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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앞장서온 기후위기 보도, 정치권·기업에 집요하게 내밀어야

등록 2021-05-14 05:00수정 2021-05-14 08:41

[열린편집위원회]

기후정상회의 온실가스 이슈에
미온적인 정부 비판 따끔했어야

대중 관심 절실한데 전달 아쉬워
장기적·전사적 역량 쏟아 붓길

규제 반대하는 기업 변화도 중요
법·제도 개선과 여건에도 주목을

종 다양성, 해양오염 등 확장하고
생활 속 실천 효능감 느낄 수 있게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기후위기는 더이상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다.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가깝고 큰 위기다. 지난달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기후정상회의에 40개국이 참여해 머리를 맞대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앞다퉈 기존 목표치를 웃도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시한 모습은 기후위기 문제 해결이 인류의 절박한 과제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겨레> 역시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종합일간지 중 처음으로 ‘기후변화팀’을 만들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9기 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은 한겨레의 기후위기 기사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회의에는 김민정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경미 위원(섀도우캐비닛 대표), 김보림 위원(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 김준범 위원(한라홀딩스 부사장), 임자운 위원(법률사무소 지담 변호사), 홍윤희 위원(장애인이동권컨텐츠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황세원 위원(일in연구소 대표)이 참여했다. 한겨레에서는 이봉현 저널리즘책무실장과 김남일 디지털콘텐츠부장, 정환봉 소통데스크가 함께했다.

김민정 이번에 집중적으로 이야기 나눌 주제는 기후위기 보도다. 4월에는 지구의 날과 기후정상회의가 있어 다른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련 보도가 많았다. 아시다시피 지난해 4월 국내 종합일간지 중에서는 처음으로 한겨레가 기후변화팀을 구성해 다른 언론들보다 심층적인 보도를 해오고 있다. 최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시민들이 많아져서인지 다른 언론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후위기 보도가 전체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한겨레의 지난 한달 보도를 평가해보자.

김보림 아쉬운 것부터 말하자면 기후정상회의를 비롯해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많았는데 쓰레기 줄이기, 친환경 쇼핑 등 개인의 실천과 관련한 내용이 지면 보도의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개인의 실천도 의미가 있지만, 기후정상회의 등이 지면에 더 무게 있게 다뤄지지 않아 보여 아쉬웠다. 또 기후정상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명확하게 상향하지 않은) 한국 정부의 모습에 대한 비판이 무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 깊은 기사들도 있었다. 기후위기를 말할 때 국민의힘은 배제 대상처럼 여겨졌다. 국민의힘이 탄소중립과 관련한 별다른 약속이나 입장 등을 내놓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소중립도 진영논리? 4대강 파헤친 녹색성장 못 버리는 국민의힘’과 같은 기사는 야당의 기후위기 인식 정도를 확인할 수 있어 유익했다.

또 ‘온실가스 배출총량 같은데 “감축목표 1차 상향” 팩트체크 해보니’와 같은 기사도 문재인 대통령의 기후정상회의 발언이 어떤 의미인지를 구체적으로 다뤄줘서 좋았다. 기후위기 문제는 환경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주거, 일자리, 세금, 국제사회, 국내 정치, 경제, 먹거리 등 모든 영역과 관련되어 있다.

지면에서도 기후변화팀 기사를 더 반영해주면 좋겠고 다른 부서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기사를 더 중요하게 다뤄주면 좋겠다. 편집국 차원의 의식적인 노력과 지원이 없으면 ‘불난 집에 불이 나고 있다’고 보도하고 마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불이 났으면 누가 불을 냈고, 누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김경미 개인적으로 환경 문제는 배워가는 입장이다. 그래서 기후위기 관련 기사를 더 쉽게 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게 쓰다 보면 기후위기 기사는 전공자, 활동가, 전문가나 관심이 많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기사도 써줬으면 좋겠다. 내년에 대선도 있는데 한겨레가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대선 주자들에게 기후위기 문제를 집요하게 물어보고 답을 받아내는 보도를 해주길 바란다.

