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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해고자도 노조원 자격” 15년전 대타협, 정부는 잊었나

등록 2013-09-25 20:04수정 2013-10-29 13:35

노사정위서 산별노조 가입 허용
이제와 “전교조 취소 사유” 압박
정부 “공무원은 해당 안돼” 해명

전교조 “법외노조도 불사하겠다”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정부가 해고자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규약을 문제삼아 노조설립을 취소하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해고자와 실업자의 산별노조 가입 자격을 인정하기로 한 15년 전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먼저 사회적 대타협 정신을 저버린 행태라는 비판이다.

25일 노동계와 고용노동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1998년 2월9일 1기 노사정위원회 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에 합의했다. 협약 77조는 “정부는 노동기본권 확충을 위하여 실업자에게 초기업단위 노조의 가입자격을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합의는 구제금융이라는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리해고법 등을 도입하는 대신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은 지키겠다는 사회적 대타협이다. 하지만 이후 합의 내용을 반영해 교원노조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하는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15년 전에 이미 해고자들의 노조 가입을 인정하도록 합의해놓고 이제 와서 우리에게 (잘못된) 법을 지키라고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는 원칙에 근거한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라는 것을 정부 스스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협약에서 칭한 초기업단위 노조의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에서 규정한 일반 기업 노조이며,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에서 정한 교사들의 노동조합과는 별도로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부는 당시 협약 77조에 앞선 71조에서 “정부는 교원의 노동조합 결성권이 보장되도록 관련 법률의 개정을 추진한다”고 합의한 바 있고, 당시 해직교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였던 만큼 협약에서 지칭한 ‘실업자’에 해직교사도 포함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이듬해 합법화됐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일반 노조법이나 교원노조법이나 똑같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나기 전까지는 해고자도 조합원으로 보는 만큼, 일반적인 노동자들처럼 교원도 해고 상태에서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정부는 청년유니온과 노년유니온 같은 구직자들의 노조 설립을 허락했고, 법원도 노동자의 지위 향상에 기여하는 활동을 한다면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없어도 노조 가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노조 가입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이날 관훈클럽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관훈초대석 기자회견에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은 노동부의 방침을 거부하겠다는 것이고, 거부 결과가 법외노조라면 불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립학교의 부패 문제를 제기하다 해직된 교사들이 많다. 여러 사람들을 위해 앞장서 일하다 피해를 본 사람들을 내치려 한다면 누가 노동조합을 할 수 있겠나”라며 거듭 투쟁 의지를 밝혔다. 전교조는 2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한 뒤 서울 대한문 앞에서 지도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다.

이정국 음성원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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