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노동자 무더기 정리해고로 빚어진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장기화하고 있다. 김진숙(5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농성이 1일로 300일째에 이르고, 국회가 중재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노사 협상이 평행선을 그으면서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일 오후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신관 1층 회의실에서 회사 쪽과 다시 만나 ‘1년 안에 정리해고자들을 재고용하고 해고기간 노동자 1명당 200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지난달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권고안을 두고 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2일은 중앙노동위원회가 화해안을 요구하며 제시한 시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 교섭에서 노사가 의견 접근을 이룰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회 권고안을 큰 틀에서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도 세부 쟁점들을 둘러싸고 견해차가 벌어져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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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정리해고 철회, 곧 ‘복직’ 요구에서 물러서는 만큼 ‘조속한’ 재입사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 쪽에 정리해고를 했다는 명분을 주는 만큼, 해고자들을 하루라도 빨리 복귀하도록 하는 의지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정리해고 자체를 막지는 못했지만 복귀 시점을 앞당김으로써 ‘정리해고 남발 관행’에 경고를 보냈다는 데서 교섭 타결 근거를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재입사 기준 시점을 정리해고일인 지난 2월14일로 하면 석 달쯤 안에 해고자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기 복귀가 정리해고 철회로 비치는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정리해고 기간을 근속연수에 포함하고 지난 2월 지급된 퇴직금 산정 기준을 다시 정하자는 노조의 요구를 회사가 거부하는 것에도 비슷한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리해고 기간을 근속연수에 포함하면 재입사가 아니라 복직을 뜻한다는 것이다. 또 파업 기간을 포함시켜 퇴직금 산정해 지급했는데, 노조 요구대로 파업기간을 빼고 퇴직금을 다시 산정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흐린다고 보는 것이다.

노조 쪽으로선 해고 장기화로 정리해고자들의 삶이 더욱 절박해져가고 있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노사가 팽팽히 맞서면서 협상 타결을 위한 좀더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조남호 회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추위가 더욱 깊어지면 크레인 위는 인간이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조 회장의 결단’을 호소했다. 강신준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단 회사가 노조 요구안을 받아들여 김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게 한 다음에, 노조와 다시 얘기하는 것이 옳다”며 “사회적 이슈가 된 문제를 마무리하려면 노사가 교섭에 진정성을 갖고 성실하게 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이태희 이충신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