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한겨레 사회정책포럼 ‘서울시장 선거 그 후, 복지 서울의 대안 재정을 말한다’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허선 순천향대 교수, 양경숙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 조규영 서울시의회 의원, 김형용 동국대 교수.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제3회 한겨레사회정책포럼
시장선거 이후 ‘복지서울’ 재정 대안
시장선거 이후 ‘복지서울’ 재정 대안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는 지난 4일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서울시장 선거 그 후, 복지 서울의 대안 재정을 말한다’는 주제 아래 ‘제3회 한겨레 사회정책포럼’을 열었다. 양경숙 서울시립대 초빙교수와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가 각기 ‘서울시 재정 현황과 복지 대안’, ‘서울시 보편적 복지정책의 실현방안과 전략에 대한 제언’이란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하고, 조규영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김형용 동국대 교수, 허선 순천향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주제발표: 양경숙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
토론자: 조규영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김형용 동국대 교수, 허선 순천향대 교수
사회: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부채 25조…전시성·개발 사업 재검토를
정책제언 1
재정파탄 책임자 조처 필요
서민 위한 예산으로 돌려야 서울시 재정 규모가 급격히 줄고 있다. 2009년 24조1538억원에 이르던 서울시 통합재정 규모가 2011년에는 20조2304억원으로 축소되었다. 재정 규모는 줄어드는 데 반해 부채는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시는 2010년 말 채무가 3조8177억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여기에는 공기업 부채 등이 누락돼 있다. 공기업 부채를 포함할 경우 서울시 부채 규모는 총 25조5364억원에 이른다. 특히 에스에이치(SH)공사의 부채가 서울시 재정위기의 주원인이다. 에스에이치공사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이자만 1조9119억원을 지출했다. 2010년만 놓고 보면 5266억원을 이자로 지급해 매일 14억원이 이자로 빠져나간 셈이다.
서울시 재정이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주원인은 무엇일까? 방만한 재정운용과, 배보다 배꼽이 큰 투자기관과 출연기관의 급팽창을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오세훈 시장 10년 동안 남발된 개발사업과 무리한 조기집행 탓이 크다. 이명박 시장 말기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부채가 10배 이상 급증해 2009년에는 에스에이치공사의 부채가 13조5670억원에 이르렀다. 주택건설 및 택지개발 사업은 사업비를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분양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선 투자, 후 회수’의 사업구조이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투자비 회수가 늦어졌다. 여기에 부자감세와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재정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 재정이 왜 이런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혀내 단호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또한 한강르네상스 및 남산르네상스사업, 디자인사업, 서울 전역의 뉴타운사업과 같은 전시성 사업과 대규모 개발사업은 물론 9호선 2·3단계 건설 및 경전철 사업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이 사업에서 삭감된 예산을 무상급식과 같은 저소득층, 서민을 위한 복지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서울시는 원칙적으로 지방채 발행을 중지하고, 세출경비를 삭감해야 한다. 세입측면에서는 과표 현실화, 사용료 및 수수료 현실화, 징세율 제고 등 징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동수당·청년의무고용제 필요
정책제언 2
사람투자형·보편적 복지 펴고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해야 박원순 시장이 추구해야 할 시정 방향은 사람투자형 복지, 보편적 복지다. 이를 위한 첫째 전략은 ‘자녀 기르기 좋은 서울’을 목표로 양육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교까지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해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학교급식센터를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지역사회와 경제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보편적 보육도 중요한 과제다.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과도한 육아부담이다. 무상급식에 준하는 무상보육을 통해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살 이하의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표준단가에 기반한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고, 서울에서 나고 자라는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취학 전까지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사람투자형 복지를 위한 둘째 전략은 청년들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청년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서울형 ‘로제타플랜’(청년고용대책)을 시도할 수 있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에는 3%의 청년의무고용을 시행하고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지키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도록 한다. 그리고 청년실업자를 고용한 우량기업에는 100만원의 고용촉진금을 지급하되 기업은 새로 고용한 청년실업자에게 총 200만원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향후 적절한 시점에 의무고용률을 공표하고 이를 지켜나가도록 해야 한다. 주택 문제는 서민들의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가야 하는데, 현재 서울시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4.1%, 가구수 14만호 수준이다. 6만호를 더 확보해 20만호를 달성하고 재고율도 6.4%로 올려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업을 시행하는 데 드는 예산은 어느 정도이며, 예산 조달이 가능할까? 2014년까지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할 때 총 2조2054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실현되면 복지 비중이 올해 23%에서 2014년에는 30%로 증가할 것이다. 재원조달은 기존의 토목사업, 전시성 사업 가운데 올해부터 연간 기준으로 최소 2600억원에 이르는 삭감분, 재정수입 증가분으로 해결 가능하다. 이렇듯 서울시 전체 예산 중 복지지출비의 비중을 약 7%포인트 늘려 약 2조1000억원을 보편적 복지 사업에 추가 투입할 경우 서울시민들의 40% 이상이 혜택을 입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재정운용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공급자가 아닌 시민 중심의 재정운용 방안이 필요하다. 주민참여 예산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많은 사람이 체육관과 같은 한 장소에 모여 공개적으로 예산을 심의하도록 하는 방안을 시도해볼 수 있다. 수천명이 운집한 자리에서 토목·건설 관련 예산을 주무 국장이 보고하도록 하고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는 경우에는 삭감하도록 할 수 있다.
