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충남 홍성 충남도청에서 열린 ‘지방정부와 시민사회 역량 강화 정책포럼’에서 양용희 호서대 교수(가운데)가 지역재단과 중간지원기관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제를 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시민사회 역량 강화 정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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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해가야 한다는 것은
‘신화’에 지나지 않아…
NGO 성장사 살펴보면
정부·기업쪽 지원 업고 성장…
NGO 총수입서 정부지원 비중
선진국 40%…한국 23.8%” “위기다. 하루빨리 주민 자치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앞으로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좋은 시민(사회) 없이 좋은 정부가 가능한가?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계를 다루는 최근의 담론은 시민사회가 과거처럼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스펀지’가 아니라, 정책 추진의 첫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는 협치(거버넌스)의 당당한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실질적인 협치가 이뤄질 수 있는 물적·인적 토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를 두고 모색을 거듭하고 있다. 제대로 된 시민사회의 역량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협치는커녕 정부 정책의 절차적 정당성을 거들어주는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수찬 목원대 교수(행정학)는 좋은 협치를 이루는 데 필수적인 시민사회가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해 가야 한다는 것은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비정부기구(NGO)의 성장사를 살펴보면 정부와 기업 쪽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안팎의 문제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회문제에 대한 제한적인 관심이나 인적 자원의 한계로 인한 아마추어리즘, 시민사회 내부의 경쟁이나 소통 부재 때문에 불거지는 편협성 탓이다. 외부적으로는 도덕적인 정당성이나 정책에 대한 책임성, 정부나 시장과의 관계에서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기 쉽다는 점이다. 이런 시민사회의 실패를 막기 위해 나온 제도적인 대안이 ‘중간지원기관’이다. 중간지원기관은 공공 부문과 민간 기업,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조직 사이의 중간자로서 조직 사이의 역할을 중재하는 곳을 두루 일컫는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연대은행 따위가 모두 이 범주에 든다. 특히 중간지원기관은 시민사회 사이의 연대를 촉진하고, 인적 자원을 관리하고 조직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며, 재정을 지원하고 정부·기업과의 다리 몫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기업과 다리 역할…
광주 등 6곳 엔지오센터
예산·활동가 부족탓 한계…
지방정부 지원 못지않게
개별단체 독립성·자율성
훼손되어선 안돼” 현재 우리나라에는 광주·부산·대구·대전·강원·충북 6곳에 엔지오센터가 있다. 그러나 이들 센터는 운영비와 사업비는 물론 전문 활동가가 부족한 탓에 중간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 교수는 “상근 활동가가 2~3명에 불과하고 사업비를 뺀 운영비가 연간 1억~2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어 개별 단체들에 다양한 지원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시민사회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 재정 지원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총수입에서 정부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23.8%인 데 견줘 선진국 평균은 40% 안팎에 이른다. 토론자들도 시민사회에 대한 정부 지원이 크게 늘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박진용 아산와이엠시에이(YMCA) 사무총장은 “시민단체에 대한 사업비 지원 말고도 별도의 지원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중간지원기관이 제구실을 하려면 작은 시민단체, 풀뿌리 단체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재봉 충북엔지오센터장은 “충북엔지오센터의 경우 1억원 안팎의 운영비에 상근자가 3명이다. 스스로 운영하는 것도 상당히 빠듯한데 중간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물론 재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도 고민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놨다. 지방정부가 당장 주민 자치에 과감히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정희 박사(부산대 엔지오학)는 “주민 자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늬만 협치, 형식적인 협치로 흐르는 문제점이 있다. 주민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협력하고 해결하면서 책임지고 성찰하는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자치 역량은 개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정부는 주민 자치에 대한 투자가 최우선이다. 중간지원기관을 통한 투자가 효과적이고 중간지원기관 또한 광역시·도 단위에서는 종합적인 구실을, 기초 지자체 단위에서는 자치 교육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방정부의 시민단체 지원 못지않게 개별 단체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김해몽 부산시민센터장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자체가 지키지 않는다면 또다른 관변단체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충남 천안시의 한 공무원은 “시에서 2007년 엔지오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상근자 2명에 1년 예산이 1억원일 뿐이다. 지자체에서 세운 중간지원조직은 중앙정부의 정책이나 지자체장에 따라 외풍을 많이 타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맹정호 충남도의원은 “지방정부의 노력과 시민사회의 자생화·활성화 노력이 병행될 때 진정한 주민 자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의 협치 수준은 1점 만점에 0.728점으로 29위에 머물고 있다. 세계 협치 지수(WGI)에서도 2010년 기준 5.47점으로 멕시코와 함께 가장 점수가 낮다. 지속가능한 협치 지수(SGI) 또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편이다. 장수찬 교수는 “우리나라는 엔지오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위한 정부 지원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정부에서 시민사회 역량 강화를 위한 특별재정회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 교수는 “주민 자치 역량이 약하면 결국 한 나라의 부패지수가 오르게 된다. 유럽의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사례가 그렇다”고 강조했다. 홍성/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재단 만들어 지방정부 통해 지원”
