들, 학습지 교사나 레미콘 기사 등의 직군들에게 국민연금 탈퇴의 합법적인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김연명 차등지급을 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 급여액이 낮은 상태에서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게 되면 국민연금의 신뢰도도 떨어지고 노후생활도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초노령연금은 기본적으로 깔아주고 국민연금을 추가적으로 받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를 차등지급하면 상당히 복잡한 문제가 발생해 자칫 국민연금조차 위험할 수 있다. 가입기간이 길면 더 주겠다는 말도 난센스다. 국민연금이 불완전고용시장과 결합하게 될 때 연금의 사각지대가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김원섭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쳐 최소한의 노인 절대빈곤을 없애는 것이 국가 목표가 된다면, 이 둘이 서로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연계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고려한 것이 가입기간에 따라 감액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계산을 해보면 연간 약 10조원이 필요하다. 그걸 고려한다면 감액은 어쩔 수 없는 방안일 것이다.

■ 기초연금 재원 어떻게 할 것인가

이창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다고 한다. 소요재원에서 보험료를 끌어다 쓴다는 등의 얘기도 여전하고, 일부 국민들의 반발도 있다. 모든 노인에게 현재의 2배(A값의 10%) 수준으로 인상하여 지급하겠다던 대선 공약에 견줘 말 바꾸기라는 비판도 있다.

김원섭 중요한 것은 노후소득보장이 안 되는 70%의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재원에 대해 고민하고, 그 때문에 논란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명박 정부 때처럼 논의 자체를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한국의 현재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소요재원이 13조원 정도로 국내총생산의 1%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7~8% 정도다. 고령화가 최고도로 달할 2050년에도 국내총생산의 9%가 안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가 있다면 일시적으로 국민연금에서 충당하되 장기적으로 조세를 통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명 국민연금 제도를 현행으로 유지하고 평균수명 증가치를 반영해서 국민연금 지출만 2100년까지 추계한다면 국내총생산의 12%까지 올라간다.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료 인상분 등을 모두 합칠 경우 국민들의 노후소득보장 비용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인구가 가장 많은 때다.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인 기초연금으로 전환하면 2060년께 수급 대상자가 4배 증가하고 급여 수준이 2배 증가해 제도 유지 비용이 8배 이상 늘어난다.

김연명 지금 출산율을 어느 정도 유지한다면, 노인부양비가 급격히 올라가서 나라가 망하는 것보다 재정이 안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더 크다. 노인부양비가 안정권에 접어들면 논란의 상당부분이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인구구성비가 안정화되기 전까지 60~70년 동안의 과도기에 어떻게 세대간에 공평하게 노인부양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김원섭 사회보험은 저축이 아니라 준조세의 의미가 있다. 2007년 연금 개혁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연금이 저축인 것처럼, 마치 적립금이 사라지고 돈을 못 받는 것처럼 ‘협박’을 해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됐다. 기금이 있을 땐 기금 수익금과 보험료를 더해 연금을 지급하고, 기금이 고갈된다면 보험료 또는 조세를 더해 연금을 주면 된다. 국민들에게 잘못 심어진 인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면서 기금을 활용해야 한다.

윤석명 국민들은 국민연금을 저축이라고 본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준조세라고 하면 국민들의 화만 돋우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우선 논의해야 될 논점은 두 가지다. 누가 돈을 만드는 데 기여했는가, 그리고 돈을 만드는 데 기여한 사람들이 동의했는지 여부다.

■ 소득대체율 확보가 관건

이창곤 스스로가 생각하는 국민연금의 제도적 틀에 대해 말해달라. 국민연금 개혁의 바람직한 방안과 원칙이 있다면?

김연명 현행법에 보장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와 기초노령연금 소득대체율 10%를 합쳐 50%를 확보해야 한다. 그 이하로 떨어지는 개혁은 우리 사회가 장래 선진사회로 가는 발목을 결정적으로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원섭 국민연금은 각자의 돈만 모은 게 아니다. 분명한 건, 국민연금도 국가가 지원한다는 점이다. 현재는 국가가 일부 계층에만 혜택을 주는 상황이다. 사회보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수당형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한다.

윤석명 가입자 평균소득(A값)의 5%를 깔아주고, 정말 빈곤한 45% 안팎은 10%인 20만원까지 올려주면서 차상위·차차상위들은 현금 대신 주택 바우처나 의료급여 등을 지급하면 노인빈곤 해소의 목적도 달성하면서 국민연금은 그대로 재정이 건실해져 세대간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리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비급여 없애는 방향의 건강보험 개편 필요”

■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박은철 연세대 교수
“대선과정에서 국민들도
병원비 전액을 건강보험이
지불하는 것으로 느껴”

임준 가천대 교수
“비급여가 있으면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심사 피하기 위해서라도
환자 전액부담 비급여 치료 권장”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고문
“원치않는 상급병실 입원 않도록
건강보험 적용 병실을
전체의 50%서 대폭 늘려야”

좌담회 참석자들은 박근혜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의 의미와 대안을 놓고 토론을 벌여 나갔다. 참석자들은 선택진료비(특진비), 상급병실료(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1·2·4인실 병실료), 간병비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를 4대 중증질환 논란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임준 가천의대 교수(오른쪽부터)와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박은철 연세대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보건복지 핵심공약인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임준 가천의대 교수(오른쪽부터)와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박은철 연세대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보건복지 핵심공약인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4대 중증질환 논란의 핵심은?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는 지난해 4월 치러진 총선부터 논의됐던 것으로, 처음에는 선택진료비나 상급병실료는 빠져 있었지만 대선 과정에서는 포함된다는 의미로 읽혔다”며 “국민들도 100% 보장을 병원비 전액을 건강보험이 지불하는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고문도 “대선 3차 텔레비전 토론회 당시 박 당선인은 간병비를 포함해 선택진료비 등도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에 포함된다고 말했다”며 “현재도 암 등 3대 중증질환은 본인 부담률이 5%, 희귀난치질환은 10%밖에 되지 않는데 이 부분을 없애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임준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전액 건강보험 급여화는 당면한 과제지만 간병비는 현재 건강보험법상 해당되지 않아 건강보험 적용에서 빠질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박 당선인이 토론회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간병비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며 앞으로 보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4대 중증질환 대안은? 4대 중증질환 논란에 관한 대안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박은철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계가 파산할 정도의 재난적 의료비로 부담을 겪는 비율은 2008년 기준 전체의 3.5%가량으로 오이시디 평균인 0.5%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런 재난적 의료비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저소득층 의료비를 국가가 지원하면 국민의 중증질환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경애 고문은 환자 부담이 큰 비급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마당에 이를 꼭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고문은 “환자가 내야 할 비급여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이런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폐지 또는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선택진료는 의료의 질을 평가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원하지 않는 상급병실에 입원하지 않도록 건강보험 적용 병실을 현재 전체의 50%에서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준 교수는 “무엇보다 급한 것이 비급여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라며 “비급여가 있으면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의 심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 치료를 권장하기 때문에 환자 부담을 줄이려면 이 비급여를 없애는 방향의 건강보험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박은철 교수는 “전반적으로 건강정책은 새롭게 수립해야 될 필요가 있다”며 “건강정책이 잘되면 미래의 복지수요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당선인이 했던 말을 모두 다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취지의 100%를 지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임준 교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포함한 전반적인 시스템 개편에 5년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애 고문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영리병원이나 건강관리 시장화 정책을 중단해 제대로 된 건강정책으로 바꿔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관련영상] '국민연금 흔들기'의 불편한 진실 (한겨레캐스트#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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