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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승객 사망 전철’ 승무원 알고보니… 교육조차 제대로 안받고 투입된 대학생

등록 2013-12-16 21:03수정 2013-12-17 09:10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과학수사대가 16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역에서 15일에 일어난 사망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15일 밤 9시2분께 오이도행 4호선 전동열차에 탑승한 김아무개씨가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내리던 중 승강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과천/뉴스1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과학수사대가 16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역에서 15일에 일어난 사망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15일 밤 9시2분께 오이도행 4호선 전동열차에 탑승한 김아무개씨가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내리던 중 승강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과천/뉴스1
정규직도 100시간 필요한 안전 교육 24시간만에 ‘뚝딱’
코레일, 승객 안전 뒷전 ‘강공’…사망사고 뒤 모두 철수
코레일이 정규직원에게도 100시간 안전교육을 해야 하는 열차 차장 업무에 불과 24시간만 교육시킨 한국교통대 학생들을 투입한 사실은 승객의 안전을 담보로 파업에 대처하는 코레일 쪽의 ‘안전불감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15일 밤 경기 정부과천청사 지하철역에서 일어난 승객 사망 사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는 밤 9시께 서울 당고개역에서 출발해 경기 오이도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4호선에 타고 있던 승객 김아무개(84·여)씨가 정부과천청사역 승강장에 하차하던 중 출입문에 발이 낀 상태에서 전동열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스크린도어에 머리를 부딪히며 일어났다. 이 사고를 수사중인 경찰은 당시 안전신호수 직원이 문에 낀 승객을 목격하고 출발을 늦추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승무원이 이를 알아보지 못한 게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전동차에는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한국교통대 1학년생이 차장 업무를 맡고 있었다.

■ 코레일의 ‘안전불감증’ 철도노조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코레일이 운행목표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대체인력을 투입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전동열차 승무원은 보통 차장으로 불리며, 코레일 내부규정에 의해 △전동열차 출입문 취급 △여객 안내방송 △열차 감시 및 제반 업무 △비상시 운전취급 및 안전 관련 조처 등의 임무를 맡는다.

코레일 노사는 지난해 11월 열차승무원 교육시간을 “신규자 최소 100시간, 경력자 최소 50시간”으로 합의한 바 있다. 코레일 쪽은 “100시간의 교육을 하게 돼 있는 것은 정규직 사원들과의 합의이지 대체인력에 대해선 교육에 관한 규정이 없다. 전동열차 승무원은 특별한 자격이나 경력이 필요하지 않다”며 이번 사고가 대체인력 투입과 무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해당 업무 경력자도 50시간 이상 받도록 한 교육을 대학생에게 사흘간 8시간씩 모두 24시간만 실시한 뒤 현장에 투입한 것은 지나친 ‘안전불감증’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노조한테 ‘국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한다며 비난하는 코레일 쪽이 정작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미숙련 대체인력 투입을 강행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박두용 한성대 교수(기계시스템공학)는 “철도는 고도의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직종인데,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대학생들이 투입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경찰 조사를 지켜보자는 코레일의 해명은 안전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내준다”고 지적했다.

최은철 철도노조 대변인은 “필수유지 인원만 지키면 승객이 열차를 5분 기다릴 상황이 10분 정도로 늘어나는 선에서 끝난다. 하지만 업무 처리가 미숙한 대체인력이 대거 투입돼 현장에서 혼란만 더 가중되고 국민들의 안전도 위험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통대가 16일 학생들의 철수를 코레일에 공식 통보한 배경에는 전날 사고 소식이 알려진 뒤 자녀의 안전을 우려하는 학부모 민원이 학교 쪽에 빗발친 사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대체인력 위법 논란 코레일 쪽이 이번 파업의 불법성을 예단하고 파업 전부터 대체인력을 외부기관에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교통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파업 전부터 코레일 쪽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학생들을 보내줄 것을 구두로 요청했다. 파업이 시작된 뒤 학생들의 지원을 받아 코레일에 보냈고, 지원자 전원이 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위법 논란을 피해 가기 어렵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자동차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 노조의 파업 때 회사 쪽이 50명의 노동자를 파견받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자 이를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고용부는 회사 쪽에 “불법파업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체인력 투입은 불법”이라며 시정을 명령했다.(<한겨레> 2012년 8월14일치 11면) 회사가 자의적인 판단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장인 송영섭 변호사는 “파업의 불법성 여부를 미리 예단하고 대체인력을 요청하는 행위는 위법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의 불법성에 대해 노사 양쪽의 다툼이 있지만 합법파업으로 인정될 경우 대체인력 투입행위는 그 자체로 불법이 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합법적인 쟁의행위에는 대체인력 투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통대 학생 238명은 17일부터 파업 대체인력에서 빠지게 됐으나 철도 현장에는 외부에서 급하게 투입된 1060여명의 노동자가 여전히 일을 한다. 코레일의 집계를 보면, 전체 대체인력은 6008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코레일 소속 노동자가 4710명이다. 나머지는 모두 외부에서 임시로 온 인력이다. 각종 협력업체에서 온 인력 692명을 비롯해 군 인력 154명, 운수협회 95명 등이다.(표 참조) 지난 14일 코레일이 마지막으로 밝힌 파업 참가 조합원이 7926명이므로 이날까지 파업 참가자의 75.8%를 대체인력으로 메운 셈이다.

이정국 기자, 과천 의왕/박경만 홍용덕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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