종합토론
박 시장 정책팀서 만든 안이라도
시민이 원치 않으면 바꿔야 -허선 이날 포럼의 종합토론에서 토론자와 주제발표자들은 “시민들이 체육관에 모여 서울시 복지예산을 심의하고 대토론하자”는 등 ‘시민참여 복지서울’을 구현할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서울시 복지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 예산을 공개적으로 심의·결정함으로써 복지정책 결정과정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복지정책 방향을 자문해온 허선 교수(순천향대)는 “박 시장의 복지공약은 이른바 ‘시민 복지’로, 시민이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복지다. 이태수 교수가 주제발표에서 제안한 것처럼 장충체육관이나 잠실체육관에서 서울시 복지예산을 심의·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 만수1동의 경우 주민참여예산제와 관련해 동 주민들이 다 함께 지역 근린공원에 모여 지역에 필요한 사업의 우선순위를 논의한 적도 있다. 허 교수는 “박 시장의 복지정책팀에서 아무리 좋은 복지정책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시민들이 그 복지정책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원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 쪽은 시민복지 구현을 위해 시민참여 복지예산제와 시민복지기준 추진기구를 만들 예정이다. 체육관 심의 이외에 각종 위원회를 한데 통합하면 시민참여형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제출됐다. 조규영 서울시의원(보건복지위원장)은 서울과 같은 초대형 도시에서 시민이 직접 복지정책·예산에 참여할 수 있는 또다른 방안은 여러 사회복지 관련 위원회들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 활동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면서 복지정책을 결정하자는 얘기다. 김형용 교수(동국대·사회학)도 서울시 재정이 크게 악화된 상태에서 복지재정 확보의 딜레마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시민참여 복지재정전략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시장이 복지예산 30% 달성을 공약으로 천명했지만 저성장 시대인데다 저출산·고령화·양극화로 복지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복지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시민 참여하에 서울시민 복지기준선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복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사업조정 차원을 넘어
시정 패러다임 대전환 절실 -조규영 김 교수는 △서울 자치구별 복지격차 해소를 위한 조례 제정 △선복지 체감을 통한 복지증세 시민참여 유도 △제3의 민간자원 동원전략 등 형평과 시민참여를 지향하는 복지정책을 펴면 복지재정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곧 “풀뿌리 시민-지역공동체가 주도하는, 민간자원 동원 방식의 복지재정을 설계”해, “지역사회에 기반해 스스로 기획되고 공급되는, 즉 주민들에 의한 지역개발기금이나 지역재단을 육성·설립해 비영리 민간복지기관 운영자금을 지원하게 되면 시의 복지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양경숙 교수가 지적했듯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 10년간 예산이 전시성 토목사업에 과도하게 지출돼 현재 서울시 재정은 극도로 부실화된 상태다. 박 시장의 공약대로 총예산 대비 복지재정지출 30%(2011년 현재 복지예산 비중은 총예산의 21~23%)를 확보하려면 임기 말인 2014년까지 복지예산을 매년 3%(대략 한해 7천억원)씩 늘려야 한다. 재정난 속에서 과연 가능할까? 이에 대해 조 의원은 “2010년 예산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개발사업에 3600억원을 증액했다. 매년 의회 예산심의에서 3천억~4천억원 정도가 지역구 개발 명목으로 잡히는데 이것을 없앤다면 시 재정난 속에서도 4천억원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예산 30% 달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조 의원은 그러나, 서울시가 학교운영지원비·주거지원비 등을 죄다 복지예산에 갖다붙여 편성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몇 %’라는 복지지출 수치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총예산 대비 복지재정 30% 확보는 곧 총사업비 대비 38%를 복지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서울시정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복지서울’을 달성하려면 단순히 복지예산·사업을 조정하는 차원을 넘어 서울시 재정투자 방향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허선 교수는 “2013년에 들어설 새 정부가 복지예산을 크게 늘린다면 기존에 서울시가 써오던 복지예산 중 일부가 중앙정부 지원사업으로 들어가고 서울시는 대신 새로운 복지사업을 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민참여 복지기준선 마련하고
