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뉴스9’ 앵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관련 보도 4꼭지로 구성
방통심의위 소위 “진보당 의견만 전했다” 주장과 달리
진보당에 불리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도 함께 내보내
방통심의위 소위 “진보당 의견만 전했다” 주장과 달리
진보당에 불리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도 함께 내보내
11월5일 정부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는 종합편성채널 <제이티비시>의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뉴스9)의 이날치 내용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27일 내놓았다. 정부와 여당이 ‘기계적 중립성’을 빌미로 자신들에게 불편한 종편 뉴스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많다.
공정하지 못했다는 ‘그날’의 뉴스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을까?
지난 5일 ‘뉴스9’은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관련 뉴스를 모두 4꼭지로 구성해 담았다. ‘헌정사상 첫 정당해산 심판 청구…3시간만에 속전속결’, ‘재판관 6명 이상 찬성땐 해산…RO조직원과 연관성 쟁점’ 2꼭지를 통해서는 법무부가 해산심판 청구를 한 사실과 배경 등을 보도했다. 이어 ‘김재연 “유신독재로 회귀…‘진보적 민주주의’ 강령 없다”’ 꼭지에서 김재연 진보당 대변인 인터뷰를 내보냈다. 마지막 네번째 꼭지에서는 전문가 인터뷰가 이어졌다. 한국헌법학회 기획이사인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출연시켜 ‘정당해산 청구, 절차적 문제없나? “극단적 제도…신중해야”’ 꼭지를 내보냈다.
방통심의위가 문제 삼는 것은 ‘뉴스9’이 정부에 부정적인 의견만 내보냈다는 점이다. 방통심의위는 27일 방송소위원회를 열어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사건을 다룬 ‘뉴스9’이 ‘정부 조처에 부정적인 사람들의 의견만 전했다’는 민원 안건을 심의했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소위원회에서 ‘뉴스9’ 보도가 진보당 쪽 의견을 많이 전하고 그에 반대하는 쪽 내용은 적게 보도해 균형을 갖추지 못했고, 손 앵커가 공정한 진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는 겉으로 ‘기계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9’에서 정부 시책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목소리는 김재연 대변인과 김종철 교수를 통해 나왔다. 하지만, 김재연 대변인이 해산심판의 당사자가 된 입장에서 정부 시책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김 교수는 헌법학자의 입장에서 본 정당해산심판청구 사태를 언급했다. 어느 편에 치우쳤다기보다는 정당해산심판 제도의 의의와 진보당 해산심판청구의 맥락을 집는 내용이었다. ‘기계적 중립성’은 지키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어느 한 편으로 치우쳤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뉴스 구성과 내용이었다.
게다가 방통심의위는 4꼭지의 관련 뉴스와는 별도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터뷰에도 해산심판청구 관련 내용이 있었던 점을 문제삼았다. 손 앵커는 취임 2돌을 맞은 박 시장과의 인터뷰에서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견해를 마지막 질문으로 던졌다. 그러나 박 시장은 “사법부나 헌재가 잘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정부로서는 그렇게 (정당해산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는 ‘중립적’ 견해를 밝혔다. 여당 쪽 심의위원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을 출연시킨 것 자체를 트집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또한 자체 여론조사 내용을 담는 ‘뉴스9’ 고정 꼭지에서는, 진보당에 불리할 수 있는 여론조사 내용도 내보냈다. 이날 여론조사 꼭지에서는 정부의 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헌법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적절한 조치’라는 의견이 47.5%, ‘헌법에 보장된 정당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조치’라는 의견은 22%, ‘이석기 의원 등 통진당 간부의 재판 결과가 나온 뒤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은 19.3%였다. 손 앵커는 “전체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이번 정부조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앵커 멘트를 덧붙였다. 전혀 문제될 게 없는 멘트인 셈이다.
그럼에도 방통심의위의 정부·여당 추천 위원 3명은 ‘뉴스9’이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를 위반했다며 재승인 심사 때 감점 대상이 되는 법정제재 의견을 내놨다. 중징계에 해당한다. <제이티비시>에 대한 제재는 다음달 5일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인데 여야 심의위원이 6 대 3 구조여서 중징계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연 기자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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