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탁판매 일반적…투명성 중시
미국 직접영업이 대세…선정성 시끌
미국 직접영업이 대세…선정성 시끌
방송의 공공성을 중시하는 유럽에선 케이블 방송이라 하더라도 미디어렙을 통한 광고 위탁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프랑스의 공영 렙 ‘에프테페’(FTP)는 공영방송 <프랑스 텔레비전>뿐 아니라 <유로뉴스>와 <디스커버리> 등 20개 케이블·위성채널의 광고를 위탁 판매한다. 민영 렙 ‘테에프1 푸블리시테’도 <유로스포츠>, <디즈니> 등 13개 케이블·위성채널의 광고를 함께 판다. 영국의 민영렙 ‘아이티브이 커머셜’은 지상파 <아이티브이>와 함께 <그라나다 플러스> 등 케이블채널의 광고 판매를 맡고 있다. 유료 방송 채널은 너도나도 직접 광고영업을 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이 나라들 역시 렙 위탁이 강제 규정은 아니다. 하지만 위탁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에 간접 광고영업을 선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풀이다. 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광고영업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한 요인이다.
1공영 3민영 렙 체제인 프랑스의 경우, 방송 광고 거래 주체는 광고요금 등 모든 거래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1993년 제정한 방송법(사팽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방송사가 위세를 부려 과도한 광고 수주를 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법은 또 방송사에 렙 설립을 허용하되 렙의 연간 영업목표를 제외한 광고판매 활동, 요금 책정 등 일체의 경영 행위에 간섭할 수 없도록 했다. 광고영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두남 한국방송광고공사 광고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유럽 나라에서는 미디어렙 소유 및 경영의 분리 원칙에 따라 방송사가 미디어렙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광고 판매 또한 시청률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방송사가 보도 영향력을 앞세워 광고를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에서 방송사가 자사 렙을 설립하더라도, 보도와 광고의 칸막이가 무너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상파 민영방송이 없는 네덜란드의 경우 아예 1공영 렙 체제다. <엔오에스1>(NOS1) 등 공영 지상파방송 3곳의 광고를 공영 렙 ‘스테르’(STER)가 판매한다. 이 나라가 오랜 논의 끝에 합의한 방송광고 정책의 핵심엔 △독립적인 광고판매 기구 설립 △신문·잡지 등 인쇄매체에 방송광고 수입 지원 등이 있다. 미디어 다양성 구현을 위한 작은 매체 지원이 방송광고 정책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반면, 민영방송 중심인 미국에선 직접영업이 대세다. 공영방송 <피비에스>(PBS)를 제외하고, 4대 지상파 <시비에스>(CBS)와 <엔비시>(NBC), <에이비시>(ABC), <폭스티브이> 등 대다수 상업방송이 렙 없이 직접 영업을 하고 있다. 이남표 문화방송 전문연구위원은 “직접영업이 일반적인 미국에서는 방송 편성과 광고 바꿔치기, 시청률 지상주의에 따른 선정성 문제 등이 꾸준히 불거져왔다”고 지적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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