자치구 격차해소 조례 제정을 -김형용 이날 토론회에서 허 교수는 박 시장이 표방한 ‘서울시민복지기준선’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았다. △출산장려금 지급 △학기 초 학습준비물 지원 △교복비 지원 △기초생활보장 수급 탈락자 10만명에게 수급자격 부여 △(서울시의 비싼 물가를 반영한) 물가연동 서울시 사회보장급여비 조정 등을 제시했다.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에다 재산도 별로 없는데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인구가 서울시에만 10만명 이상이 존재한다. 이렇듯 중앙정부가 놓친 복지수혜 대상자를 꼼꼼히 챙기겠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을 변화시키는 견인차 구실을 하겠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오세훈 전 시장의 서울형 복지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많이 가진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전시성 복지에 불과했다”며 “이제 모든 계층, 특히 더 낮은 계층을 위한 복지사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의 ‘복지서울’은 시민사회의 참여뿐만 아니라 시의회와 시장, 자치구가 함께 복지파트너십을 맺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강남을 비롯한 몇개의 자치구를 제외하면 서울 대다수 자치구의 복지지출 가용재원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고 강남과 강북 자치구 간의 복지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박 시장의 복지재정 30% 달성 정책이 자치구들에 재정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내년 서울시예산 의회 제출 마감일(10일)이 임박해 있다. 2012년 예산에 복지를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있고, 이제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로 복지예산의 공이 넘어온 상황”이라며 “자치구 재정을 감안하는 복지재정 계획을 마련하는 등 시와 시의회, 자치구가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토론에서 양경숙 교수는 “시간이 짧긴 하지만 시민들은 당장 내년 예산부터 ‘복지서울’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장 취임 초기일수록 개혁이 가장 쉽다. 기존의 토목중심 사업예산을 대폭 축소·폐지해서라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복지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수 교수는 “서울시는 경제규모는 매우 높지만 복지서비스는 부재지다. 박 시장의 복지정책 공약을 보면 구체적이지 못한 채 시민사회의 요구를 그냥 받아 제시한 것도 더러 눈에 띈다”며 “시민과 복지행정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면서 구체적인 복지콘텐츠를 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계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kyewan@hani.co.kr
양경숙
서민 위한 예산으로 돌려야 서울시 재정 규모가 급격히 줄고 있다. 2009년 24조1538억원에 이르던 서울시 통합재정 규모가 2011년에는 20조2304억원으로 축소되었다. 재정 규모는 줄어드는 데 반해 부채는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시는 2010년 말 채무가 3조8177억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여기에는 공기업 부채 등이 누락돼 있다. 공기업 부채를 포함할 경우 서울시 부채 규모는 총 25조5364억원에 이른다. 특히 에스에이치(SH)공사의 부채가 서울시 재정위기의 주원인이다. 에스에이치공사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이자만 1조9119억원을 지출했다. 2010년만 놓고 보면 5266억원을 이자로 지급해 매일 14억원이 이자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태수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해야 박원순 시장이 추구해야 할 시정 방향은 사람투자형 복지, 보편적 복지다. 이를 위한 첫째 전략은 ‘자녀 기르기 좋은 서울’을 목표로 양육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교까지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해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학교급식센터를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지역사회와 경제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보편적 보육도 중요한 과제다.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과도한 육아부담이다. 무상급식에 준하는 무상보육을 통해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살 이하의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표준단가에 기반한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고, 서울에서 나고 자라는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취학 전까지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사람투자형 복지를 위한 둘째 전략은 청년들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청년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서울형 ‘로제타플랜’(청년고용대책)을 시도할 수 있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에는 3%의 청년의무고용을 시행하고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지키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도록 한다. 