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 공모전
제3회 ‘사회통합 UCC 공모전’
UCC 통해 본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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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송석구)와 한겨레신문사 부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가 우리 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 차별과 폭력을 돌아보고 이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사회통합 유시시(UCC) 공모전’을 열었다. 8월13일부터 20일까지 출품한 작품은 모두 66편이었다. 수상작 15편 가운데 영예의 대상은 다문화 가정의 차별을 극복해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나비효과>가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학교폭력의 현주소와 대안을 보여준 <우리에게 남은 것>, 폭력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폭력 피해자를 구해준다는 내용의 <그들에게 가장 무서운 흉기>, 노숙인을 향한 편견에서 벗어나자는 메시지를 담은 <노숙인의 정의>가 수상했다. 이들 작품에는 차별과 배제로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3회 사회통합 유시시(UCC·사용자제작콘텐츠)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들은 우리 사회의 차별과 배제의 단면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이번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 66편 가운데 40편은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 장애인, 동성애, 여성, 노인 등의 차별과 배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13편은 학교폭력 등 일상생활에 스며든 폭력에 관해서였다. 11편은 분열된 사회, 외톨이, 강정마을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대상을 차지한 <나비효과>는 찰흙으로 인형을 만들어 촬영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사회와 학교에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의 사례를 제시하고 상황에 따른 마음속 갈등을 보여준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아이 옆에 다문화가정의 아이가 앉는다. 아이는 고민한다. ‘왜 이렇게 가까이 앉아…옮길까?’ ‘뭐, 어때 외국인인데. 피하면 기분 나빠 할 거야.’ 길을 가고 있던 여학생에게 다문화가정의 아이가 길을 묻는다. 여학생은 고민한다. ‘바쁜데…귀찮아.’ ‘외국인한테 친절해야지….’ 이런 선택의 고민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차별과 배제를 선택하면 우리 사회는 어우러지지 못하고 갈등을 빚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해와 관용을 선택하면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사회의 훌륭한 일원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우리나라는 다문화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4월 19대 총선에서 이자스민씨가 국회에 입성함으로써 정치 영역에서도 한국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모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폭력과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있고 이 때문에 학업까지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가인권위가 지난해 발표한 ‘이주아동 교육권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2010년)’를 보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에서 또래 집단으로부터 놀림, 무시, 가난한 나라에 대한 비하, 인종차별 등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비효과>는 우리 사회의 이런 차별을 극복하고 바람직한 다문화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다문화사회를 위한 제도 마련도 중요하지만, 국민 의식도 사회 변화의 흐름에 맞춰 개선돼야 한다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흑백화면에 학교 옥상으로 보이는 곳에 여고생의 신발이 놓여 있다. 첫 장면은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학생이 자살함으로써 시작한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며, 방관자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알지 못하거나 알고도 무시했다.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한 선생님마저 피해자 학생에게 상처만 남겼다. 가해자와 방관자 아이들은 자살한 아이가 죽기 전 쓴 편지를 읽는다. 그들은 편지를 읽으면서 자살한 아이가 살아있을 때 괴롭히지 않았다면 그들이 어우러져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상상한다. 장면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뀐다.
