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티브이조선과 채널에이 등 종합편성채널과 일부 보수 단체 등에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방심위 제공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내년 4월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에 앞서 티브이조선과 채널에이(A) 등 종합편성채널과 친정부 성향을 보이는 일부 보수 단체·학회 등에 심의위원을 추천해달라고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방심위가 비판 언론에 대해선 과도한 중징계를 내리고 친정부 언론에는 관대한 심의 잣대를 적용한다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총선 선거방송심의위 구성을 두고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겨레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 현황’ 자료를 보면, 방심위는 지난 2일까지 복수의 추천 기관(단체)으로부터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을 받았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방송의 공정성 여부를 심의하는 기구로 방심위는 예비후보자 등록 하루 전부터 이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심의위원은 공직선거법(8조2) 등에 따라 국회 교섭단체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방송사·방송학계·언론인단체 및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받는다.(총 9명)
문제는 방심위가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을 의뢰한 곳이다. 먼저 방심위는 방송사 추천 몫의 심의위원을 한국방송협회와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에 더해 티브이조선·제이티비시(JTBC)·채널에이·엠비엔(MBN) 등 종편 4사에 추천해달라고 의뢰했다. 그동안 방송사 추천 심의위원은 개별 방송사가 아니라 대표성을 띄는 방송협회와 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가 번갈아 추천해왔는데, 이번에는 종편 4사를 추천 단체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는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방송사에 외려 심의위원 추천 권한을 쥐여 준 결과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가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추천을 의뢰한 기관 및 단체. 정필모 의원실 제공
일반적으로 한국언론학회나 한국언론정보학회 등이 추천해온 방송학계 몫의 심의위원을 한국미디어정책학회라는 신생 학회에 추천해달라고 의뢰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특히 2019년 6월 출범한 한국미디어정책학회는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에서 민간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학계 인사는 “박천일 교수는 사실상 정부 일을 맡고 있는데, 그가 이끄는 신생 학회에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을 맡긴다는 건 지나치게 편파적인 구성”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방송기자연합회나 한국기자협회가 추천해온 언론인단체 추천 위원을 전체 방송기자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운 한국방송기자클럽에 추천해달라고 의뢰한 것이나, 윤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에 설립된 보수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를 시민단체라며 여기에 심의위원 추천을 의뢰한 것도 논란거리다. 2021년 이후 최근 3년간 방심위는 모두 5차례(재·보궐선거 포함) 선거방송심의위를 꾸렸는데, 시민단체 중에선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와 한국여성민우회 등이 심의위원을 추천해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이번 선거방송심의위는 내년 총선 선거방송의 공정성 등을 심의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만큼, 한국방송기자클럽이나 한국미디어정책학회 등 방심위가 심의위원 추천 공문을 보낸 곳들이 과연 각각의 영역에서 얼마나 대표성을 띄는 단체인지 면밀한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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