그리고 청년실업자를 고용한 우량기업에는 100만원의 고용촉진금을 지급하되 기업은 새로 고용한 청년실업자에게 총 200만원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향후 적절한 시점에 의무고용률을 공표하고 이를 지켜나가도록 해야 한다. 주택 문제는 서민들의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가야 하는데, 현재 서울시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4.1%, 가구수 14만호 수준이다. 6만호를 더 확보해 20만호를 달성하고 재고율도 6.4%로 올려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업을 시행하는 데 드는 예산은 어느 정도이며, 예산 조달이 가능할까? 2014년까지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할 때 총 2조2054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실현되면 복지 비중이 올해 23%에서 2014년에는 30%로 증가할 것이다. 재원조달은 기존의 토목사업, 전시성 사업 가운데 올해부터 연간 기준으로 최소 2600억원에 이르는 삭감분, 재정수입 증가분으로 해결 가능하다. 이렇듯 서울시 전체 예산 중 복지지출비의 비중을 약 7%포인트 늘려 약 2조1000억원을 보편적 복지 사업에 추가 투입할 경우 서울시민들의 40% 이상이 혜택을 입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재정운용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공급자가 아닌 시민 중심의 재정운용 방안이 필요하다. 주민참여 예산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많은 사람이 체육관과 같은 한 장소에 모여 공개적으로 예산을 심의하도록 하는 방안을 시도해볼 수 있다. 수천명이 운집한 자리에서 토목·건설 관련 예산을 주무 국장이 보고하도록 하고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는 경우에는 삭감하도록 할 수 있다.
종합토론
허선
시민이 원치 않으면 바꿔야 -허선 이날 포럼의 종합토론에서 토론자와 주제발표자들은 “시민들이 체육관에 모여 서울시 복지예산을 심의하고 대토론하자”는 등 ‘시민참여 복지서울’을 구현할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서울시 복지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 예산을 공개적으로 심의·결정함으로써 복지정책 결정과정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복지정책 방향을 자문해온 허선 교수(순천향대)는 “박 시장의 복지공약은 이른바 ‘시민 복지’로, 시민이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복지다. 이태수 교수가 주제발표에서 제안한 것처럼 장충체육관이나 잠실체육관에서 서울시 복지예산을 심의·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 만수1동의 경우 주민참여예산제와 관련해 동 주민들이 다 함께 지역 근린공원에 모여 지역에 필요한 사업의 우선순위를 논의한 적도 있다. 허 교수는 “박 시장의 복지정책팀에서 아무리 좋은 복지정책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시민들이 그 복지정책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원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 쪽은 시민복지 구현을 위해 시민참여 복지예산제와 시민복지기준 추진기구를 만들 예정이다. 체육관 심의 이외에 각종 위원회를 한데 통합하면 시민참여형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제출됐다. 조규영 서울시의원(보건복지위원장)은 서울과 같은 초대형 도시에서 시민이 직접 복지정책·예산에 참여할 수 있는 또다른 방안은 여러 사회복지 관련 위원회들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 활동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면서 복지정책을 결정하자는 얘기다. 김형용 교수(동국대·사회학)도 서울시 재정이 크게 악화된 상태에서 복지재정 확보의 딜레마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시민참여 복지재정전략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시장이 복지예산 30% 달성을 공약으로 천명했지만 저성장 시대인데다 저출산·고령화·양극화로 복지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복지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시민 참여하에 서울시민 복지기준선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복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규영
