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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이동관의 98일 ‘언론장악 폭주 일지’

등록 2023-12-04 07:00수정 2023-12-04 13:34

‘2인 방통위’에서 36건 의결…전례 없는 운영
공영방송 이사 교체·가짜뉴스 단속 등 탄핵 자초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회의실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회의실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8월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그간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작업을 지휘했고, ‘가짜뉴스 단속’ 정책으로 정권 비판 보도를 한 언론사를 압박하며 언론단체와 야권으로부터 “언론 장악 기술자”라는 반발을 불렀다. 그는 임명된 지 22일째 고발당했고, 77일째 첫 탄핵안 상정이 시도됐고, 99일째 사퇴했다.

‘이동관 방통위’의 지난 석달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문구는 ‘불법 2인 체제’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으나 이 전 위원장 사임과 함께 자동 폐기된 탄핵소추안을 보면, 가장 중대한 탄핵 사유로 그가 이상인 부위원장과 주요 의결을 강행해온 사실이 꼽힌다. 5명의 상임위원이 합의를 통해 의결하도록 한 방통위의 설립 취지를 무시한 위법적 운영이라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취임일인 8월28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안건 36건을 2인 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방통위법의 의결 조건은 ‘재적위원 과반의 찬성’인데, 의결정족수를 전체 5명의 과반인 3명이 아니라 현재 2명의 만장일치로 해석한 셈이다. 이는 전례 없는 일이다. 2008년 출범한 방통위는 2017년에도 48일간 상임위원이 2명뿐이었던 적이 있지만, 이때는 의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동관 방통위는 이런 식으로 한국방송(KBS) 이사 1명(이동욱)을 추천하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1명(김성근), 한국교육방송(EBS) 이사 2명(강규형·신동호)과 감사 1명(최기화)을 임명하는 등 공영방송 이사진 개편을 단행했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해임된 김기중 방문진 이사에 대한 처분을 집행정지하고, 앞서 같은 결정을 받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방통위의 항고도 기각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 전 위원장은 ‘가짜뉴스 근절’을 외치며 언론계와도 대립했다. “가짜뉴스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거론(9월4일)하고 이틀 뒤 티에프(TF)를 가동했다. 이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팩트체크 시스템을 점검하겠다며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인용보도한 방송사에 보도 경위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이 전 위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지난달 9일 한 차례 탄핵 시도가 무산된 뒤 두번째 탄핵소추를 앞두고 이 전 위원장은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제가 그만둬도 제2, 제3의 이동관이 나온다”고 했다.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는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라고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3일 한겨레에 “국가 권력기관이 언론 보도를 통제하겠다는 생각은 전두환 시절의 방식”이라며 “이동관 방통위를 거치면서 국민들이 윤석열 정권의 의도를 다 알아버렸다. 전면적인 기조 변화 없이는 어떤 인물을 내세워도 똑같은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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