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동일한 사업 모델이면서도 규제는 훨씬 적게 받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이 방송광고를 직접 파는데, 우리만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독점 체제에서 비싼 수수료 내면서 광고를 팔 수는 없다.”(성회용 <에스비에스>(SBS) 정책팀장)
“종편이 직접 영업하고 에스비에스가 자사 미디어렙을 만들어 광고영업 성과를 올린다면, 문화방송도 미디어렙 설립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이남표 <문화방송>(MBC) 전문연구위원)
종편의 방송광고 직접영업이 에스비에스와 문화방송 등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판매 방식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광고시장이 정글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에스비에스의 지주회사인 에스비에스미디어홀딩스는 다음달 초 자사 미디어렙 설립을 목표로 최근 미디어렙 준비기구인 ‘엠아르(MR·미디어렙) 설립기획단’을 꾸렸다. 지주회사가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하는 자사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영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언론학자들은 자사가 경영권을 틀어쥔 미디어렙을 통한 영업은 사실상 직접 광고영업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한다.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하더라도 방송사나 신문사의 출자를 금지하거나, 허용하더라도 30%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게 언론단체 쪽의 주장이다.
문화방송도 올해 초 ‘전략사업 티에프(TF)’를 꾸리고 구자중 광고기획부장을 팀장으로 발령했다. 문화방송은 방송광고 시장의 변화에 따라 미디어렙 설립을 대응방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겠다는 태도다.
두 방송사의 ‘잰걸음’엔 종편 4사의 광고 직접영업이 본격화하면 적잖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으리라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0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 등을 보면,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는 지난해 5~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각각 서울 본사 기준으로 5249억원과 5067억원의 광고수익을 올렸다. 광고를 직접 판매하는 한 보도채널의 평균 시청률은 0.5% 안팎, 광고수입은 721억원이었다. 이 보도채널 사례에 비춰 종편 4사가 단기 목표로 설정한 1%의 평균 시청률을 뽑아낸다면 각 사마다 1400억여원의 광고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태섭 동의대 교수(광고홍보학과)는 “종편이 개국 이후 1% 정도의 시청률을 돌파하고 조·중·동 등 신문처럼 공격적인 직접 광고영업을 전개한다면, 지역방송과 중소 피피는 물론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상파 방송사의 자사렙 설립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방송 제작 및 편성과 광고를 제도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수준의 미디어렙 법안 마련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에스비에스와 문화방송의 움직임에 지역방송과 케이블방송 등 중소 방송사들과 언론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케이블방송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피피·PP)협의회는 지난 10일 성명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독자적 광고영업에 나선다면 일반 피피는 광고시장에서 점점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조준상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17일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가 종편의 직접영업을 구실 삼아 독자 미디어렙 설립을 추진하거나 검토하는 것은 자신들도 이번 기회에 사실상 직접영업에 나서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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