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와 진보적 성장정책의 가능성과 방향’ 세미나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한겨레경제연구소와 연구센터 코리아컨센서스 공동 주최로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코리아컨센서스 세미나
‘경제민주화와 진보적 성장정책’
‘경제민주화와 진보적 성장정책’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최근 ‘시대정신’이 된 것 같지만 이는 자칫 방심하면 깨지는 유리그릇과 같다. 당장 올해 3분기 성장률이 뚝 떨어진 것으로 나오자 분위기가 달라지는 기미가 보인다. “성장이 급하다”는 재계의 아우성에 밀려 경제 구조 개혁이 유실되는 것을 역대 정권마다 봐 왔던 터이다.
사실 성장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잘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복지 재원을 마련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어야 개혁이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은 성장담론을 보수에 내어주고 늘 끌려다녔지만 이젠 제대로 된 성장 전략을 함께 제시할 때가 됐다.
이에 따라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연구센터 코리아컨센서스와 함께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경제민주화와 진보적 성장정책’을 다루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진보진영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안철수 대선 캠프의 정책 담당자가 경제학자들과 토론했다. 보수진영의 의견도 들으려 새누리당도 초청했지만, 참석을 약속했던 박근혜 후보 캠프의 관계자가 갑작스런 해외출장을 이유로 취소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문재인, 안철수 두 캠프는 분배와 선순환하는 성장, 유럽연합형 ‘혁신경제’를 성장모델로 각각 제시했으나 구체적 전략과 우선순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진보 대선주자들 성장처방
안쪽 “안철수가 유일하게
보편적 증세 이야기
대기업 조세감면 줄이고
국민 설득하려 한다” 문쪽 “보수 세력이
복지 못하게 하려고
국가부채 문제 부각
지탄받아야 한다” 사회 먼저 각 캠프의 성장전략을 듣고 토론에 들어가자. 홍종학(이하 홍) 과거 대공황 시기에 케인스는 부가 고소득층에 집중된 상황에서 저소득층에 국가가 돈을 뿌리기만 해도 경제가 살아난다는 생각을 했다. 경제민주화는 다른 게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에게 제 몫을 찾아주자는 것이다. 재벌이 돈을 쌓아두고 있는데 감세를 더 해준다고 국민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한국 재벌은 혁신기업과 특권기업의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혁신 기업의 측면을 건드리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특권기업으로서 갖고 있는 특혜, 빨대와 같은 구조적 특혜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재정, 조세, 금융시장, 경영, 노동의 민주화를 통해 경제가 다시 돌아갈 것이다. 이원재(이하 이) 우리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혁신경제’라 이름 붙였다. 이는 역동적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 포용적 성장 등 세가지로 구성된다. 이는 유럽연합의 차기 성장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역동적 성장은 경제민주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부, 대기업, 제조업 중심 성장에서 인간, 중소벤처, 공공 서비스 중심으로 성장 환경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기술개발과 밀접한 소통이 여기에서 큰 역할을 한다. 지속가능성은 녹색성장에 관한 것인데 안전하지 않은 원자력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30%까지 높이려 한다. 포용적 성장은 중소기업 노동자, 자영업자, 비정규직의 처지 개선에 관한 것이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으로도 취약계층의 고용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홍렬 여러 정책을 제시하는데 문제는 핵심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부터 8년을 한다는 각오로 정책의 선후를 정했다고 한다. 이런 게 필요하지 않겠나? 양쪽 모두 환경을 잘 만들면 균형있게 사회가 돌아갈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정부가 할 일과 민간이 할 일을 어떻게 나누려는지도 분명치 않다. 홍 중요한 지적이다. 우리도 그 고민을 계속해왔다. 우리가 말하는 ’사람이 먼저다’가 정치적 구호에 그치는 게 아니다. 인적자원을 중심에 두자는 뜻이다. 세계화 시대에 인적자원 육성이 국가가 할 일이고, 인적자원이 우수하면 세계의 기업이 한국에 올 것이다. 개혁에 국민의 지지가 중요하다. 