모두 66편 출품
40편이 차별·배제 다뤄
13편은 일상생활 폭력
11편은 외톨이 등 내용 다문화가정·외톨이 등에
차별 등 차가운 시선 대신
이해 등 따뜻한 시선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 최우수상 수상작 중 하나인 <우리에게 남은 것>은 학교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작품은 친구를 괴롭히는 대신 서로를 알아가며 친구가 되고, 방관하는 대신 도와주며, 외면하는 대신 격려하자고 제안한다.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가해와 방관의 행위에 대한 자기반성과 해결방안을 생각하게끔 만들고 있다. 지난 6월 대구에서 고교생이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대구의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자살한 이후 6개월여 동안 10명의 학생이 자살을 기도해 이 중 8명이 숨졌다. 최근에 일어난 자살 사건을 보면 왕따·학교폭력 등이 자살을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6월 내놓은 ‘아동·청소년 학교폭력 실태와 정책과제’를 보면, 학교폭력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학생 비율은 2008년 28.6%에서 2010년에는 38.1%로 높아졌다. 피해를 당한 학생들 중 절반이 넘는 57.5%는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번에 장려상을 받은 <가벼운 편견의 무서운 힘>은 장애인으로 태어난 다문화가정의 한 소년이 겪는 삶을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그렸다. 일반인에겐 그저 가벼운 편견의 시각일지 몰라도 소외계층에겐 커다란 벽과 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해 보였다. 이 작품의 문제의식을 반영하는 사건이 최근 벌어졌다. 지난 4일 런던장애인 올림픽이 한창 열리던 때였다. 명품아파트를 표방한다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입주자 대표가 아파트 인근에 들어설 예정인 장애인복지관에 반대 서명을 하라는 내용의 공고문을 붙였다. ‘장애인 시설물 설치시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공고문에는 “아파트 집값 하락이 대두할 수 있다. 구청 앞에서 집회·시위하는 장애인 단체들을 보면서 우리는 절대로 그런 시설이 보통사람들이 사는 이곳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가벼운 편견의 무서운 힘>을 제작한 계명대생 박순실씨는 작품 설명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뻔한 내용과 흔한 주제지만 항상 고쳐지지 않는 문제의 근원”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이번 공모전 출품작들은 이처럼 차별과 배제, 폭력을 드러내 보이면서도 동시에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해선 차별과 배제의 차가운 시선을, 이해와 관용의 따뜻한 시선으로 전환할 것을 한결같이 촉구하고 있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june@hani.co.kr
고교생 작품수준 대학생들 못지않아
무거운 주제도 발랄함 잃지않아 보람 심사위원장 심사평 응모작 66편의 내용을 살펴보니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 약자에 대한 차별을 다룬 작품이 48편으로 전체의 71.7%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학교폭력을 다룬 작품이 13편, 사회통합 등 기타 주제를 다룬 것이 6편이었다. 고등학생 출품작들은 역시 학교에서 학생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학교폭력·다문화가정에 대한 문제를 많이 다룬 반면 대학생들은 노동자·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제를 많이 다루었다. 동성애 등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다룬 작품도 꽤 많이 출품되었는데 흥미있는 것은 이 문제를 다룬 출품자들이 모두 고등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심사는 창의성, 주제 적합성, 표현과 구성이라는 심사기준에 따라 2차례의 심사위원회를 통해 수상 대상작을 선별하고 심사위원들 간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선정하는 절차를 거쳤다. 본선 심사위원은 김영신 경원대 교수, 김한중 <교육방송>(EBS) ‘지식채널e’ 피디, 이병혜 명지대 교수,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양승함 연세대 교수, 조영선 경인고 교사,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등 7명으로 구성됐다. 본선 진출작 32편에 대한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작 15편을 선정했다. 이번 심사 과정에서는 영상·사진·음원의 저작권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다. 몇몇 작품의 경우에는 이미 다른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이었거나, 공모전 공고 때 명시하였음에도 타 영상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작품도 있었다. 저작권 침해가 문제된 작품은 최종 당선작에서 제외했다. 고등학고 출품작이 대학생 출품작에 비해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애초의 우려와 달리 고등학생들의 작품 수준이 대학생 출품작에 비해 내용이나 기법, 질 등 여러 면에서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는 면도 있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무거운 주제임에도 젊은이들의 발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삶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이번 공모전의 보람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폭력, 장애인, 여성 차별 등 대부분 개인이 당하는 불이익을 호소하는 미시적 측면에 머물러, 거시적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핵심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나 양극화 문제, 제도적 폭력 등에 대한 성찰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라종일 사회통합위 이념분과 위원장
