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협, TV조선 인용 보도 관련 김시곤 국장 신임 투표 결의
김 국장 “근거 없는 신임 투표…사규에 따라 엄정 처리”
김 국장 “근거 없는 신임 투표…사규에 따라 엄정 처리”
<한국방송>(KBS) <뉴스9>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관한 <티브이조선> 보도를 대대적으로 인용 보도한 것을 문제 삼아 한국방송 기자협회가 김시곤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결의하자, 김 국장이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인사권을 내세워 기자들을 겁박하고 있다”고 반발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김시곤 보도국장은 4일 한국방송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티브이조선 보도는) 모든 중앙언론사들이 인용 보도할 만큼 뉴스 가치가 매우 높아서 톱으로 처리했다. 임의단체인 기자협회가 근거도 없이 보도국장을 평가해서 조직의 근간을 흔든다면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며 기자협회의 문제 제기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한국방송은 지난달 30일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해, 아이의 어머니 집에서 보모로 일했다는 이아무개씨의 증언을 담은 티브이조선 보도 내용을 끌어와 톱 뉴스를 포함해 두 꼭지로 인용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들 사이에서 인용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움직임이 일었고,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2일 총회를 열고 85.1%의 찬성률로 김 국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날 올린 글에서 김 국장은 “당일 공중파 3사는 물론 익일 모든 신문, 심지어 채동욱에 극도로 우호적이며 야당의 주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이른바 진보매체인 <한겨레>와 <경향신문>까지도 (티브이조선 보도를) 받았다”며 티브이조선이 보도한 내용의 뉴스 가치가 높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방송 뉴스를 타도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뉴스타파>의 취재 내용을 그대로 받은 전례가 있다. 종편 보도를 받았다고 문제 삼는 것은, 진보매체의 보도는 받아도 되지만 보수우파 매체의 보도는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전형적인 정치적 프레임이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물먹은’(낙종한) 기자들이 물먹은 것을 왜 적극적으로 받았냐고 보도국장을 탓하면서 신임을 묻겠다고 한다면 이것은 심히 잘못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곧 사내게시판에 올린 성명에서 김 국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기자협회는 “뉴스 가치가 있고 시청자가 궁금한 사항이라면 그 소스가 어디에서 나왔든 간에 그걸 인용해 보도는 할 수 있지만, 너무 지나쳤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현 정권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조선일보의 이중대’ 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 있는 비난의 소지가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자협회 쪽은 “그동안 국정원 사건이나 촛불집회, 삼성 자녀 특례입학 부정 등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편집으로 일관해 일선 기자들의 반발을 사놓고, 이번 채 전 총장 사건은 진실 여부를 놓고 당사자들이 법적 공방을 벌이는 중인데도 타사의 보도를 검증도 없이 재방송 수준으로 보도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기자협회는 임의단체이고 보도국장인 나를 평가할 수 없다’고 겁박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일선 기자들과 소통을 하고 한국방송 뉴스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길 후배들은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 국장은 다시 글을 올려 “협박은 기자협회가 하고 있다. 기자협회의 정치적 편향성이 드러난 만큼 보도국장 직선제를 해선 안되는 이유도 밝혀졌다”고 재반박했다.
김 국장이 밝힌 입장에 대해 한국방송 내부에서는 또 다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엄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오는 10일 전국중앙위원회에서 강도 높은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방송노동조합(1노조)은 오는 8일 공정방송위원회 소집을 사쪽에 요구한 상태다.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공정방송위원회를 지켜보고 신임 투표 일정을 정할 계획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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