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소식과 사진을 올리고 공유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지하철 안에서 승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소셜미디어와 저널리즘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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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제치고
최다독자 온라인매체로
비결은 ‘댓글’ 우선
뉴스는 ‘참고자료’였다 “이제 19세기나 20세기의 언론인과 결별할 때다.” 17년 동안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총괄 편집장으로 일하며 이 신문을 세계 최강의 온라인 매체로 혁신한 앨런 러스브리저가 올 초 누리집에 올린 말이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로 정보를 올리고 공감하고 이야기하는 ‘참여군중’(smart mobs)이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 덕분에 소통능력이 극대화된 시민들은 대중매체가 제공하던 공론장이 아니라 ‘네트워크화된 공론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손쉽게 공적인 담론으로 전환하게 된다. 뉴스를 소셜미디어에서 읽고 보는 경향은 20~40대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언론진흥재단이 ‘뉴스를 소비할 때 주로 활용하는 미디어가 무엇인가’를 물어본 결과, 트위터라는 응답이 5.6%로 나왔다. 포털 및 인터넷신문(61.1%), 텔레비전(24.3)에는 뒤지지만 종이신문(4.3%)을 앞질렀다. 미국·영국 등 다른 나라의 예를 볼 때 이 비율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모바일 환경에서 소셜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가입자는 2700만명으로, 지난달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50%를 넘어섰다. 스마트폰에서 뉴스는 여전히 인기가 있어, 콘텐츠로만 보면 게임·오락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소비된다.(방송통신위원회 2010.10) 소셜미디어에서 뉴스를 읽는 것은 신문·방송에서 뉴스를 대하는 것과 많은 점에서 다르다. 마치 친구가 좋다고 추천한 영화를 보러 가는 것처럼 신뢰와 정감을 더 느끼기에 읽는 뉴스의 영향력이 커진다. 리트위트(RT)를 하거나 ‘좋아요’를 누르고 링크를 걺으로써 뉴스를 선별하고 강조해 무엇이 많은 사람이 중시하는 문제인지 보여준다. 또 뉴스에 자신의 의견을 첨가하고 수정, 보완하는 과정에서 집단지성을 발휘해 지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를 볼 때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뉴스는 ‘단일한 진실’이라기보다는 일상에서 남에게 듣고 나도 전해주는 ‘이야기’와 같은 것이다. 박선희 조선대 교수(언론학)는 최근 학회 발표에서 “소셜네트워크는 뉴스 소비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마을 어귀 정자나 공동 우물가 같은 장소로 인식하게 한다”며, 이 이야기 공간에서 “사람들은 일과 놀이의 융합으로써 끊임없이 생산되고 재생산되며 소비되는 사회적 결속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소셜미디어가 만드는 ‘이야기 공동체’는 참여와 공유를 중시하는 미래의 시민들이 뉴스를 소비하기 위해 머무는 주된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에 범람하는 정보를 일일이 수용할 수 없는 시민들은 점점 더 자신이 좋아하는 공동체 안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통해 뉴스를 거르고 필요한 정보만 얻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신문·방송 등 전통 미디어는 네트워크화된 시민이 시간을 보내고픈 장소가 되어야 한다. 전통 미디어는 여전히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뉴스의 70%를 생산해 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 <에이피>(AP) 통신의 짐 케네디 전략담당 부사장은 “미래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하기보다, 그들이 어디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싶어하는지를 파악하라”고 말한다. 이를 일찍 간파해 성공한 대표적인 매체는 미국의 <허핑턴 포스트>다. 이 매체는 지난해 <뉴욕 타임스>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독자가 찾는 온라인 매체로 올라서며 아메리카 온라인(AOL)에 3억1500만달러에 팔렸다. 허핑턴의 ‘유저 참여형 소셜뉴스 전략’은 한마디로 물고기가 놀도록 ‘인공 어초’를 넣은 것과 같다. 독자에게 소셜뉴스라는 화면을 따로 제공해 댓글을 매개로 친구를 모으고, 기존 소셜네트워크의 친구를 끌어오고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와 연동해 댓글을 쓰고 누르면 바로 자신의 페이지에 게시된다. 이는 다른 언론사도 하는 것이지만 허핑턴에서는 댓글이 우선이고 뉴스가 참고자료인 점이 다르다.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의 지명도, 필력 있는 블로거 250여명이 올리는 포스팅도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을 다른 매체의 2배에 이르도록 독자를 붙잡아 놓은 게 주효했다. 조영신 에스케이(S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허핑턴 포스트>의 성공 비결은 독자를 변방이 아닌 주인으로 대우한 점”이라며 “인터넷 매체의 쌍방향성을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포장해 정착시켰다”고 보고서에서 분석했다. 아리아나 허핑턴도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자기표현은 새로운 오락”이라며 “사람들은 정보를 소비할 뿐 아니라, 자신도 정보활동에 참여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충동을 이해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미래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생산하고 소비하는 독자의 등장은 직업 언론인의 역할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이미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기자가 엄격한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쳐 제시해 주는 뉴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언론인의 역할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특히 정치·경제의 깊숙한 권력은 언론의 전문성과 조직력이 없으면 감시하기 어렵다. 