노무현 정권이 개혁에 실패한 것은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고 ‘지식인의 개혁’에 그친 때문이다. 부자를 제외하고 현 정권에서 잊혀진 모든 사람을 원상 복귀시키면 개혁에 추진력이 생길 것이다. 이 정부와 민간의 거버넌스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일을 할 때 인센티브나 벌칙 같은 외적 동기를 줄 수도, 내적 동기를 줄 수도 있다. 그런데 내적 동기가 훨씬 강한 동기다. 정부가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이게 없으면 구멍을 만들어 빠져나간다. 사회적 책임은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들기 위해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 노동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이런 내적 동기를 높이는 운동도 필요한데, 그러려면 정치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주상영 어느 진영에서 집권하든 복지 확충이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에도 경기침체가 이어질 전망인데 증세를 어떻게 할 것이며, 늘어나는 국가부채에 대한 대응책도 있어야 하지 않나? 이 안철수 후보는, (세 후보 중) 유일하게 보편적 증세를 이야기했다. 너무 솔직해서 어려울 때가 있지만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단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기업 조세감면을 줄이는 등 최소한 현 정권 이전 수준으로 만들어 놓고 국민을 설득하려 한다. 홍 보수 세력이 복지를 못하게 하려고 국가부채 문제를 부각하는 것은 지탄받아야 한다. 우리는 국가부채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노동자 복지와 중산층 지원 정책을 펼칠 여지가 있다고 본다. 김진방 재벌 총수일가의 세습 관행을 깨는 걸 주저하는 이유가 “경제에 혼란이 온다”거나, “주주 자본주의로 쏠리게 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이걸 정리하지 않고 재벌개혁을 말하는 것은 ‘역풍’에 준비가 안 됐다는 뜻 아닌가? 이 총수와 주주 모두 소비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총수뿐 아니라 주주 자본주의의 문제도 함께 관리해 가야 한다. 재벌개혁위원회를 만들어 1년에 한 차례 보고를 받으며,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감시할 계획이다. 사회 발표와 토론, 감사드린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앞으로 오랫동안 수출부진 예상
내수확대에 성장정책 중점 둬야” ‘진보진영 성장 담론’ 평가 성장에 대해 진보진영은 경제 상식을 뒤집어서 제시한다. 성장을 해야 복지를 하는 게 아니라 복지를 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고, 성장을 해서 일자리를 늘리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서 성장을 끌어내자는 것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재벌 활용론’이든 ‘동반 성장론’이든 ‘역동적 복지국가론’이든 모두 공정하고 공평한 경제와 성장이 선순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다음 같은 대안적 성장 경로를 전제한다. 먼저 소득 재분배로 양극화를 해소하면 유효수요가 늘어나 생산도 활발해질 것이다. 둘째, 국가가 인적자본에 더 투자하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증대할 것이다. 셋째, 고용을 안정화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면 사람들이 게으름을 피우는 게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것이다. 주류 경제학의 관점에서 발제를 한 주상영 교수는 진보의 성장 담론이 세부 전략에 이르면 구체성이 떨어지고 대안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쟁이 부족하다고 진단한다. 진보가 제시하는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확대는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이미 충분히 검증됐지만 이는 “진보진영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도 강조하는 주요한 성장전략”이란 것이다. 산업 정책과 관련해 진보진영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소득 재분배가 내수 확대에 도움을 줄 것이란 생각은 불평등이 오히려 성장에 친화적인 경우도 많았기에 성급한 기대란 것이 주 교수의 지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성장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의 관심이 대체로 순환출자 해소 같은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맞춰져 있어 반드시 성장촉진 전략이라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은행권의 방어적인 영업으로 ‘돈 가뭄’을 겪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제도 개선에 진보가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수출이 부진할 것이 예상되므로 성장정책의 중점을 내수 확대에 둘 것을 권고했다. 