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불교계 시민단체들이 봉은사 승려들의 집단폭행 규탄 시민집회를 열고 있다. 조계종 민주노조 제공
불교계 시민단체들이 21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봉은사 승려들의 집단폭행 규탄 시민집회를 열고 1080배를 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지난 14일 (박정규 조계종 민주노조 기획홍보부장에 대한) 시정잡배와 조폭보다 더 악랄하고 사악한 폭력승들의 행태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폭력사태를 지켜만 보고 수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경찰의 무책임한 행태를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폭력사건은 봉은사 기획국장 지오 스님뿐만 아니라 회주 자승 스님의 상좌들이 대거 동원되었으며, 사전 준비된 조직 사건으로, 봉은사 주지와 회주가 지시 또는 묵인한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며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과 주지 자승 스님은 공개 참회하고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21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불교계 시민단체들이 봉은사 승려들의 집단폭행 규탄 시민집회를 열고 있다. 조계종 민주노조 제공
21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불교계 시민단체들이 봉은사 승려들의 집단폭행 규탄 시민집회를 열고 있다. 조계종 민주노조 제공
이들은 경찰에 대해서도 “사전 준비된, 조직적으로 동원된 범죄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로 전모를 밝혀 법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현장에서 직무유기했던 경찰관을 비롯해 경찰청장은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하고, 책임 있는 엄정수사를 통해 폭력승들을 의법조치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서 이도흠(한양대 교수)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는 “1인 시위는 군사정권도 보장했던 가장 평화로운 저항 행위인데,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을 폭행하고 인분까지 뿌리는 일이 발생했다”며 “9년 전 자승 스님의 도박 행위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던 중 총무원 건물 지하로 끌려가 폭행을 당한 적광 스님 폭력사태의 복사판”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당시 폭행 승려들은 벌금형만 받고 더 높은 자리로 갔듯이 ‘(자승 스님이) 나에게 충성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챙겨주고 충성하지 않으면 배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재가불자들도 시민보살이 되어서 권승과 폭력승이 있는 곳엔 시주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시민발언대에 나선 김윤길 전 동국대 교직원은 권승과 폭력승려들에 대해 “청정해야 할 도량에 와서 조폭의 기술을 이용해 종단을 유린하며, 정치인과 검찰 수뇌부를 불러서 대접하고, 골프 치고, 정치권에 끊임없이 야합하는 사자충(사자의 몸속에 기생하는 벌레)에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21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불교계 시민단체들이 봉은사 승려들의 집단폭행 규탄 시민집회를 열고 집단폭행 관련승들의 퇴진과 경찰의 폭력 행위자 전원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조계종 민주노조 제공
이날 봉은사 일주문 앞에서 회원들과 1080배 정진에 나선 불력회 박종린 대표는 “자비문중인 불교에서 어떻게 폭력배로 살 수 있다는 말이냐”며 “(자승 스님이) 계율도 무시하고 삭발도 하지 않은 채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마구니짓을 하는 것을 부처님 법으로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규 조계종 민주노조 지부장은 “백주 대낮에 테러를 자행한 승려들에 대해 (조계종은) 엄중 조치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하는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미동도 없다”며 “이번 폭력사건에 대해서 그 진상이 온전히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정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