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 전결사안’인 필증 교부 두고
특정노조 관련 회의는 이례적인 일
참석자 “합법화 안된다 의견 많아”
고용부 “찬반 듣는 자리 아니었다”
특정노조 관련 회의는 이례적인 일
참석자 “합법화 안된다 의견 많아”
고용부 “찬반 듣는 자리 아니었다”
지난 8월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설립신고가 ‘불허’되기에 앞서, 정부가 국무총리실 주재로 범정부 차원의 사전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특정 노조의 설립 허가와 관련해 상급·유관 부처와 대책회의를 연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인데다 회의 동안 ‘전공노 합법화 반대’ 목소리가 많이 나와, 전공노 불허 방침에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한 정황이라는 지적이 인다.
고용노동부가 7일 한명숙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가칭)전공노 설립 신고 처리경과 및 대응방향’ 회의자료를 보면, 국무총리실 고영선 국무2차장은 지난 7월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공노 설립신고와 관련한 범정부 대책회의를 열었다. 고용부는 이 회의에서 △전공노가 (해직자 조합원 가입은 위법하다는 고용부의) 보완요구 사항을 이행할 경우의 설립신고증 교부 가능성 △그 경우 공무원 노사관계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의 필요성 △설립신고 이후 해직자가 다시 (조합) 간부직을 맡는 등의 경우 관련법에 따른 조처의 필요성 등이 주요 논의 사안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회의는 전공노 합법화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참석자는 “전공노의 해직자 문제 때문에 (합법화가)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고 그런 분위기가 주였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고용부의 문건에 적힌 사안은 아니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전공노와) 비슷한 상황이란 얘기들도 나왔다”고 말했다. 전공노와 전교조 모두 같은 논리로 합법노조가 될 수 없다는 지적들이 고용부를 압박한 셈이다.
당시 회의엔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고용식품의약정책관과 고용노동부 공공노사정책관뿐만 아니라, 안전행정부 공무원노사협력관,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장, 교육부 지방교육자치과장 등도 참석했다. 원래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 및 반려는 고용노동부 과장급 전결 사안이다.
결국 고용부는 그달 24일 “노조설립 신고필증 교부 여부가 25일 결정된다. 직후 보도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까지 공지했다가 당일 결정을 돌연 보류했다. 이어 8월2일 설립신고서를 끝내 반려했고, 지난달 23일엔 전교조에 대한 노조설립 취소 절차마저 가동했다.
한명숙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전공노와 10여차례에 걸쳐 노조설립 신고필증 교부를 전제로 충분한 실무협의를 거쳤고, 정부 요구대로 전공노가 (해고자 조합원) 규약까지 개정해 합의점을 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막판 번복한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반대파의 논리에 기존 입장이 점점 밀리면서 결국 전교조도 형평성 문제로 ‘노조 아님’ 통보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유관 부처가 전공노 상황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우리가 회의를 요청해 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들어 반영하려는 취지의 자리는 아니었다. 반대 의견이 나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조합원 11만여명)이나 2006년 한국공무원노조(5000여명)의 설립신고 필증을 내줄 때는 관계부처 회의는 물론 협의조차 한 적이 없다. 전공노 조합원은 14만여명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