“차별, 존재하냐 않느냐 따라
우리나라는 크게 달라질 것” 대상 ‘나비효과’ 강서고 학생들 “여름방학 한달동안 제작
밤샘작업도 기억에 남아요” “여름방학 한달 동안 유시시(UCC·사용자제작콘텐츠) 제작에 매달렸어요. 올여름 무척이나 더웠잖아요. 무더위 속에서 만들 때는 힘들었지만, 유시시를 제작하면서 차별과 배제에 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나비효과>란 작품으로 대상을 차지한 서울 강서고 학생들의 수상 소감이다. 강서고 2학년 이건호(18)·이효진(18)군과 1학년 민경민(17)·유승효(17)군이 의기투합한 건, 김유경 미술교사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김 교사는 여름방학 직전에 사회통합 유시시 공모전을 알리는 공문을 보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응모를 제안했다. 방학에 들어가자마자 학생들은 유시시 제작에 들어갔다. 일단 주제를 정해야만 했다. 장애인·여성·노인·저소득층·다문화가정 등 여러 주제가 나왔다. 이 가운데 선택한 주제는 다문화가정 아이에 대한 차별이었다. 김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그 자녀들도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다문화사회로 전환하고 있지만, 피부색에 따른 차별은 여전한 것 같아요.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바람직한 사회구조를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기에 주제를 다문화가정으로 택한 거였죠”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내용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고민했다. 그러다 효진군이 친구와 같이 본 영화 <나비효과>에서 힌트를 찾았다. 나비효과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효진군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작은 차별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불만세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반대로 그런 차별이 사라지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도 한국 사회의 훌륭한 일원으로 성장하게 될 거예요. 작은 차별이지만, 그 차별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에 따라 우리나라는 크게 달라질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나비효과>는 찰흙으로 인형을 만들어 촬영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처음엔 실제로 다문화가정의 아이를 출연시키려고 했으나, 섭외하기 힘들어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바꾸었다. 유시시 제작은 첫째 주는 기획회의, 둘째 주는 콘티 만들기, 셋째 주는 촬영, 넷째 주는 편집 차례로 꼬박 한달 동안 진행됐다. 유시시 제작은 여름방학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마치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진행하는 강행군이었다. 교무실에 라면상자만한 세트 상자를 만들어 놓고 찰흙으로 빚은 인형을 800만화소 똑딱이 카메라로 찍으며 만들어 나갔다. 똑딱이 카메라를 1000여번 찍은 뒤, 그 사진 가운데 500장을 선택해 작품을 완성했다. 유시시를 제작하는 과정에 부모님의 걱정도 있었다. 건호군은 “부모님이 ‘고2 여름방학은 중요한데 자꾸 그것(유시시)을 하려고 하냐’고 하셨어요. ‘유시시 제작도 좋은 경험이 되므로 공부와 병행하면서 효율적으로 잘 하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해가며 제작에 참여했어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유시시를 만들면서 다문화가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승효군은 “중학교 때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있었는데 주로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죠. 이번에 유시시를 만들면서 어떻게 하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해보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경민군은 “유시시를 제작하면서 서로 의견을 내면서 함께 만들어 나간 것이 보람있는 일이었어요.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차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선생님이 밤샘 작업을 하셨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라고 말했다. ‘상금(500만원)은 어떻게 할까?’ 김 교사와 학생들은 “상금의 일부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기부하려고 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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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의 정의>
<우리에게 남은 것>
40편이 차별·배제 다뤄
13편은 일상생활 폭력
11편은 외톨이 등 내용 다문화가정·외톨이 등에
차별 등 차가운 시선 대신