시정 패러다임 대전환 절실 -조규영 김 교수는 △서울 자치구별 복지격차 해소를 위한 조례 제정 △선복지 체감을 통한 복지증세 시민참여 유도 △제3의 민간자원 동원전략 등 형평과 시민참여를 지향하는 복지정책을 펴면 복지재정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곧 “풀뿌리 시민-지역공동체가 주도하는, 민간자원 동원 방식의 복지재정을 설계”해, “지역사회에 기반해 스스로 기획되고 공급되는, 즉 주민들에 의한 지역개발기금이나 지역재단을 육성·설립해 비영리 민간복지기관 운영자금을 지원하게 되면 시의 복지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양경숙 교수가 지적했듯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 10년간 예산이 전시성 토목사업에 과도하게 지출돼 현재 서울시 재정은 극도로 부실화된 상태다. 박 시장의 공약대로 총예산 대비 복지재정지출 30%(2011년 현재 복지예산 비중은 총예산의 21~23%)를 확보하려면 임기 말인 2014년까지 복지예산을 매년 3%(대략 한해 7천억원)씩 늘려야 한다. 재정난 속에서 과연 가능할까? 이에 대해 조 의원은 “2010년 예산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개발사업에 3600억원을 증액했다. 매년 의회 예산심의에서 3천억~4천억원 정도가 지역구 개발 명목으로 잡히는데 이것을 없앤다면 시 재정난 속에서도 4천억원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예산 30% 달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조 의원은 그러나, 서울시가 학교운영지원비·주거지원비 등을 죄다 복지예산에 갖다붙여 편성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몇 %’라는 복지지출 수치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총예산 대비 복지재정 30% 확보는 곧 총사업비 대비 38%를 복지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서울시정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복지서울’을 달성하려면 단순히 복지예산·사업을 조정하는 차원을 넘어 서울시 재정투자 방향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허선 교수는 “2013년에 들어설 새 정부가 복지예산을 크게 늘린다면 기존에 서울시가 써오던 복지예산 중 일부가 중앙정부 지원사업으로 들어가고 서울시는 대신 새로운 복지사업을 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용
자치구 격차해소 조례 제정을 -김형용 이날 토론회에서 허 교수는 박 시장이 표방한 ‘서울시민복지기준선’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았다. △출산장려금 지급 △학기 초 학습준비물 지원 △교복비 지원 △기초생활보장 수급 탈락자 10만명에게 수급자격 부여 △(서울시의 비싼 물가를 반영한) 물가연동 서울시 사회보장급여비 조정 등을 제시했다.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에다 재산도 별로 없는데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인구가 서울시에만 10만명 이상이 존재한다. 이렇듯 중앙정부가 놓친 복지수혜 대상자를 꼼꼼히 챙기겠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을 변화시키는 견인차 구실을 하겠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오세훈 전 시장의 서울형 복지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많이 가진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전시성 복지에 불과했다”며 “이제 모든 계층, 특히 더 낮은 계층을 위한 복지사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의 ‘복지서울’은 시민사회의 참여뿐만 아니라 시의회와 시장, 자치구가 함께 복지파트너십을 맺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강남을 비롯한 몇개의 자치구를 제외하면 서울 대다수 자치구의 복지지출 가용재원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고 강남과 강북 자치구 간의 복지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박 시장의 복지재정 30% 달성 정책이 자치구들에 재정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내년 서울시예산 의회 제출 마감일(10일)이 임박해 있다. 2012년 예산에 복지를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있고, 이제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로 복지예산의 공이 넘어온 상황”이라며 “자치구 재정을 감안하는 복지재정 계획을 마련하는 등 시와 시의회, 자치구가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토론에서 양경숙 교수는 “시간이 짧긴 하지만 시민들은 당장 내년 예산부터 ‘복지서울’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장 취임 초기일수록 개혁이 가장 쉽다. 기존의 토목중심 사업예산을 대폭 축소·폐지해서라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복지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수 교수는 “서울시는 경제규모는 매우 높지만 복지서비스는 부재지다. 박 시장의 복지정책 공약을 보면 구체적이지 못한 채 시민사회의 요구를 그냥 받아 제시한 것도 더러 눈에 띈다”며 “시민과 복지행정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면서 구체적인 복지콘텐츠를 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계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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