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국정홍보처장(오른쪽)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실 통·폐합 등을 뼈대로 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방선규 국정홍보처 홍보협력단장의 귀엣말을 듣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정부 ‘정보공개 실태’ 들여다보니
심층취재 대상 중요정보는 정작 ‘비공개’ 묶여
자발적 공개·청구제도 등 보완책도 현실과 거리 정부가 취재시스템 개편의 보완책으로 내놓은 정보공개법 개선 방안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속보성이 중요한 언론들이 10~20일이 걸리는 정보공개 청구를 활용하는 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의 하나로, 정보공개 청구가 없더라도 사전에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정보를 늘리고, 비공개 정보라 할지라도 공익상 필요한 경우 공개가 가능하도록 정보공개법을 개정(공익검증제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새로울 것도, 기대할 것도 없다”고 말한다. 전진한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미 공공기관의 자발적 사전 정보공개 시스템이 도입돼 있으나 의무 규정이 없다보니 부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익검증제도 역시 같은 정부기관에서 (공개 여부를) 판단하게 한다면 아무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참여정부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확대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몇몇 정보공개제도의 운영 실태를 보면,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책·예산 집행에 관한 정보 등을 자발적으로 공개한다면서 시행하고 있는 ‘사전정보공표’ 제도를 보자. 공개 정보들은 각 기관의 홍보성 정보거나 내부사항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령 ‘월중 투·기고 실적’(경찰청), ‘회의실 사용신청’(전라북도), ‘사무실 대청소 실시’(인천광역시)처럼, 행정 감시와는 무관한 내부용 정보들이 주를 이룬다.
정보의 소재를 알려주는 ‘정보목록’ 역시 부실하거나 철 지난 것들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정보공개제도 운영지침’은 정보 접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기관이 보유한 정보제목(정보목록)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고, 월 1회 이상 업데이트 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24일 경찰청·국정원·국가인권위원회 등 몇몇 기관의 홈페이지를 직접 확인해본 결과, 보유·관리하는 기록을 전부 등록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가장 최근의 목록이 2005년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여 동안 이들 기관이 생산한 정보의 제목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발적 정보 공개’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건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시의성·속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언론 특성상 정보공개 제도를 이용한 취재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정보공개 제도 활용은 기획취재 등에 유효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비공개 대상 정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내부 검토·정책결정 과정 중에 있거나, 국방·통일·외교 관련사항 등 언론의 심층취재 대상이 되는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들은 대부분 비공개로 묶여 있다. 여기에 ‘우선은 비공개로 돌리자’는 공무원들의 행태도 문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5년도 정보공개 연차보고서’를 보면, 공무원의 비공개 결정에 불복해 이의 신청을 제기한 세 명 가운데 한 명(29%)이 공개 결정을 받았다. 비공개를 고집했다가 처벌받거나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한 사람도 없다. 박흥식 중앙대 교수(행정학)는 “미국 기자들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가치 있는 정보를 신속하게 얻기는 어렵기 때문에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정보공개 제도가 언론 취재를 지원·보완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론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자발적 공개·청구제도 등 보완책도 현실과 거리 정부가 취재시스템 개편의 보완책으로 내놓은 정보공개법 개선 방안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속보성이 중요한 언론들이 10~20일이 걸리는 정보공개 청구를 활용하는 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의 하나로, 정보공개 청구가 없더라도 사전에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정보를 늘리고, 비공개 정보라 할지라도 공익상 필요한 경우 공개가 가능하도록 정보공개법을 개정(공익검증제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새로울 것도, 기대할 것도 없다”고 말한다. 전진한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미 공공기관의 자발적 사전 정보공개 시스템이 도입돼 있으나 의무 규정이 없다보니 부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익검증제도 역시 같은 정부기관에서 (공개 여부를) 판단하게 한다면 아무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참여정부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확대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몇몇 정보공개제도의 운영 실태를 보면,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책·예산 집행에 관한 정보 등을 자발적으로 공개한다면서 시행하고 있는 ‘사전정보공표’ 제도를 보자. 공개 정보들은 각 기관의 홍보성 정보거나 내부사항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령 ‘월중 투·기고 실적’(경찰청), ‘회의실 사용신청’(전라북도), ‘사무실 대청소 실시’(인천광역시)처럼, 행정 감시와는 무관한 내부용 정보들이 주를 이룬다.
정보공개제도 운영 실태
정보의 소재를 알려주는 ‘정보목록’ 역시 부실하거나 철 지난 것들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정보공개제도 운영지침’은 정보 접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기관이 보유한 정보제목(정보목록)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고, 월 1회 이상 업데이트 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24일 경찰청·국정원·국가인권위원회 등 몇몇 기관의 홈페이지를 직접 확인해본 결과, 보유·관리하는 기록을 전부 등록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가장 최근의 목록이 2005년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여 동안 이들 기관이 생산한 정보의 제목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발적 정보 공개’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건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시의성·속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언론 특성상 정보공개 제도를 이용한 취재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정보공개 제도 활용은 기획취재 등에 유효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비공개 대상 정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내부 검토·정책결정 과정 중에 있거나, 국방·통일·외교 관련사항 등 언론의 심층취재 대상이 되는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들은 대부분 비공개로 묶여 있다. 여기에 ‘우선은 비공개로 돌리자’는 공무원들의 행태도 문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5년도 정보공개 연차보고서’를 보면, 공무원의 비공개 결정에 불복해 이의 신청을 제기한 세 명 가운데 한 명(29%)이 공개 결정을 받았다. 비공개를 고집했다가 처벌받거나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한 사람도 없다. 박흥식 중앙대 교수(행정학)는 “미국 기자들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가치 있는 정보를 신속하게 얻기는 어렵기 때문에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정보공개 제도가 언론 취재를 지원·보완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론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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