이해 등 따뜻한 시선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 최우수상 수상작 중 하나인 <우리에게 남은 것>은 학교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작품은 친구를 괴롭히는 대신 서로를 알아가며 친구가 되고, 방관하는 대신 도와주며, 외면하는 대신 격려하자고 제안한다.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가해와 방관의 행위에 대한 자기반성과 해결방안을 생각하게끔 만들고 있다. 지난 6월 대구에서 고교생이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대구의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자살한 이후 6개월여 동안 10명의 학생이 자살을 기도해 이 중 8명이 숨졌다. 최근에 일어난 자살 사건을 보면 왕따·학교폭력 등이 자살을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6월 내놓은 ‘아동·청소년 학교폭력 실태와 정책과제’를 보면, 학교폭력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학생 비율은 2008년 28.6%에서 2010년에는 38.1%로 높아졌다. 피해를 당한 학생들 중 절반이 넘는 57.5%는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번에 장려상을 받은 <가벼운 편견의 무서운 힘>은 장애인으로 태어난 다문화가정의 한 소년이 겪는 삶을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그렸다. 일반인에겐 그저 가벼운 편견의 시각일지 몰라도 소외계층에겐 커다란 벽과 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해 보였다. 이 작품의 문제의식을 반영하는 사건이 최근 벌어졌다. 지난 4일 런던장애인 올림픽이 한창 열리던 때였다. 명품아파트를 표방한다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입주자 대표가 아파트 인근에 들어설 예정인 장애인복지관에 반대 서명을 하라는 내용의 공고문을 붙였다. ‘장애인 시설물 설치시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공고문에는 “아파트 집값 하락이 대두할 수 있다. 구청 앞에서 집회·시위하는 장애인 단체들을 보면서 우리는 절대로 그런 시설이 보통사람들이 사는 이곳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가벼운 편견의 무서운 힘>을 제작한 계명대생 박순실씨는 작품 설명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뻔한 내용과 흔한 주제지만 항상 고쳐지지 않는 문제의 근원”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이번 공모전 출품작들은 이처럼 차별과 배제, 폭력을 드러내 보이면서도 동시에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해선 차별과 배제의 차가운 시선을, 이해와 관용의 따뜻한 시선으로 전환할 것을 한결같이 촉구하고 있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june@hani.co.kr
라종일 사회통합위 이념분과 위원장
무거운 주제도 발랄함 잃지않아 보람 심사위원장 심사평 응모작 66편의 내용을 살펴보니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 약자에 대한 차별을 다룬 작품이 48편으로 전체의 71.7%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학교폭력을 다룬 작품이 13편, 사회통합 등 기타 주제를 다룬 것이 6편이었다. 고등학생 출품작들은 역시 학교에서 학생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학교폭력·다문화가정에 대한 문제를 많이 다룬 반면 대학생들은 노동자·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제를 많이 다루었다. 동성애 등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다룬 작품도 꽤 많이 출품되었는데 흥미있는 것은 이 문제를 다룬 출품자들이 모두 고등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심사는 창의성, 주제 적합성, 표현과 구성이라는 심사기준에 따라 2차례의 심사위원회를 통해 수상 대상작을 선별하고 심사위원들 간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선정하는 절차를 거쳤다. 본선 심사위원은 김영신 경원대 교수, 김한중 <교육방송>(EBS) ‘지식채널e’ 피디, 이병혜 명지대 교수,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양승함 연세대 교수, 조영선 경인고 교사,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등 7명으로 구성됐다. 본선 진출작 32편에 대한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작 15편을 선정했다. 이번 심사 과정에서는 영상·사진·음원의 저작권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다. 몇몇 작품의 경우에는 이미 다른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이었거나, 공모전 공고 때 명시하였음에도 타 영상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작품도 있었다. 저작권 침해가 문제된 작품은 최종 당선작에서 제외했다. 고등학고 출품작이 대학생 출품작에 비해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애초의 우려와 달리 고등학생들의 작품 수준이 대학생 출품작에 비해 내용이나 기법, 질 등 여러 면에서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는 면도 있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무거운 주제임에도 젊은이들의 발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삶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이번 공모전의 보람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폭력, 장애인, 여성 차별 등 대부분 개인이 당하는 불이익을 호소하는 미시적 측면에 머물러, 거시적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핵심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나 양극화 문제, 제도적 폭력 등에 대한 성찰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라종일 사회통합위 이념분과 위원장