환경 문제가 다른 영역과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역할도 해주면 좋겠다. 가령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화력발전소를 폐지해야 하는데, 이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환경과 노동의 갈등이 벌어질 수 있는데 이들이 마주칠 수 있는 계기를 한겨레가 마련하는 방식 등으로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황세원 경제부에서 기후위기 이슈를 더 많이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재계에서는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탄소중립을 위한 각종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폭적인 전환이 어렵다. 기업 역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치나 시민사회와 협력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달 환경부와 행정안전부가 시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열린소통포럼을 열어 탈플라스틱을 주제로 토론했다. 그 자리에서 결국은 생산자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플라스틱을 그렇게 많이 만드는데 소비자가 안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기후위기, 탄소중립 문제를 산업의 문제로 접근해 취재하고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준범 기업에는 환경 이슈가 규제로 다가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실천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그래서 정부나 국회가 기업들이 환경 문제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토요판 기사 중에 인상 깊었던 기사가 하나 있었는데 ‘환경친화 좀 하려는데 왜 나만 피곤해야 하지?’였다. 굉장히 긴 체험형 기사인데 한번에 읽었다. 지금은 기업에 있지만, 예전에 공직 경험을 했었다. 공직에 있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기사를 읽으니 정부가 어떤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지가 눈에 보였다. 이런 기사가 많이 나와서 법,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기업이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환경 문제를 비용만 드는 일이 아닌 그 이상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임자운 최근 기후정상회의 등에서 보인 한국 정부의 태도는 강하게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겨레가 이 문제를 지적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톤이 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 환경 보도가 너무 기후위기에 편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종 다양성이나 해양오염 문제 등도 여전히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인데, 기후위기가 워낙 세계적 이슈다 보니 한겨레도 이 문제만 계속 이야기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한겨레가 기후위기 이슈를 중요하게 다룬다는 점이 잘 전달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지면이나 홈페이지에서 기후위기를 부각해서 다룬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든다. 기후위기 이슈는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하는 이슈다. 당장 주목을 끌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이고 전사적으로 이 문제를 열심히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역량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 전문성을 가진 기자가 꾸준히 해당 사안을 다루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겨레에서 환경 기자라고 하면 최우리 기자가 생각난다. 최 기자의 칼럼은 환경 이슈와 관련해 생각해볼 여러가지 질문을 계속 던져준다. 어떤 분야에 관심이 분명한 기자가 관련한 칼럼과 기사를 계속 쓰는 것은 의미도 있고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홍윤희 시민들에게 재활용이나 쓰레기 줄이기 등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이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있고 효능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령 한겨레가 아이스팩 6만6천개를 재활용한 공무원 기사를 썼는데, 이런 행동이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줄였는지 정량화해서 보여주면 독자들에게 효능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 나도 열심히 해야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행동들이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지 보여주는 방식의 기사를 기획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남일 여러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다. 한겨레가 종이신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기후변화팀이나 젠더팀이 가장 먼저 뛰어들어 디지털 친화적인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쉬움이 드러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전환을 한다고 해서 중요한 기사를 지면에서 안 다루는 것은 아니고 최대한 많은 경로로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기후정상회의 다음날 이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실은 곳은 한겨레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1면이 모두 기후위기 관련 기사였다. 다른 면에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다룬 기사도 있었는데, 비판의 톤이 약했다는 부분은 계속 귀를 열고 잘 듣도록 하겠다. 한가지 고민이 드는 지점은 이른바 ‘기후변화 백래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지금은 기후위기가 하나의 대세가 됐지만, 위기를 부정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고 기업의 반대 목소리도 있다.

기후위기 기사가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보니 간혹 오류도 있을 수 있고 주장이 과도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을 쓰면 반대하는 이들이 귀신같이 잡아낸다. 오히려 역공의 빌미를 제공하는 기사가 될 수가 있어 기사 소재를 선정할 때 이런 부분을 조심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제약들 속에서도 많이 고민하고 또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봉현 기후위기 이슈는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때론 국제 이슈도 되고 정치 이슈도 되고 산업 이슈도 된다. 앞으로 우리 삶의 중요한 변수가 될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언론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한겨레를 포함한 한국 언론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 더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 같다.

