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0일 김진숙 위원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힘들다”는 말 뒤의 표정은 여전히 천진하다. 한겨레21 박승화
소금꽃 당신에게/산적 두목
희망 버스가 오기 전 까지 나는 당신을 알지 못 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그때 그 시절 그런 일들이 있었음을 알게 해 었습니다.
당신께서 미싱 보조를 할 때 저는 마이깡(후크) 망치질을 했습니다.
당신께서 해운대 백사장에서 하드통을 울러 메고 뛰어 다닐 때
나는 갈대꽃 비자루를 등에 지고 남천동 주택가 골목을 헤매였습니다. 당신께서 전태일을 만나 이땅에 근로기준법이 있음을 알리고 자본과 맞서 싸울 때 저는 노동은 천한 것이라고 생각 하고, 자본가를 꿈꾸며 자본을 좇아 부나방 처럼 달려 가 노예가 되었습니다. 삶이 벅찰 때 마다 세상을 원망 하며 긴 세월을 덧 없이 보낸 내게 “거북선을 만드는 사람도 노동자요,아름다운 선율의 악기를 만든 사람도 노동자” 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당신께서 크레인에 올라 갔다는 뉴스가 신문 끄트머리를 메울 때 의례히 있는 연중 행사 쯤으로 치부 하며 내 입에 밥술 넣는게 먼저라 생각 하고 애써 외면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내가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촛불 하나 드는게 전부 입니다.
이제 분노 합니다.
자기집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고 해고 노동자를 떠 밀어 내는
저들을 보면서 분노 합니다.
노사화합 다짐 대회라며 큼직한 사진 한장을 내 보내는 자본의 나팔수와
가날픈 촛불을 향해 물 대포차를 들이미는 정권의 개들을 향해 분노 합니다.
나도 어쩔 수 없었다며 등 돌린 당신이 지켜 주고자 했든 그들을 향해 분노 합니다.
사랑 합니다. 사랑 합니다. 당신을 사랑 합니다.
당신의 그 이타적 삶을 사랑 합니다.
한번쯤 사랑도 해 보고 싶었을 청춘과 미래와 삶을
이 땅의 노동자들의 삶과 맞바꾼 당신의 삶을 사랑 합니다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전국 방방곳곳에서 당신을 응원 하려고 185대의 희망 버스가
새로운 노선을 만들고 달려 온다고 합니다.
당신이 그렇게도 아끼고 사랑 했던 늙은 노동자가
당신을 살려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당신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나에게 작은 소망이 하나 생겼습니다.
매일 같이 내려 오는 연습을 한다는,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 지기를 소망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의 목숨을 원 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가꾼다는 방울 토마토가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성글고 지팡이가 필요할 때 쯤
나는 당신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싶습니다.
2011년 7월에
나는 갈대꽃 비자루를 등에 지고 남천동 주택가 골목을 헤매였습니다. 당신께서 전태일을 만나 이땅에 근로기준법이 있음을 알리고 자본과 맞서 싸울 때 저는 노동은 천한 것이라고 생각 하고, 자본가를 꿈꾸며 자본을 좇아 부나방 처럼 달려 가 노예가 되었습니다. 삶이 벅찰 때 마다 세상을 원망 하며 긴 세월을 덧 없이 보낸 내게 “거북선을 만드는 사람도 노동자요,아름다운 선율의 악기를 만든 사람도 노동자” 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당신께서 크레인에 올라 갔다는 뉴스가 신문 끄트머리를 메울 때 의례히 있는 연중 행사 쯤으로 치부 하며 내 입에 밥술 넣는게 먼저라 생각 하고 애써 외면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내가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촛불 하나 드는게 전부 입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7일 회사 관리자들과 함께 ‘희망버스 반대’ 결의 대회를 열고 있다. 영상캡처. 조소영 피디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타워크레인에서 158일째 고공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하려고 전국 각지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대교에 도착한 시민·학생들이 12일 새벽 한진중공업을 향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부산/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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