사회통합 유시시(UCC)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서울 강서고등학교 학생들(왼쪽부터 이건호·이효진·유승효·민경민)과 지도교사(가운데 김유경)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앞에 놓고 즐거워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우리나라는 크게 달라질 것” 대상 ‘나비효과’ 강서고 학생들 “여름방학 한달동안 제작
밤샘작업도 기억에 남아요” “여름방학 한달 동안 유시시(UCC·사용자제작콘텐츠) 제작에 매달렸어요. 올여름 무척이나 더웠잖아요. 무더위 속에서 만들 때는 힘들었지만, 유시시를 제작하면서 차별과 배제에 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나비효과>란 작품으로 대상을 차지한 서울 강서고 학생들의 수상 소감이다. 강서고 2학년 이건호(18)·이효진(18)군과 1학년 민경민(17)·유승효(17)군이 의기투합한 건, 김유경 미술교사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김 교사는 여름방학 직전에 사회통합 유시시 공모전을 알리는 공문을 보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응모를 제안했다. 방학에 들어가자마자 학생들은 유시시 제작에 들어갔다. 일단 주제를 정해야만 했다. 장애인·여성·노인·저소득층·다문화가정 등 여러 주제가 나왔다. 이 가운데 선택한 주제는 다문화가정 아이에 대한 차별이었다. 김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그 자녀들도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다문화사회로 전환하고 있지만, 피부색에 따른 차별은 여전한 것 같아요.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바람직한 사회구조를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기에 주제를 다문화가정으로 택한 거였죠”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내용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고민했다. 그러다 효진군이 친구와 같이 본 영화 <나비효과>에서 힌트를 찾았다. 나비효과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효진군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작은 차별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불만세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반대로 그런 차별이 사라지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도 한국 사회의 훌륭한 일원으로 성장하게 될 거예요. 작은 차별이지만, 그 차별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에 따라 우리나라는 크게 달라질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나비효과>는 찰흙으로 인형을 만들어 촬영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처음엔 실제로 다문화가정의 아이를 출연시키려고 했으나, 섭외하기 힘들어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바꾸었다. 유시시 제작은 첫째 주는 기획회의, 둘째 주는 콘티 만들기, 셋째 주는 촬영, 넷째 주는 편집 차례로 꼬박 한달 동안 진행됐다. 유시시 제작은 여름방학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마치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진행하는 강행군이었다. 교무실에 라면상자만한 세트 상자를 만들어 놓고 찰흙으로 빚은 인형을 800만화소 똑딱이 카메라로 찍으며 만들어 나갔다. 똑딱이 카메라를 1000여번 찍은 뒤, 그 사진 가운데 500장을 선택해 작품을 완성했다. 유시시를 제작하는 과정에 부모님의 걱정도 있었다. 건호군은 “부모님이 ‘고2 여름방학은 중요한데 자꾸 그것(유시시)을 하려고 하냐’고 하셨어요. ‘유시시 제작도 좋은 경험이 되므로 공부와 병행하면서 효율적으로 잘 하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해가며 제작에 참여했어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유시시를 만들면서 다문화가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승효군은 “중학교 때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있었는데 주로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죠. 이번에 유시시를 만들면서 어떻게 하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해보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경민군은 “유시시를 제작하면서 서로 의견을 내면서 함께 만들어 나간 것이 보람있는 일이었어요.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차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선생님이 밤샘 작업을 하셨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라고 말했다. ‘상금(500만원)은 어떻게 할까?’ 김 교사와 학생들은 “상금의 일부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기부하려고 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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