이를 위해 사회서비스업과 사회적기업 등 준공공부문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며 흑자경영이 가능한 공공서비스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육, 교육, 주거, 의료 등 다양한 복지제도 가운데 재원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되 고용의 양과 질을 높이고 인력의 수준을 높이는 고용중심 복지를 우선할 것을 제안했다. 한홍렬 교수도 발제에서 “대다수 진보적 정책대안이 (당위와 이상에 근거한) ‘규범적’ 관점에서 제시되고 있고 정책의 이행 가능성이나 성장(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엄밀한 분석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인 과제도 실현하고 성장도 이루기 위해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제안했다. 1차 중화학공업(70년대), 2차 정보기술(90년대 말) 육성정책에 이어 ‘3차 산업정책’으로 불리게 될 이 총력전은 사회서비스업의 산업화와 중소제조업의 고도화를 뼈대로 한다. 먼저 고용, 돌봄 등 사회정책의 각 서비스 영역을 하나의 산업으로 규정하고 산업정책으로 적극 육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하철 공사와 비슷한 사회서비스 공사를 만들어 관련 시장을 넓혀가야 한다고 한 교수는 제안한다. 중소기업의 고도화는 중소기업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복합화된 생산력을 키워 고용 능력을 늘리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교수는 현 정권에서 거의 멈춘 남북경협을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즉, 남북한이 생산 분업을 본격화해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국제분업을 이루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남한의 중소기업은 북한이 일반 제조업 생산능력을 갖도록 적극 투자하되, 생산 관련 서비스와 솔루션은 남쪽이 공급하는 분업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유럽연합 재정위기 직전에 발표한 ‘성장계획’
“앞으로 성장은 활발·지속가능·포용적이어야” ‘유럽2020 스마트성장 전략’
안철수 캠프의 성장 전략은 ‘유럽 2020’의 골격을 빌려왔다.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자신이 “유럽 2020을 국내에 가장 열심히 소개한 사람”이라며 문재인 캠프의 성장 전략도 “기본 뼈대는 같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국회도서관에 번역 의뢰해 받은 ‘유럽 2020’ 한글본을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유럽 2020’은 유럽연합이 2010년 3월에 발표한 10개년 성장계획이다. 금융위기가 재정위기로 가기 직전에 나온 것으로, 단순히 눈앞의 위기 대응책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그보다 이런 위기를 몰고 온 경제 모델의 맹점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성장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성찰한 결과물이다. 열쇳말은 활발하고(smart), 지속가능하고(sustainable), 포용적(inclusive)인 성장으로 정리된다.
활발한 성장은 지식과 혁신 기반의 경제를 일구겠다는 뜻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자원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경제를 지향한다. 포괄적인 성장은 높은 고용 수준을 달성해 사회적, 지역적 결속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런 비전 아래 유럽 2020은 고용, 교육, 연구 및 혁신, 사회적 포용 및 빈곤감소, 기후 및 에너지 등 5개 분야에서 측정 가능한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10년 이내에 달성할 것을 촉구한다.
예를 들어 △20~64살 인구 중 75%가 고용되어야 한다 △유럽연합 총생산(GDP)의 3%는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일찍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의 비율이 10% 미만이어야 한다 △역내 빈곤 인구를 2000만명 이내로 줄인다와 같은 것이 목표이다. 아울러 목표 달성을 촉진하기 위해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쉽게 하는 ‘행동하는 청년’(Youth on the move)과 같은 7개의 주력 이니셔티브를 밀고 나갈 것을 각 회원국에 촉구한다.
유럽연합은 유로 2020이 성공하는 데는 각국 정부와 의회,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한겨레 인기기사>
■ 문-안 ‘TV토론’에 쏠리는 눈
■ 1944년 팔라우섬 끌려간 조선인들 2명중 1명 고향 못보고 눈 감았다
■ “이산화탄소→이산화가스, 산소→산소가스”…박근혜, 토론 루저?
