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노조자격 박탈 반대성명
같은 내용 권고성명은 이례적 조처
같은 내용 권고성명은 이례적 조처
국가인권위원회가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 자격을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노조 자격을 박탈하려는 정부를 향해 반대의 뜻을 담은 성명을 낸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미 2010년 9월에 같은 내용의 권고를 한 바 있는 인권위가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정부한테 거듭 이행을 요구하는 성명을 낸 것이다. 인권위가 같은 내용으로 동일한 정부 부처에 권고와 성명을 낸 사례는 많지 않다. 인권위 관계자는 “사형제나 국가보안법 문제 같은 것을 빼곤 여러차례 의견을 내는 게 흔한 예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22일 성명에서 3년 전 권고 때도 지적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행정관청이 노조에게 설립신고서 반려 사유가 발생했을 때 시정을 요청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즉각적으로 합법노조가 아님을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의 시행령에 대해 인권위는 “조합원 자격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는 노동계가 이 조항을 두고 정부가 사법부의 판단 없이도 노조를 불법화할 수 있도록 한 무소불위 법령이라고 비판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문제의 시행령은 1987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삭제한 노조법의 노조해산 명령권을 모태로 한다. 당시 노동부가 이듬해 시행령으로 이를 되살린 것이다. 총선을 열흘 앞둔 시점이었다. 전교조도 지난 2일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려면 반드시 국회를 통한 법률로 해야 하는데 이 시행령은 그렇지 않다”며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오동석 교수(헌법학)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것이 노조인데 이를 보장하는 법에서 단결권을 되레 침해한다면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정부의 이런 조처가 과잉금지의 원칙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즉 단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기본권인데, 단지 해직자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조의 설립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과도한 조처라는 것이다.
이날 인권위 성명이 나오자마자 전교조는 환영 성명을 냈다. 전교조는 “고용노동부는 법외노조 통보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국가인권위의 재차 권고와 국제노동기구의 권고를 즉각 수용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 기한인) 10월23일은 박근혜 정권이 노동자의 가장 기초적인 권리인 단결권을 부정하고, 교원의 인권을 유린한 날로 교과서에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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