김민정 다른 기사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개인적으로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세와 관련해 다른 언론이 ‘사회 환원’이라고 할 때 한겨레가 ‘세금을 내는 것’이라는 입장을 확실히 해줘서 반가웠다. 또 젠더 관련 백래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한겨레가 균형을 잡는 기사나 칼럼을 내줘서 고마웠다.

김경미 평택에서 컨테이너에 깔려 세상을 떠난 노동자 이선호씨의 기사를 1면에 실은 것은 한겨레가 유일했다. 아침에 신문을 받아봤을 때 너무 고마웠다.

황세원 김부겸 국무총리 내정 기사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인터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 당선 기사 등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이들이 대학생 때 총학생회장을 했다거나 학생운동을 한 경력을 쓰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몇차례 당선됐다는 내용은 나오지만 정작 이들이 국회에서 어떤 법을 발의했고 정치인으로 주도한 이슈가 무엇인지는 잘 나오지 않는다.

60살이 넘은 정치인의 이력을 설명할 때 총학생회장 경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요즘 세대에 의미가 있게 다가갈지 모르겠다. 또 하나는 출신 고등학교를 적는 것이다. 전혀 궁금하지 않은 내용이다. 다른 언론도 마찬가지인데, 한겨레부터 바꿔보면 어떨까 한다. 정치인일수록 어떤 의제에 집중해왔는지를 더 부각해서 다뤄주면 좋겠다.

홍윤희 개인적으로 발달장애인의 삶을 다룬 기사(‘엄마, 두번째 집 다녀올게’ 세상으로 나온 최중증 발달장애인)가 인상 깊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정말 정보가 없다. 시기별로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고 코로나 시대에 어떤 활동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앞으로 어디에 취업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너무 궁금하지만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없다. 그래서 이런 기사가 소중하다. 다만 한겨레가 앞서 나온 다른 관련 기사 링크를 묶어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애, 희귀질환, 난치병과 같이 정보가 절실한 사람들에게는 연관 기사를 링크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녹취 설선정

■ 열린편집위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이선호씨 산재 참변 보도

‘한겨레 지향’ 잘 보여줘

9기 열린편집위원들은 2021년 4~5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17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기사는 지난달 22일 경기 평택항에서 일하다 300㎏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이선호씨 관련 기사였다. 이 기사를 추천한 김경미 위원은 “아침에 신문 1면을 봤을 때 고마웠다. 한겨레의 지향을 잘 보여준 기사였다”고 평가했다.

신다은·박준용 사회정책팀 기자

심사평: “역시 한겨레라는 생각을 들게 해준 기사. 신문 1면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줬다.”

2. 내 노동은 1+1도 공짜도 아닙니다

박준용·신다은 사회정책팀 기자

심사평: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숨은 문제점을 잘 짚어준 기사.”

3. ‘환경친화’ 좀 하려는데 왜 나만 피곤해야 하지?

조혜정 토요판팀 기자

심사평: “체험에서 시작해 제도적 문제까지 깊이 있게 드러내 보인 기사. 재미까지 잡아서 한 호흡으로 읽었다.”

4. 총리 4명 갈려도 변치않는 영국의 탄소중립…한국도 가능할까?

최우리 기후변화팀 기자

심사평: “총리가 아무리 바뀌어도 기후위기 문제를 중요하게 다뤄온 영국과 한국의 상황을 잘 비교해 설명한 기사.”

5. ‘엄마, 두번째 집 다녀올게’ 세상으로 나온 최중증 발달장애인

정대하 전국팀 선임기자

심사평: “정보에 목마른 발달장애인 부모에게 소금과 같았던 기사. 장애인을 대상화하지 않는 감수성도 돋보였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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