■ 큰손들이 주무른 ‘역대 최대 돈잔치’
■ 새누리 “쇼…사기극…꼼수…야합” 무차별 비난공세
■ 중국인들 “누가되든 부정부패만 하지 마라”
■ [화보] 천연기념물 지정 ‘경주개 동경이’
| |
보편적 증세 이야기
대기업 조세감면 줄이고
국민 설득하려 한다” 문쪽 “보수 세력이
복지 못하게 하려고
국가부채 문제 부각
지탄받아야 한다” 사회 먼저 각 캠프의 성장전략을 듣고 토론에 들어가자. 홍종학(이하 홍) 과거 대공황 시기에 케인스는 부가 고소득층에 집중된 상황에서 저소득층에 국가가 돈을 뿌리기만 해도 경제가 살아난다는 생각을 했다. 경제민주화는 다른 게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에게 제 몫을 찾아주자는 것이다. 재벌이 돈을 쌓아두고 있는데 감세를 더 해준다고 국민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한국 재벌은 혁신기업과 특권기업의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혁신 기업의 측면을 건드리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특권기업으로서 갖고 있는 특혜, 빨대와 같은 구조적 특혜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재정, 조세, 금융시장, 경영, 노동의 민주화를 통해 경제가 다시 돌아갈 것이다. 이원재(이하 이) 우리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혁신경제’라 이름 붙였다. 이는 역동적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 포용적 성장 등 세가지로 구성된다. 이는 유럽연합의 차기 성장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역동적 성장은 경제민주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부, 대기업, 제조업 중심 성장에서 인간, 중소벤처, 공공 서비스 중심으로 성장 환경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기술개발과 밀접한 소통이 여기에서 큰 역할을 한다. 지속가능성은 녹색성장에 관한 것인데 안전하지 않은 원자력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30%까지 높이려 한다. 포용적 성장은 중소기업 노동자, 자영업자, 비정규직의 처지 개선에 관한 것이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으로도 취약계층의 고용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홍렬 여러 정책을 제시하는데 문제는 핵심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부터 8년을 한다는 각오로 정책의 선후를 정했다고 한다. 이런 게 필요하지 않겠나? 양쪽 모두 환경을 잘 만들면 균형있게 사회가 돌아갈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정부가 할 일과 민간이 할 일을 어떻게 나누려는지도 분명치 않다. 홍 중요한 지적이다. 우리도 그 고민을 계속해왔다. 우리가 말하는 ’사람이 먼저다’가 정치적 구호에 그치는 게 아니다. 인적자원을 중심에 두자는 뜻이다. 세계화 시대에 인적자원 육성이 국가가 할 일이고, 인적자원이 우수하면 세계의 기업이 한국에 올 것이다. 개혁에 국민의 지지가 중요하다. 노무현 정권이 개혁에 실패한 것은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고 ‘지식인의 개혁’에 그친 때문이다. 부자를 제외하고 현 정권에서 잊혀진 모든 사람을 원상 복귀시키면 개혁에 추진력이 생길 것이다. 이 정부와 민간의 거버넌스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일을 할 때 인센티브나 벌칙 같은 외적 동기를 줄 수도, 내적 동기를 줄 수도 있다. 그런데 내적 동기가 훨씬 강한 동기다. 정부가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이게 없으면 구멍을 만들어 빠져나간다. 사회적 책임은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들기 위해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 노동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이런 내적 동기를 높이는 운동도 필요한데, 그러려면 정치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주상영 어느 진영에서 집권하든 복지 확충이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에도 경기침체가 이어질 전망인데 증세를 어떻게 할 것이며, 늘어나는 국가부채에 대한 대응책도 있어야 하지 않나? 이 안철수 후보는, (세 후보 중) 유일하게 보편적 증세를 이야기했다. 너무 솔직해서 어려울 때가 있지만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단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기업 조세감면을 줄이는 등 최소한 현 정권 이전 수준으로 만들어 놓고 국민을 설득하려 한다. 홍 보수 세력이 복지를 못하게 하려고 국가부채 문제를 부각하는 것은 지탄받아야 한다. 우리는 국가부채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노동자 복지와 중산층 지원 정책을 펼칠 여지가 있다고 본다. 김진방 재벌 총수일가의 세습 관행을 깨는 걸 주저하는 이유가 “경제에 혼란이 온다”거나, “주주 자본주의로 쏠리게 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이걸 정리하지 않고 재벌개혁을 말하는 것은 ‘역풍’에 준비가 안 됐다는 뜻 아닌가? 이 총수와 주주 모두 소비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총수뿐 아니라 주주 자본주의의 문제도 함께 관리해 가야 한다. 재벌개혁위원회를 만들어 1년에 한 차례 보고를 받으며,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감시할 계획이다. 사회 발표와 토론, 감사드린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앞으로 오랫동안 수출부진 예상
