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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카더라’식 뒷이야기 취해 ‘선정보도’ 고질병 또 도졌다

등록 2007-09-18 18:59수정 2007-09-19 18:26

미국에 머물다 16일 입국한 신정아씨가 검찰 수사관들에 이끌려 서울 서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취재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언론의 인권 침해가 잇따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미국에 머물다 16일 입국한 신정아씨가 검찰 수사관들에 이끌려 서울 서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취재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언론의 인권 침해가 잇따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신정아 언론보도 문제점 보니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과 관련해 언론 보도가 알몸사진 등 선정성뿐 아니라 익명 보도, 성 차별적 보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언론 시민연합(민언련)은 신씨 사건이 8월25일을 계기로 권력층 비호 의혹으로 이동하면서 언론이 지나치게 ‘카더라’식 문제제기와 인권 침해를 하고 있다고 18일 지적했다. 민언련이 8월16일부터 9월17일까지 한 달 동안 10개 종합일간지를 모니터한 결과다. 민언련은 언론들이 8월25일 전까지는 학력위조와 관련하여 학벌주의 사회의 구조적 비리를 짚는 언론과 개인적 도덕성 비판에 방점을 찍는 언론으로 구분되었다고 분석했다.

■ 민언련 10개 신문 분석=민언련은 14일치 <경향신문>의 ‘다채로운 남성편력 …“잠 못 드는 유력 인사 많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모든 취재원이 익명이라는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 문화예술인 ㅎ씨, 한 중견 문화인, 모 은행 대표, 미술담당 기자, 유명 미술가의 아들이며 역시 미술인, 신정아씨와 선을 보았던 30대 남성, 후원을 해주었던 기업체 간부 등등 모두 익명으로 처리되어 민언련은 “정상적인 기사라기보다는 소설에 가깝다”며 “익명 취재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인격권을 마구 침해”하였다고 혹평했다. 13일치 <문화일보>의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 ‘성로비로 처벌 가능한가’, <서울신문>의 ‘신씨, 진짜 애인 따로 있다?’ <중앙일보>의 ‘여자라서 출세하기 훨씬 쉽다’는 제목의 기사는 “기존 보도에서 더 나아간 구체적인 입증은 부족한 상태에서 모두 신씨가 여자로서 뭔가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뉘앙스를 담은 내용들의 보도”라고 민언련은 분석했다. 또 8월25일치 <조선일보> ‘신정아씨 사실상 신용불량 빚 1억여원, 개인회생 신청’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신씨와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은 신씨가 밥을 사면 항상 두둑하게 가져온 현금으로 계산했다”며 “현금을 대준 후원자도 신씨를 보호한 권력층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라고 보도했는데 민언련은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방식이라고 지목했다.

■ 고질적 성 차별=한국언론재단은 18일 ‘신정아 사건과 언론 보도’라는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와 사회를 맡은 유선영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언론은 처음부터 허위학력 문제보다 젊은 여성으로서 신정아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더 관심을 가졌다”며 “언론의 고질적인 젠더 차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 일부 보수언론의 정파적 공격 저널리즘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신문사와 다른 정파에 있는 정치권력이 개입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신문이 이런 기사를 적절히 악용, 활용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언론은 신씨 사건뿐 아니라 황우석 사건이나 린다김 사건 등 사회적으로 예민한 문제가 터지면 적나라하게 품격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파행적 보도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언론이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 교수는 “국민이 알지 않아도 될 사안까지 언론이 보도를 하면 민주적 공론장이 오염되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객관보도와 공정보도의 전략을 차근하게 되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언론노조는 17일 알몸사진 게재와 관련한 성명을 내어 “문화일보는 반성은커녕, ‘국민의 알 권리’ 운운하며 자기 합리화를 시도한 데 이어 신씨의 귀국, 수사 개시에 숨어 마치 없었던 일처럼 슬그머니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인권 보호’라는 언론의 본분을 저버린 데 대해 “독자와 국민 앞에 통절히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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