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 상임위원(오른쪽)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수신료는 지난 30년간 <한국방송>(KBS)과 계약을 맺은 한국전력이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해왔는데, 이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전국 17개 방송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방송사노동조합협의회(방노협) 등 언론단체와 야당은 “시행령을 고쳐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겠다는 것은 방송장악의 정점”이라며 반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관한 사항’을 마련해 14일 전체회의에 보고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43조 2항)에는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고 나오는데, 이를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고치는 내용이다. 해당 보고안건에 대해 야당 쪽 상임위원인 김현 위원은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정부·여당 쪽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 등 2인의 찬성으로 원안 접수가 이뤄졌다.
방통위는 이달 중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친 뒤, 이를 다시 방통위 전체회의에 의결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이후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까지 이뤄지게 되면 시행령 개정안 공포를 위한 절차는 끝난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이 기간이 55~60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이상인 상임위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시행령 개정 찬성 입장을 밝히며 “케이비에스(KBS)는 정부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한 법인으로 주인은 국민이다. 이 사안을 무조건 비판하고 반대할 게 아니라 수신료 가치는 제대로 인식하는지, 책임을 다했는지 왜 이런 불신이 초래된 건지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상임위원은 “수신료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방통위의 독립성과 합의 정신을 망각하고 3인 체제에서 2인의 동의 의견으로 안건을 상정하는 것에 심히 우려를 표한다. 공영방송 재원 구조를 사회적 합의 없이 흔든다면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온다”며 반박한 뒤 회의장을 퇴장했다.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 등 방송사 노조의 협의체인 전국방송사노동조합협의회(방노협)는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치주의를 강조한 정권이 방통위의 합의제 정신마저 파괴하고 모든 과정을 폭력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규탄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상정 등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방통위를 항의 방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승래 의원(왼쪽)과 장경태 최고위원이 1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 들머리에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의 월권·위법 등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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