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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유력후보들 “성장” 떠들썩…질나쁜 일자리 양산 불보듯

등록 2007-12-09 21:15수정 2007-12-10 14:03

대선서 실종된 비정규직
대선서 실종된 비정규직
대선서 실종된 비정규직
‘250만개’(정동영·이회창 후보), ‘300만개’(이명박·권영길·이인제 후보), ‘500만개’(문국현 후보) ….

올해 대선에서 각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건 임기 중 일자리 창출 개수다. 권영길(민주노동당)·문국현(창조한국당) 후보를 제외하면,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경제성장을 늘려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7% 성장으로 해마다 60만개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6% 성장으로 해마다 42만개를 약속했다.(표 참조) 이들 논리는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 1%당 일자리 창출 수가 6만개였다는 사실을 반영한 계산 결과다.

‘1% 성장률=6만개 일자리’ 작년 통계 단순계산
250만·300만개 창출 ‘양에만 초점’ 숫자놀음
“경제성장해도 총고용만 늘뿐…정규직으로 전환을”

주요 대선후보 일자리 공약
주요 대선후보 일자리 공약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공약들이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은 “참여정부의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았는데도, 비정규직이 많이 늘었던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반도 대운하 건설로 만들겠다는 30만이란 일자리가 대부분 일용직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는 유력 후보들의 친기업적 기류는 경영계의 각종 규제완화 요구나 ‘노동조건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경제5단체는 이미 지난달 14일 파견 노동 허용 대상도 더 확대하고 사용기간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해 달라는 내용을 포함한 요구사항을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공약만으로는 후보 간 구분이 쉽지 않아, 경제공약을 통해 그 실효성 여부를 가늠해 봐야 한다”며 “성장담론이 계속 강세를 보인다면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 비정규직이 더 늘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 8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지난 1년 사이에 만들어진 53만 일자리 가운데 비정규직은 17만명에 이르렀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도 정규직의 51.3%에서 50.1%로 줄었다. 상·하위 각 10% 사이의 올해 임금격차는 5.2배로, 경제협력기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크다.

강성태 한양대 법대 교수는 “비정규직처럼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은 실업을 숨기는 또다른 수단에 불과하다”며 “대선 후보들이나 차기 정부는 좀더 정교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제성장을 해도 고용의 총량만 늘고, 비정규직이나 청년실업이 악화할 수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데서 ‘시장논리’보다는 ‘정부 역할’을 강조하는 민주노동당의 오건호 정책특보는 “정규직전환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매년 3조원의 기금을 마련하는 등의 입체적 방안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의 질부터 높이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법의 후속 대책이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겨진 상태에서, 대선 후보들의 ‘비정규직 해법’은 향후 보완 입법을 포함한 법개정 여부를 가늠해 볼 중요한 준거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개선 전망은커녕 악화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김선수 변호사는 “비정규직의 문제는 단순한 노동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사회통합, 실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최대 과제”라며 “지금이라도 전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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