내수확대에 성장정책 중점 둬야” ‘진보진영 성장 담론’ 평가 성장에 대해 진보진영은 경제 상식을 뒤집어서 제시한다. 성장을 해야 복지를 하는 게 아니라 복지를 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고, 성장을 해서 일자리를 늘리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서 성장을 끌어내자는 것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재벌 활용론’이든 ‘동반 성장론’이든 ‘역동적 복지국가론’이든 모두 공정하고 공평한 경제와 성장이 선순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다음 같은 대안적 성장 경로를 전제한다. 먼저 소득 재분배로 양극화를 해소하면 유효수요가 늘어나 생산도 활발해질 것이다. 둘째, 국가가 인적자본에 더 투자하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증대할 것이다. 셋째, 고용을 안정화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면 사람들이 게으름을 피우는 게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것이다. 주류 경제학의 관점에서 발제를 한 주상영 교수는 진보의 성장 담론이 세부 전략에 이르면 구체성이 떨어지고 대안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쟁이 부족하다고 진단한다. 진보가 제시하는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확대는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이미 충분히 검증됐지만 이는 “진보진영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도 강조하는 주요한 성장전략”이란 것이다. 산업 정책과 관련해 진보진영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소득 재분배가 내수 확대에 도움을 줄 것이란 생각은 불평등이 오히려 성장에 친화적인 경우도 많았기에 성급한 기대란 것이 주 교수의 지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성장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의 관심이 대체로 순환출자 해소 같은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맞춰져 있어 반드시 성장촉진 전략이라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은행권의 방어적인 영업으로 ‘돈 가뭄’을 겪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제도 개선에 진보가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수출이 부진할 것이 예상되므로 성장정책의 중점을 내수 확대에 둘 것을 권고했다. 이를 위해 사회서비스업과 사회적기업 등 준공공부문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며 흑자경영이 가능한 공공서비스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육, 교육, 주거, 의료 등 다양한 복지제도 가운데 재원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되 고용의 양과 질을 높이고 인력의 수준을 높이는 고용중심 복지를 우선할 것을 제안했다. 한홍렬 교수도 발제에서 “대다수 진보적 정책대안이 (당위와 이상에 근거한) ‘규범적’ 관점에서 제시되고 있고 정책의 이행 가능성이나 성장(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엄밀한 분석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인 과제도 실현하고 성장도 이루기 위해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제안했다. 1차 중화학공업(70년대), 2차 정보기술(90년대 말) 육성정책에 이어 ‘3차 산업정책’으로 불리게 될 이 총력전은 사회서비스업의 산업화와 중소제조업의 고도화를 뼈대로 한다. 먼저 고용, 돌봄 등 사회정책의 각 서비스 영역을 하나의 산업으로 규정하고 산업정책으로 적극 육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하철 공사와 비슷한 사회서비스 공사를 만들어 관련 시장을 넓혀가야 한다고 한 교수는 제안한다. 중소기업의 고도화는 중소기업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복합화된 생산력을 키워 고용 능력을 늘리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교수는 현 정권에서 거의 멈춘 남북경협을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즉, 남북한이 생산 분업을 본격화해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국제분업을 이루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남한의 중소기업은 북한이 일반 제조업 생산능력을 갖도록 적극 투자하되, 생산 관련 서비스와 솔루션은 남쪽이 공급하는 분업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유럽연합 재정위기 직전에 발표한 ‘성장계획’
“앞으로 성장은 활발·지속가능·포용적이어야” ‘유럽2020 스마트성장 전략’
유럽연합이 차기 성장전략인 유럽 2020을 홍보하는 이미지. 출처 유럽연합 누리집
■ 문-안 ‘TV토론’에 쏠리는 눈
■ 1944년 팔라우섬 끌려간 조선인들 2명중 1명 고향 못보고 눈 감았다
■ “이산화탄소→이산화가스, 산소→산소가스”…박근혜, 토론 루저?
■ 큰손들이 주무른 ‘역대 최대 돈잔치’
■ 새누리 “쇼…사기극…꼼수…야합” 무차별 비난공세
■ 중국인들 “누가되든 부정부패만 하지 마라”
■ [화보] 천연기념물 지정 ‘경주개 동경이’
연재싱크탱크 광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