“지자체 하부기관으로 변질 우려도” 중간지원기관 활성화 방안 박상필 성공회대 초빙교수(엔지오대학원)는 지방정부의 시민단체 지원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으로 거버넌스위원회와 지역재단과 같은 중간지원기관을 거치는 통합적인 지원 체계를 제안했다. 시장(도지사)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를 두고 공식적인 조직을 만들어 시민 참여를 제도화하자는 안이다. 박 교수는 “거버넌스위에 시민사회가 참여할 때 개별 단체의 목적과 성격을 구분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역재단이 만들어져 지방정부를 통한 일정한 재정 지원이 이뤄지면 실질적인 협치는 물론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데에서도 상승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양용희 호서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중간지원기관이 제 몫을 하려면 정부·기업·재단과 같은 기금 지원자와 사업의 목적·비용·역할 등을 두고 명확한 상호협약을 맺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교수는 기금 지원자와의 정기적인 의사소통으로 상호 신뢰를 높이고 세부적인 사항에 얽매이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주문했다. 토론자들은 중간지원조직이 지자체의 또다른 하부기관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 서정훈 광주엔지오센터장은 “시·군에서 위탁하는 업무보다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을 강하게 가져가야 한다.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 업무를 중간지원조직이 맡게 되면 준공무원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시민사회 활성화가 더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우 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 사무처장도 “잘못하면 고용노동부나 안전행정부한테서 단순히 지원받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중간지원기관이 단순 전달 체계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정부에서 거버넌스위를 꾸리더라도 시민사회에서 대등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라미경 순천향대 교수는 지방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에 힘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 거버넌스위에서 이뤄지는 결정 과정의 민주적인 투명성, 시민단체들 가운데 몇몇 단체로 쏠리지 않는 균형점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제선 대전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는 “사람을 먼저 발굴하고 키우는 게 중요하다. 시민사회에 새로운 역량을 끌어들이려면 지역에 있는 실천적인 학습동아리를 찾아 성장시킨 뒤 조직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진식 기자
새 중간지원조직 ‘충남 시민재단’ 추진 관심 다음달 설립준비위 발족
시민사회기금 조성·배분
“진보·보수 두루 참여 합의” 충남에서도 지역 시민사회의 제2 도약을 위한 ‘충남시민재단’(가칭)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충남시민재단은 시민의 기부와 연대로 건강한 지역사회, 나누는 지역사회, 정의로운 지역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큰 목표로 내걸었다. 먼저 다음달 충남 도내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종교계를 아우르는 각 분야 인사들로 충남시민재단 설립 준비위원회를 꾸릴 참이다. 이후 도내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현황 조사를 거쳐 7월 발기인 총회를 연 뒤 하반기에 정식으로 재단을 설립하는 게 목표다. 재단이 설립되면 추진할 사업 과제들도 추리고 있다. 지역사회 개인·기업의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고,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공익활동 기금을 모으는 데 힘쓴다는 계획이다. 시민사회 기금을 조성한 뒤 투명하고 공정하게 배분하는 몫도 재단이 맡게 된다.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중간지원조직인 엔지오센터를 만들고 지역을 이끌어 갈 이들의 교육훈련도 빼놓을 수 없다. 이밖에 안정적인 시민사회 운동을 위해 정부·기업과의 협약을 통한 물적·인적 자원을 넓히고 국내외 시민재단과 개별 단체들의 연계에도 나서게 된다. 이상선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재단은 민간이 설립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방식이 될 것이고, 진보나 보수 구분 없이 두루 참여한다는 데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 폐쇄적인 관료 권위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치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에서 충남시민재단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대전·광주·부산을 시작으로 대구·충북 등에서 시민재단 또는 시민센터(엔지오센터)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시민재단이나 한국엔지오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충남 지역은 1989년 대전시가 광역시로 승격된 뒤에도 도청이 대전에 있었던 까닭에 주민 참여나 협치 구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해 세밑, 도청이 홍성 내포새도시로 옮기면서 시민사회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전진식 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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