역할이 사라졌다기보다는 이를 수행하는 방법이 달라졌다고 해야 한다. <우리가 미디어다>의 저자인 댄 길모어는 “과거의 저널리즘이 강의였다면 소셜미디어가 등장한 이후는 대화 또는 세미나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선 엘리트 냄새가 나는 ‘게이트 키퍼’에서 벗어나 대중과의 협업과 소통을 책임지는 ‘뉴스 관리인’이 언론인에게 새롭게 주어진 역할이다. 뉴스를 내보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먼저 퍼져나간 뉴스에 반응하고, 확인하고, 맥락을 부여해 시민들과의 대화 밀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에 난무하는 정보와 주장 가운데 사실 여부를 판별하고,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엮어 쉽게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미국 <스테이츠먼>의 로버트 퀴글리 소셜미디어 에디터는 “소셜미디어가 기자를 대체할 것이라고 하지만 바로 이런 기능들 때문에 (기자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기자가 아는 것은 제한되고 혼자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광범한 대중의 지식, 뛰어난 전문가의 역량을 엮어내어 취재를 해야 한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얻고 경험하는 정보를 공유하고 제공하도록 하는 ‘집단협업(crowdsourcing) 저널리즘’이나 ‘오픈 저널리즘’은 2008년 인도 뭄바이 폭탄테러, 2011년 영국 도심폭동 보도 등 일상적인 보도나 탐사보도 등에서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영국 <가디언>이 오픈 저널리즘을 선언하며 올 2월부터 내보내는 광고의 한 장면. 가디언 누리집
시민들이 파헤쳐
“보험금 노린 범행이었다”
그러나 또다시 반전…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가 올 2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텔레비전 광고에 등장했다.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의 혁신을 꾸준히 모색해 온 <가디언>이 ‘열린 저널리즘’(Open Journalism)을 전면적으로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25년 만에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낸 것이다. 광고는 동화와 달리 경찰 특공대가 막내 돼지의 집을 급습해 삼형제를 체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굴뚝을 타고 들어오다 끓는 물에 빠져 죽은 ‘미스터 늑대’의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은 충격으로 들끓는다. 정당방위라거나 너무 심했다는 의견으로 갈린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석연치 않은 점들이 드러나고 시민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에 자료와 의견을 올리며 기자들과 함께 사실 확인에 나선다. 한 시민은 버스 안에서 늑대가 천식약을 복용하는 폐회로 화면을 찾아내어 공개한다. <가디언>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천식을 앓던 늑대가 강력한 입김을 불어 볏짚과 나무로 지어진 첫째와 둘째 돼지의 집을 부술 수 없음을 증명해 보인다. 결국 이 사건은 보험금을 노린 삼형제의 계획적인 범행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여론이 다시 반전한다. 돼지 삼형제의 범행 동기가 주택담보대출금 상환 부담 때문이란 게 드러나며 소셜미디어에는 비슷한 고통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는 이윤만 추구하는 은행들을 성토하는 목소리로 바뀌고 금융시스템 개혁을 요구하는 성난 시민들의 시위로 이어진다. <가디언>은 늑대 살해 사건이 금융의 공공성 회복이란 이슈로 발전하는 과정에도 시민들과 함께한다. 광고는 ‘전체적인 그림’(whole pictures)이란 자막과 함께 끝난다. 사안의 전모를 파악하고, 이를 공적인 이슈와 연결하려면 디지털 미디어로 연결된 시민과 직업기자의 역량이 결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가디언>의 앨런 러스브리저 총괄 편집장은 “이 광고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편집 전략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디언>은 2009년에도 시민과 전문가의 참여를 엮어 다국적 무역회사 트라피휘라의 폐수 방류 사건을 파헤쳤다. <가디언>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해변에 폐수를 무단 투기해 8만5천명이 치료를 받아야 했던 이 사건에서 트라피휘라가 폐수 방류의 악영향을 미리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보고서를 입수했다. 하지만 회사의 요청으로 법원이 보도를 금지한다. <가디언>의 편집장은 트위터에 말할 수 없는 이유로 보도를 금지당했다고 올렸고, 이후 광범위한 시민들이 유엔의 보고서 등 관련 자료 확보에 동참한다. 결국 사흘 만에 위키리크스에 문제의 보고서가 공개되게 된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던 회사의 시도를 시민과의 협업으로 돌파한 것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저널리즘을 위한 <가디언>의 노력은 편집회의를 공개하는 대담한 시도로 나타난다. <가디언>은 그날그날의 지면계획을 누리집의 ‘뉴스리스트’ 항목에 올리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출고될 기사의 요지와 작성할 기자가 표시되기 때문에 의견이나 정보가 있는 독자는 뉴스 제작에 곧장 동참할 수 있다. <가디언>은 독자가 참여해 어떤 기사가 생산됐는지를 매일 공개하고 있다. <가디언>은 또 런던 킹스크로스의 편집국을 공개하고 편집간부들과도 만나는 오픈위크엔드 행사도 열어 독자와의 접점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연재싱크탱크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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