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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미디어 전망대] ‘피디수첩’ 다시 보기

등록 2008-07-15 21:11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미디어 전망대
<문화방송>이 지난 4월 말 방영한 광우병 위험 관련 ‘피디수첩’을 해당 홈페이지에 가서 다시 보았다. 방송심의기관이 나서고, 유례없이 방송내용을 수사한다며 검사 5명이 동원될 정도라니 필자가 뭔가 놓친 게 없는지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프로그램 내용은 미국에서 주저앉는 소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들 소가 광우병에 걸렸는지 여부를 모른 채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인간광우병 의심 환자 사망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엽적인 번역 문제와 관계없이, 맥락은 사망자의 어머니는 물론, 미국 현지 방송과 보건 당국이 인간광우병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적 내용이다. 사실, 이런 내용도 잠시일 뿐 나머지 대부분은 조급한 광우병 협상에 대한 고발로 이어진다.

방송기자 경력이 있는 필자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본다. ‘졸속협상 결과 우려’가 주제인 시사고발에서 어느 전문 제작진도 ‘피디수첩’ 방영분과 크게 다른 결과물을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저앉는 소의 방송 분량을 조금 줄이는 게 좋았겠지만 이들 소에 대한 관리 부실을 광우병 위험과 연결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사회적 합의 없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는 긴급한 시점에서 경고를 해야 했던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일상의 기준으로 돌이켜볼 수는 없다. 개별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그것이 방영되었던 상황적 맥락 속에서 평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시공을 초월해 문제가 될 것이 없는 프로그램’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시사고발 프로그램 장르는 없어져야 하고 정통 다큐멘터리만 남겨야 한다.

그래도 구태여 차분치 못함을 지적해야 한다면 그 대상은 좁게는 한국 텔레비전 저널리즘, 좀더 넓게는 한국 언론 전체가 되어야 한다. 한편으로, ‘피디수첩’이 정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죄라면 민주화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일방적 비판·비난 기사들이 먼저 처벌받아야 한다. 또한 ‘피디수첩’만 있고 다른 언론은 없다면, 방송만 있고 신문은 없다면 일방적 주제 또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막강한 정부와 주류 신문사들이 반대 주장을 충분히 펼치고 있었다.

최근 문화방송 사람들을 만났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며 걱정을 늘어놓는다. 미디어 정책권을 지닌 정부와 싸워서 득볼 게 없다며 어느 선에서 타협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이미 언론자유 침해의 효과는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사법처리 결과와 상관없이 이제 이러한 프로그램은 웬만해서 기획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뜻을 잘못 알았다며 고개를 조아리고 이로 인해 추가협상을 해냈다던 여권이다. 이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국민을 자극했다며 특정언론을 찾아가 손을 올리는 것은 너무 치졸하며 부당하다. 정부는 ‘피디수첩’에 의해 ‘호도된 국민의 뜻’을 따라 추가협상을 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피디수첩’과 상관없이 국민의 뜻은 맞았다면 국가기관들이 나서서 이렇게도 호들갑을 떨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의 방송은 위협에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2003년 영국 정부는 <비비시>의 이라크 관련 보도가 오보라며 ‘허튼 위원회’를 구성, 결국 비비시 이사장과 사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러나 이 사건 직후 비비시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더 올라갔고 정부의 신뢰도는 오히려 하락했다. 정부는 언론을 혼내줄 수 있다. 그러나 결코 시민의 마음을 쉽게 바꿀 수는 없다.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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