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기 안성 칠장사에서 입적(법랍 51년, 세수 69살)한 해봉당 자승 대종사(전 조계종 총무원장∙봉은사 회주)는 조계종 종단 내 대표적인 사판(행정을 전문으로 하는 승려)으로 꼽혀왔다.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스님은 19살 때인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으로부터 사미계를 받고, 2년 뒤인 1974년 범어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자승(慈乘)이란 법명은 첫 은사였던 경산스님(3∙9대 총무원장)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조계종 전 총무원장 정대스님의 상좌를 지낸 스님은 수원 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거친 뒤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에 임명돼 종단 행정업무를 시작했다. 1992년 10대 중앙종회 의원으로 선출된 뒤 중앙종회 사무처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종단업무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2009년 9월 55살 때 역대 최다 득표로 33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스님은 이후 34대까지 8년 동안 총무원장직을 수행했다. 연임에 성공해 8년간 임기를 채운 총무원장은 자승스님이 처음이다. 종단 내 장악력이 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님은 퇴임 후에도 ‘상월결사(霜月結社)’ 회주와 조계종 입법기관에 해당하는 불교광장 총재, 동국대 건학위원회 총재, 봉은사 회주 등을 맡으며 조계종의 주요 의사 결정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이 때문에 조계종의 막후 실세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장례는 서울 안국동 조계사에서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5일간 종단장(장의위원장 진우스님)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내달 3일 오전 10시 조계사에서, 다비는 스님의 소속 본사인 경기 화성시 용주사 연화대서 거행된다. 전국 교구본사와 종단 직영사찰인 봉은사, 보문사 등에도 지역분향소가 마련된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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