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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편집국 간부 출신 “한번 보자”…기업들 ‘골머리’

등록 2011-08-29 21:13

‘언론노조 총파업 지지 연대회의’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최한 미디어렙법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이 미디어렙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통해 조·중·동 종편을 견제하자는 취지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대회의엔 민주당 등 야 5당과 참여연대 등 400여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언론노조 총파업 지지 연대회의’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최한 미디어렙법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이 미디어렙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통해 조·중·동 종편을 견제하자는 취지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대회의엔 민주당 등 야 5당과 참여연대 등 400여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홍보예산 줄여야 할 판에…” 대응방안 전전긍긍
종편들 은근한 압박…홀대하자니 보복 두려워
“이 자리에 오래 못 붙어 있을 것 같아요.”

요즘 대기업 홍보담당 임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조선·중앙·동아·매경 4개 종합편성(종편) 채널이 개국을 앞두고 직접 광고영업에 뛰어들 태세여서 자리를 보전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것이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있던 홍보 예산도 줄여야 할 판에 종편들이 죽기 살기로 덤벼들면 홍보담당으로서 진퇴양난이라는 얘기다.

줄 ‘떡’은 턱없이 부족

종편 쪽의 요구는 아직은 두루뭉술하다. 광고담당자들을 만나더라도 구체적으로 얼마를 달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열심히 할 테니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정도다. 하지만 행간의 ‘메시지’는 꼭 남긴다. 4대 그룹의 한 홍보임원은 “프로그램 제작 추진 상황을 얘기하면서 ‘이 정도는 도와주셔야죠’라고 농담투로 슬쩍 수치를 흘리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 홍보담당 임원들을 더욱 옥죄는 것은 다른 종편보다는 광고를 많이 줘야 한다는 압력이다. 그럴 땐 “노력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일단 자리를 모면하는 수밖에 없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분위기로 볼 때 추석이 지나면 종편들이 본격적으로 광고나 협찬 금액을 얘기해올 것 같다”며 “수험생처럼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담당 임원들에게 종편 광고담당자들의 전화는 스트레스 그 자체다. 그냥 얼굴 한 번 보자는 식인데도 대부분이 신문사 편집국 고위 간부 출신이어서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큰 기업의 홍보담당 임원들은 오너에게 불똥이 튈까 더욱 신경이 쓰인다.

기업들은 줄 떡은 한정돼 있는데 줘야 할 곳은 많다고 하소연한다. 종편 4곳이 한꺼번에 광고시장에 뛰어들어 생존경쟁을 벌이게 만든 정부의 종편정책에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종편 4곳과 보도채널 2곳이 살아가려면 최소한 연간 6000억원가량이 필요한데 기업들이 늘릴 수 있는 홍보 예산은 고작해야 2000억원을 넘지 못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처지가 난감해졌다”고 말했다.

기업들 자구책 짜기 분주


기업들은 종편의 요구에 대응할 방안을 짜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문과 종편을 합쳐 기존 광고물량에 20~30%를 얹어 배정한 뒤 안에서 나누게 하는 쪽으로 원칙을 정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티브이조선>을 예로 들면, <조선일보>에 주던 광고와 협찬을 20%가량 늘려 배정하고 <티브이조선>과의 분배 비율을 스스로 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신문에 주던 광고나 협찬을 종편 몫으로 돌릴 생각을 하는 기업들도 있다. 광고 효과 극대화란 명분을 내세워 영향력이 떨어지는 신문의 광고를 줄여 종편한테 주겠다는 것이다. 한 대형 유통업체 홍보담당 임원은 “광고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발행부수가 2만~3만부밖에 안 되는 신문에 주던 광고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 종편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험삼아 올 하반기부터 영향력이 떨어지는 신문들의 광고를 삭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략들은 홍보담당 임원 처지에서 보면 ‘목’을 거는 모험이다. 광고를 삭감당한 신문사들의 반발과, 기사를 통한 공격이 뒤따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룹과 계열사, 홍보실과 마케팅본부가 서로 종편 업무를 떠넘기는 행태도 벌어지고 있다. 한 대형 통신업체 임원은 “내부적으로 4대 그룹이 틀을 잡아주면 눈치껏 따라간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종편 뒤끝이 무섭다

기업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종편보다는 그 뒤에 있는 신문의 위세다. 현재 종편 4곳은 뒤에 각각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를 두고 있다. 종편을 홀대하면, 이들 힘센 신문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신문이 종편과 함께 나서 공격하는 상황도 걱정된다. 종편 뒤에 있는 신문이 나서는 상황은 종편 컨소시엄에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이미 경험했다. 종편 컨소시엄 참여를 거부한 기업들은 신문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 했다. 후환이 두려워 다른 종편 컨소시엄에 투자한 금액과 같은 액수를 부르면 “어떻게 우리와 거기를 똑같이 취급할 수 있느냐”는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기업들은 종편이 잘돼도 걱정이다. 협찬과 관련해 기업이 종편에 매달리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4대 그룹의 한 홍보담당 임원은 “공중파의 인기 작가와 프로듀서들이 종편으로 대거 옮겼다”며 “종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경우, 기업들이 서로 협찬 및 간접광고 기회를 얻기 위해 아우성을 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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