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에 치러질 총선 관련 선거방송의 공정 여부를 심사해야 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이 공정성 논란 끝에 13일 마무리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22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방송심의위 구성을 의결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공직선거법(8조2) 등에 따라 선거방송의 공정성 유지를 위해 설치되는 심의 기구로 방심위는 예비후보자 등록 하루 전부터 이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심의위는 국회 교섭단체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방송사·방송학계·언론인단체 및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심의위원 9명으로 꾸려진다.
방심위가 발표한 심의위원은 권재홍 전 문화방송(MBC) 부사장(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 박애성 법무법인 래안 변호사(변협 추천), 백선기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방심위 추천), 손형기 전 티브이조선 보도본부 시사제작에디터(티브이조선 추천), 심재흔 세종대 교양학부 겸임교수(더불어민주당 추천), 이미나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부교수(한국미디어정책학회 추천), 임정열 전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선관위 추천), 최창근 한국방송기자클럽 사무총장(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 최철호 공정언론국민연대 운영위원(국민의힘 추천) 등이다. 이번 심의위원 임기는 22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개시 하루 전인 오는 12월11일부터 선거일이 30일 지난 내년 5월10일까지다.
이날 회의에서는 해당 안건 상정의 적절성 등을 두고 여야 위원간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야당 추천 옥시찬·윤성옥·김유진 위원은 위 선거방송심의위 심의위원 명단을 만든 상임위원회에 야권을 대표할 위원이 없다는 점과 특정 종합편성채널에만 추천 기회를 준 점 등 절차적 문제를 들어 이날 의결이 부적절하다며 반발했다. 김유진 위원은 “위원장과 상임위원의 코드에 맞는 단체들만 이름을 올리고 특정 종편에 추천받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지적했다.
앞서 방심위는 이번 선거방송심의위 구성을 앞두고 방송사 몫의 심의위원을 한국방송협회·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와 더불어 티브이조선 등 종편 4사에 추천해달라고 의뢰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실제 선거방송심의위에 들어가게 된 인물은 티브이조선이 추천한 손형기 전 에디터다. 손 전 에디터는 티브이조선에서 보도본부 시사제작팀장과 시사제작에디터를 거친 뒤, 2018년 11월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공동대표를 지낸 미디어연대 모니터위원장을 맡았다.
방송학계 몫의 심의위원을 2019년 6월 출범한 신생 학회인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추천한 것이나, 여기서 이미나 숙대 교수를 추천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이 학회는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에서 민간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천일 숙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 학회에서 추천한 이 교수는 박 교수와 같은 학부 소속이다.
아울러 방심위는 그동안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와 한국여성민우회 등이 추천해 온 시민단체 몫의 심의위원을 공정언론국민연대라는 보수 언론단체에 추천 의뢰했는데, 여기서는 권재홍 전 문화방송 부사장을 추천했다. 권 전 부사장은 2014년 문화방송 부사장을 맡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항소심에서 확정된 바 있다. 권 전 부사장은 현재
티브이조선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현재 공정언론국민연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철호 전 케이비에스 엔(KBS N)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이번 선거방송심의위 구성과 관련해 윤성옥 심의위원은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공직선거법에 따라 구성·운영되는 선거방송심의위는 공정한 선거를 위해 매우 중요한 제도로 여권 쪽 위원장과 상임위원 2명의 결정이나 다수결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라며 “유례 없이 특정 방송사와 편향된 시민단체에 추천권을 주어 불공정한 심의위를 구성한 것은 위원장의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