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들이 일본군 성노예화 사실을 부정해 친일 논란을 부추긴 <반일 종족주의>의 대표 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현 이승만학당 교장)를 초청해 간담회를 연다. 동북아 역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서울에 주재하는 외신기자들 300여명으로 구성된 서울외신기자클럽은 10일 오후 이영훈 전 교수를 초청해 <반일 종족주의>에 대해 질의 응답하는 자리를 갖는다. 서울외신기자클럽 쪽은 “지난달엔 강제징용 피해자를 초청했고 이번엔 이 전 교수가 참석하기로 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당사자들을 불러 질의 응답하는 자리다”라고 밝혔다. 영미권의 한 외신기자는 간담회와 관련해 “정기적이라기보다 사안이 있을 때 게스트를 초청해 의견을 듣는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이라도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국제뉴스로서 가치가 없으면 참고만 하고 기사로 다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사로 다루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친일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의 해명에 그치거나 일방적인 주장을 전개할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제의 식민지배에 대한 이 전 교수의 편향된 시각이 국외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뉴라이트의 대표적 인사인 이영훈 전 교수는 친일 논란뿐 아니라 취재 기자 폭행으로 언론 자유를 위협했다는 비난도 받는 인물이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반일 감정이 고조된 와중에 이 전 교수가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부인하는 주장으로 논란을 빚자, <문화방송>(MBC) 기자가 지난달 4일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찾아갔다가 뺨을 맞고 폭언을 듣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후 전국 241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서울대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정연우 방송독립시민행동 공동대표(세명대 교수)는 “외신기자들이 진실을 찾기 위해 이 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고 문제의식을 드러내면 좋겠지만 과연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국 사회와 동북아 현대사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을 왜곡시킬 수 있어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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