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윤태윤 KBS 법무실 변호사(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 진행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졸속 추진’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 단축에 필요한 법제처 검토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한겨레>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법제처의 ‘입법예고 기간 단축 확인서’를 보면, 법제처는 지난 15일 “수신료를 분리 징수함으로써 국민이 수신료 징수 여부를 명확히 인지하여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민이 겪는 불편을 신속하게 해소할 필요가 있는 바, 입법예고 기간을 단축하는 것에 대하여 협의하였음을 확인한다”고 방통위에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회신 전날인 14일 법제처에 입법예고 기간 단축 관련 협의를 요청하며 그 사유로 ‘수신료를 분리 징수함으로써 수신료 징수 여부를 명확히 인지하여 납부할 수 있게 하는 등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신속한 개정이 필요’다는 점을 들었는데, 법제처가 하루 만에 방통위 주장을 거의 그대로 옮긴 한 문장짜리 ‘검토 의견’을 낸 것이다. ‘법제업무 운영규정’(14조2항)에서는 법령의 최단 입법예고 기간 미만으로 줄이려는 경우, 법제처장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방통위는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4일 위원회 전체회의에 보고한 뒤 이틀 뒤인 16일 입법예고했다. 통상 입법예고는 40일 이상인데, 방통위는 그 기간을 10일로 잡아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민정 의원은 “한국방송(KBS)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의 진행을 정지시켜달라며 헌법재판소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는 법적인 논란이 큰 중대 사안인데도, 법제처는 방통위 주장을 그대로 ‘복붙’한 검토 의견을 내며 입법예고 기간 단축을 허용해줬다”라며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가 정권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영방송 장악 프로젝트의 일부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지적했다.
한편 방통위는 법제처에 입법예고 기간 단축 검토를 요청하며 오는 26일 입법예고 종료 이후의 일정으로 29일 차관회의와 다음 달 4일 국무회의 상정·의결 등을 예고했다. 이 일정대로라면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마련과 관계 부처 협의, 입법예고, 방통위·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 모든 법적·행정적 절차가 지난 5일 대통령실의 분리 징수 권고가 나온 뒤 채 한달이 지나기도 전에 끝나게 된다.
법제처가 지난 1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보낸 ‘입법예고 기간 단축 확인서’의 일부. 고민정 의원실 제공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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