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6일 고위직 청렴리더십 특강을 위해 청주 청렴연수원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새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명함에 따라 공영방송 장악 논란이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방송·통신 분야 경험이 전무한 검사 출신 측근 인사를 방통위원장에 앉히겠다고 나선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통위를 앞세워 ‘친윤 방송’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김 후보자 지명 소식을 전하며 “방통위는 현재 각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충돌하는 현안이 산적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공명정대한 업무 처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자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현 정부가 방통위를 통해 추진해온 주요 업무의 상당수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방통위 운영의 결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도전문채널 강제 민영화 추진과 공영방송 이사 해임 및 이에 따른 경영진 교체, 정권 비판 보도를 겨냥한 ‘가짜뉴스’ 대응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김 후보자가 위원장 바통을 이어받는다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방통위는 최근까지 와이티엔(YTN)과 연합뉴스티브이 민영화를 위한 심사를 진행했다. 두 방송사 노사는 공적 소유 구조를 갖는 보도전문채널의 일방적인 민영화 결정에 반발했으나, 방통위는 지분 인수 기업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에 따른 심사 기본계획을 접수 1~3일 만에 의결하는 등 졸속 추진 논란을 빚었다. 방통위는 지난달 29일 유진그룹과 학교법인 을지학원의 와이티엔 및 연합뉴스티브이 인수 승인을 일단 보류한 상태인데, 새 방통위원장이 오면 그 절차는 언제든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 성향 공영방송 이사에 대한 거듭된 해임 및 경영진 교체 시도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4명을 대상으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사건 관련 의견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권익위에서 해당 신고 사건을 방통위에 이첩하면서 관련 조사와 행정처분을 요청한 데 따른 조처라는 게 방통위의 설명이었다. 김 후보자는 권익위 조사를 총괄한 뒤 이번엔 방통위로 넘어와서 행정처분도 관장하는 셈이 된다.
역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김 후보자) 자신이 수사한 것을 자신이 판결까지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법원의 제동에 막혀 아직 장악하지 못한 엠비시를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술로 어떻게든 접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방송은 한국방송과 달리 아직 경영진이 건재하다.
12월 말로 예정된 방통위의 34개 지상파 방송에 대한 재허가 심사와 지난 9월 꾸려진 ‘가짜뉴스 근절 티에프(TF)’ 업무도 새 방통위원장이 우선적으로 챙기게 될 주요 현안이다. 이는 모두 그 내용과 결과에 따라 언론계와 야당의 극심한 반발을 빚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전임 이동관 위원장은 와이티엔 민영화 심사 계획 확정 등 주요 의사결정을 대통령 추천 몫의 상임위원 2인 체제에서 밀어붙여 탄핵 위기에 직면했는데, 이는 김 후보자가 임명된다 해도 당분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미디어전공)는 “이동관 전 위원장이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방송 장악 논란 등으로 사퇴에 이른 만큼, 그 후임은 방통위를 좀 더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이끌 사람이라야 한다는 점에서 김 후보자는 부적절한 인사”라며 “방송·통신 관련 주요 의사결정은 여야 위원 간 합의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방통위를 5인 합의제 기구로 만든 취지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대통령 추천 몫의 2인만으로 방통위를 꾸리려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라고 짚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