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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시사프로그램, 외국선 ‘심의 대상’서 제외

등록 2008-07-15 21:13수정 2008-07-15 22:23

방통심의위 오늘 ‘공정성’ 심의
영·독 등 공영방송 공정성 손상 우려 자율에 맡겨
방통심의위 ‘피디수첩 심의’ 추상적 잣대와 딴판
“논쟁과 비판 영역…정부 제재 방송 위축 부를 것”

<문화방송>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4월29일·5월13일 방송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정성·객관성 심의’가 16일 오후 열린다. 전문가들은 외국의 경우 시사보도프로그램은 아예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여론 형성을 위해 폭넓은 언론자유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공정성 등 모호한 개념으로 제재를 가할 경우 방송 자율성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외국에선? 언론자유를 중시하는 서유럽 국가에서는 선정적 프로그램에 심의의 초점을 맞추거나,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을 분리해 공영방송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심의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 제재 기관이 개입하는 순간 공정성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방송심의를 전담하는 커뮤니케이션청(Ofcom)이 상업방송은 심의하지만 유일한 공영방송인 <비비시>(BBC)의 시사보도 영역은 심의하지 않는다. 이는 정치 사회적으로 중요한 공론장은 철저하게 독립성을 보장해 준다는 사회적 합의가 응축된 결과다. 대신 <비비시> 관리감독기구인 ‘비비시 트러스트’에서 ‘자율심의’를 한다. 시청자 불만이 들어오면 ‘비비시 트러스트’에 소위원회가 꾸려지고 비비시 자체 지침에 따라 조처를 취하고 그 결과를 시청자에게 알려준다. 독일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공영방송 <쳇데에프>(ZDF) 등의 시사보도 프로는 자체 심의에 맡기고 있다.

미국은 심의 목적 자체가 아예 ‘어린이·청소년 보호’에 맞춰져 음란물과 선정적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다. 1980년대 레이건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 밖의 내용규제에 관해서는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지상파 방송사 <시비에스>(CBS)의 경우, 2004년 대선 때 부시 후보에 관한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회문제가 됐음에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개입하지 않았다.

■ 피디수첩 심의 둘러싼 논란 우리는 방송법 32조 1항에 방송통신심의위가 ‘공정성·객관성 심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의 내용이 공정성과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의 여부와 공적 책임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로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은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포괄적 규정은 최대한 방송의 자율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라며 “모호한 개념으로 제재를 가하면 방송을 위축시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일부 위원들은 피디수첩 심의를 위해 공정성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위원은 “심의기구가 제작자의 의도를 조사하거나 변론을 듣는 기관도 아닌데, 방송 뒤 두세달 동안 전개된 상황을 감안해서 공정성 잣대로 삼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보도영역의 공정성과 공공성의 문제는 시청자와 방송사, 그리고 이해당사자의 논쟁과 상호비판의 영역이지 공공기관의 제재 대상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16일 심의에서 피디수첩 제작진의 의견을 청취한 뒤 그간 나온 오보 논란과 관련한 모든 쟁점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심의위원은 “의견진술은 대개 ‘주의’ 이상의 제재조처를 하려 할 때 밟는 순서로 그날 결론을 내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제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에 대해 양승동 한국피디협회장은 “여권의 의도에 편승해 부적절한 결정을 내리면 불복과 동시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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