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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경찰이 가로막은 ‘김진숙의 귀환’

등록 2011-11-09 21:15수정 2011-11-10 15:27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9일 오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앞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체포하려는 경찰력에 맞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9일 오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앞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체포하려는 경찰력에 맞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진중 노사 ‘해고자 재고용’ 등 잠정합의
경찰 500여명, 크레인 둘러싸고 체포 대기
노조원들 격분…합의안 찬반투표 결국 무산
김진숙 “도주할 뜻 없는데 왜 무리수 두나”
정리해고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한진중공업 노사가 11개월여 만에 극적인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최종 타결을 위한 조합원 투표가 무산됐다. 노조는 10일 오후 2시 찬반투표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한진중공업 노사 교섭팀은 9일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안 신관 회의실에서 △희망퇴직을 거부한 정리해고자 94명을 합의서 체결일로부터 1년 안에 재취업 △정리해고자들의 재취업 때 정리해고 이전에 근무한 기간을 근속연수로 인정 △정리해고자 94명의 생계비 2000만원을 내년 11월까지 4차례 나눠 지급 △노사간 민형사 고소와 고발 및 진정 모두 취하 △손해배상청구(가압류 포함) 최소화 등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사는 또 별도 합의서에서 △희망버스 관계자에 대한 형사고발 취하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취하 등에도 잠정합의했다.

노조는 잠정합의 뒤 이날 오후 3시30분께부터 공장 밖에서 농성중인 정리해고자 94명과 공장 안에 있는 비정리해고자 600여명을 대상으로 각각 설명회를 연 뒤 오후 4시께부터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투표를 진행하지 못했다.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면 선박크레인에서 내려오기로 한 김진숙(5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체포하겠다며 경찰 300여명이 크레인 주변을 둘러싸 노조원들을 자극한 것이 불씨가 됐다. 설명회에 참석중이던 조합원들은 경찰의 진입에 반발해 투표를 거부했고, 공장 밖에 있던 정리해고자들은 회사 쪽 경비대를 뚫고 크레인 쪽으로 몰려가 농성을 벌였다.

노조는 애초 이날 조합원 찬반투표가 진행되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김 지도위원이 내려오면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노조원과 시민들이 참석하는 환영식을 열 예정이었다. 노조는 환영식 뒤 김 지도위원과, 같은 선박크레인 중간지점에서 장기농성을 벌이던 3명 등 4명을 병원으로 이송할 계획이었으나, 경찰은 김 지도위원이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경찰력을 공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한진중공업 노사 잠정 합의 내용
한진중공업 노사 잠정 합의 내용
노조 관계자는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해 정리해고자들의 불만이 있는 상태에서 김 지도위원을 체포하려는 경찰을 본 노조원들이 흥분을 했다”며 “김 지도위원이 찬반투표 뒤 공장 밖으로 나오면 경찰이 병원에 데려가면 될 텐데 왜 무리하게 체포를 하려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한겨레>와의 휴대전화 인터뷰에서 경찰을 성토했다. 그는 “노사가 잠정합의를 했는데 내가 도주를 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도주할 뜻도 없는데 경찰이 무슨 이유로 무리수를 뒀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농성중인 크레인 맞은편 크레인에서 농성을 했던 채길용 전 한진중공업지회장이 농성을 끝내고 스스로 경찰에 출석한 것처럼 나도 당당하게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회사 쪽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그는 “그동안 회사 쪽이 합의를 하고도 여러 번 약속을 어긴 기억 때문에 무슨 변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예감이 적중했다”며 “내가 박수 받고 내려오는 것을 보기 싫어하는 회사가 경찰을 불러들인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의 한 임원은 “(노조 쪽이) 투표소를 만든다고 해서 아무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불쑥 (경찰이) 들어와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아 답답하고 기가 찬다”고 말했다. 경찰은 “회사 쪽이 이날 오후 시설보호요청을 한데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4명이 도주할 수도 있어서 현행범으로 체포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투표 무산으로 크레인 위에서 308일째 밤을 보내게 된 김 지도위원은 “300일 넘게 농성을 했는데 오늘 내려가지 못한다고 새로울 것은 없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최상원 이수윤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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