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노동정책 점수 매기기조차 어려운 수준”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내세울 만한 노동정책은 없었다”는 게 다수 노동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는 대선 때 ‘비정규직 차별 해소’ 같은 선언 수준의 노동 공약들을 내놓은 것에서 예견돼 왔다.
현 정부는, 집권 초기에 ‘노동 개혁’을 내걸며 심각한 노·정 갈등을 빚었던 과거 정부들과 달랐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2008년 노동정치는 예상외로 조용했다. 노동 개혁 의제를 노동정책의 핵심 주제로 기획하지 않은 첫번째 정권”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는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고령자에게 최저임금을 10% 깎아 줄 수 있게 하자며 ‘비정규직법·최저임금법 개정’을 꺼내들었다. “경제가 어려우니 비정규직·저임금 일자리라도 지켜야 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해고 요건 완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태도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에 닿아 있다. ‘경제 5단체’가 지난해 3월 정부에 전달한 이른바 ‘규제개혁’ 방안들은 노동 정책에도 거의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경쟁력 강화”, “노사협력”이 핵심 구호가 됐고, ‘사용자 편향’이란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노-정 관계는 ‘분할 전략’으로 대응했다. 대선 때 정책연대를 맺은 한국노총과는 긴밀히 협의하는 반면, 민주노총은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사회적 협의를 경시하는 탓에, 노사정 대화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강성노조, 불법파업을 없애겠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노동계를 자극하며 뿌리깊은 불신을 드러내곤 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비정규직법 개정 등 사용자 편향적 정책들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노동 분야에선 점수를 매기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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