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최근 불거진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해 “사실이라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국민권익위원회에 해당 의혹을 제보한 신고자의 경우도 “공익신고자라면 공익신고자 보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견해를 냈다. 청부 민원 제보자 색출을 지시한 류 위원장의 태도와 반대되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 후보자는 “(류 위원장의) 아들, 동생이 민원을 제기하고 해당 내용을 류희림 위원장을 심의했다. 이것은 이해충돌방지법에 해당하는가”라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사실관계가 맞는다면 이해충돌방지법에 해당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청부 민원’은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에게
민원을 사주해 방심위에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보도 방송사를 겨냥한 가짜뉴스 심의 민원을 넣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이 정황이 사실이라면 사적 이해관계자가 연루된 심의를 기피하지 않고 참여한 류 위원장의 행위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부패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이에 고민정 의원은 “권익위는 이 공익신고자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공익신고자라면 공익신고자 보호나 이런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방통위원장에 부임한 뒤 류 위원장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를 묻는 박찬대 의원의 질의에는 “민간 독립심의기구인 방심위의 업무 처리에 대해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강력부 검사로 법조 경력 대부분을 살아온 김 후보자에게 방송·통신 분야 전문성을 판단할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에 집중 공세를 폈다. 김 후보자는 “(검사 경력) 27년 동안 주로 조폭을 소탕했던 경험이 방통위원장 직무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이소영 의원의 질의에 “수사야말로 가장 중요한 규제 중 하나”라고 대답했다가 “
수사하듯이 방송·통신 규제를 할 건가”라는 반문을 받기도 했다.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의 정당성 문제에 대해서는 “바람직한 형태는 아니다”라면서도 “(2인 체제에서도) 불가피한 일은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상임위원을 추천해서) 5인 체제로 만들어주면 업무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과거 검사 시절 대표적 과오로 꼽히는 ‘
김 순경 살인 누명 사건’에 대해서는 “늘 안타깝고 미안하다”라면서도 “그 당시에 저는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이 사건은 1992년 교제 중인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12년형을 받은 현직 경찰관이 뒤늦게 진범이 잡혀 풀려난 사건이다. 김 후보자는 당시 ‘경찰 조사 중 가혹 행위로 허위자백했다’는 김 순경의 추가 수사 요청을 묵살하고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김 후보자는 “지금 누명 사건 피해자가 국회에 와 있는데 만나서 말씀하셨던 대로 무릎꿇고 사죄하겠나”라는 허숙정 의원의 물음에 “제가 사죄하겠다”라고 답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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