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들’, ‘미친 놈들’
국민을 섬긴다는 현직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헌법이 보장한 파업권을 행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두고 한 말입니다.
국민의 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언주 의원의 ‘막말’이 에스비에스(SBS) 보도로 뒤늦게 알려져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노동3권을 부정하고, 노동자를 폄하·비하하는 발언에 “국민들을 향해 미친 놈들 운운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니”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의원 발언을 계기로 그동안 논란이 됐던 국회의원들의 ‘반노동’ 막말들을 모아 봤습니다.
급식 조리사, 영양사, 상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달 29~30일 민주노총 사회적 총파업의 일환으로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등이 이들의 요구였습니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민의당 원내정책회의에 참석해 “파업은 헌법 정신에 따른 노동자의 권리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밥 먹을 권리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권리 주장을 해주면 좋겠다”고 발언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에스비에스 보도에 따르면 회의가 끝난 뒤 이 의원은 몇몇 기자들에게 파업 노동자들을 일컬어 ‘나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에스비에스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급식 조리원들에 대해 “솔직히 조리사라는 게 별 게 아니다. 그 아줌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되어야 하는 거냐”라며 “그냥 급식소에서 밥하는 아줌마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파업에 대해서 “미친 놈들이야, 완전히. 이렇게 계속 가면 우리나라는 공무원과 공공부문 노조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고 에스비에스는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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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2017년 국회 예산안에 청소용역을 위한 예산 59억6300만원을 ‘직접 고용예산’으로 수정 의결했다”고 밝히면서 국회 청소노동자들은 직접 고용 국회 정규직원이 됐습니다. 2011년 6월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정규직화를 약속한 뒤 5년여 만입니다.
청소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될 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특히 2013년 김태흠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의 ‘막말’은 두고두고 회자됩니다. 그는 2013년 11월2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진석 당시 국회 사무총장에게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질문하며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 되면 노동3권 보장돼요. 툭하면 파업 들어가고 어떻게 관리하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 발언을 두고 “비정규직의 경우 노동3권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이유가 노동3권 회피인 양 발언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발언 당일 청소노동자들은 국회 운영위원회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는데요, ‘잘 부탁한다’며 되레 고개를 숙이는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김 의원의 모습이 사진에 찍혀 또 한 번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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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무성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업체 폐업이 노조 때문이라는 잘못된 사실의 발언으로, 부당하게 해고당하고 거리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에 큰 고통을 준 점에 대해 사과한다. 잘못된 사실 유포된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전국금속노조 콜트·콜텍지회에 사과했습니다. 자발적인 사과냐고요? 아닙니다. 법원의 강제조정 명령에 따른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9월3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이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기는커녕 강경 노조가 제 밥그릇 늘리기에 몰두한 결과 건실한 회사가 아예 문 닫은 사례가 많다”며 콜트·콜텍 등 기업 이름을 거론했습니다. 콜트·콜텍은 통기타와 전기기타를 만드는 전문회사입니다.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산재 처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자 회사는 2007~2008년 이들을 정리해고하고 국내 공장을 폐업합니다. 그리고 기타 생산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공장으로 모두 돌려버렸습니다. 2015년 당시 노동자들은 8년이 넘도록 해고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싸우고 있었습니다. 김 의원은 이들의 투쟁을 ‘제 밥그릇 늘리기’로 왜곡하며 노조 혐오를 부추긴 것입니다.
그는 하루 전날인 2015년 9월2일에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노조 가입자 수는 10%에 불과하지만 영향력은 막대하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노조, 귀족노조가 매년 불법 파업을 일삼지 않았느냐. 공권력을 투입하면 (노조가) 쇠파이프로 (전경들을) 두들겨팼다. 공권력이 그들에 대해 대응하지 못해 2만불에서 10년을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없었으면 우리는 3만불을 넘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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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전 의원은 2015년 9월7일 ‘핵폭탄’ 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파업은 핵폭탄”이라며 “함부로 써서는 절대 안 되는 무기”라고 주장한 겁니다. 당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이던 이 전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파업은 핵폭탄이다. 수많은 협력기업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지역경제를 완전히 수렁 속으로 빠뜨린다. 국민 경제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영국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는 파업에 사전적인 절차, 사후적인 책임을 너무나 엄격하게 개혁해서 사실상 파업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놨다”고 주장하며 “무모한 파업이 더 이상 확대돼선 안 된다”며 ‘일갈’했습니다. 헌법 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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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9대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마해 ‘저질 막말’ 논란을 불렀습니다. 그의 ‘노동 혐오’ 발언은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는 특히 ‘강성 귀족노조’라는 말을 즐겨 씁니다. 지난 4월29일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5차 티브이 토론회에서 그는 “한국 경제위기는 강성 귀족노조 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재벌개혁과 강성 귀족노조 문제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질문에도 “강성 귀족노조가 더 본질적”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발언이 계속 이어지자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선 후보는 “노동자를 천대하면서 선거만 되면 귀족노조, 강성노조, 색깔론을 얘기하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일갈했습니다. 보수 후보인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대선 후보 역시 “홍 후보는 우리나라 모든 위기와 문제가 강성노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홍 대표는 2014년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방안이 논의되자 “국회의원을 일당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발상”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평소에 노동자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 잘 드러나는 발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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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