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의 청소 용역 도급노동자들이 지난 5일 ‘국민 여러분 성공하세요’라는 펼침막이 내걸린 서울 여의도 한나라 당사 앞에서 연말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기업 외주화 규제방안 급선무
제도적 규율·차단 필요…“사내 하도급 특별법 만들자” 주장도
제도적 규율·차단 필요…“사내 하도급 특별법 만들자” 주장도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법률이라던 비정규직법은, 지난 7월 시행을 계기로 되레 적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옥죄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직접 고용해 왔던 비정규직들을 용역·도급업체로 넘기는 ‘역설적 상황’을 낳은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정규직과의 차별시정 의무를 합법적으로 피해 나간 반면, 용역업체로 넘어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법의 사각지대에 그대로 방치됐다. 용역업체 노동자들은 임금·복지·고용 등 모든 부문에서 비정규직과 유사한 상태에 있지만, 형식상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법 후속 대책 가운데 가장 시급하고도 핵심적인 사안인 ‘기업의 외주화에 대한 규제 방안’만큼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거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수근 한양대 법대 교수는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회피하려 원청업체가 하청업자를 이용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엄격한 규율과 차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실행안도 제시되고 있다. 김선수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등을 손질해) 상시적으로 필요한 업무에 대해선 직접 고용 원칙을 명시하고, 일시적 업무에 대해서만 간접 고용을 허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간접고용이 필요한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하자는 것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을 일시적 업무로 한정시키자는 주장과 맥락이 같다.
더 현실적 해법도 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청업체가 용역업체 노동자들에게도 차별시정 의무를 갖도록 제도화하거나, 용역·도급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등에 대해 원청업체도 일정 부분 연대 책임을 지도록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강성태 한양대 법대 교수는 “같은 사업장 안에서 원청업체의 정규직과 용역업체 노동자들이 뒤섞여 일을 하게 되는 사내하도급에 대해서라도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노동계에선 △용역업체로 전환되는 노동자의 기존 근로조건을 일정 기간 보장해주고 △원청업체가 용역업체 노조에 대해서도 단체교섭 의무를 갖도록 하는 방안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대선에서 초보적 찬반 의견 표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명박·이회창 후보는 “외주화에 대한 규제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태도를 한결같이 밝히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상시적으로 필요한 일자리에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을 써야하는 원칙을 관행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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