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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이랜드’ 공권력 편파적…“매장 점거농성 확대”

등록 2007-07-20 20:45수정 2007-07-21 11:00

민주노동당 노회찬(오른쪽부터), 천영세, 심상정, 권영길 의원 등이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 이랜드 일반노조원들과 함께 팔짱을 낀 채 경찰의 강제 연행에 맞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민주노동당 노회찬(오른쪽부터), 천영세, 심상정, 권영길 의원 등이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 이랜드 일반노조원들과 함께 팔짱을 낀 채 경찰의 강제 연행에 맞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정부, 회사쪽 입장만 대변 노조 집행부 대부분 연행
노사간 교섭 더 어려워져 “외주화 용인 비칠까 우려”
정부가 끝내 경찰을 동원해 이랜드그룹 노조의 매장 점거농성을 해산하면서 노-사, 노-정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비정규직법을 무력화하려는 회사 쪽에 대한 제재와 압박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 재계의 이해를 대변해 공권력을 집행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는 20일 경찰 투입 뒤 “20일 이상 매장을 불법 점거하는 상태가 계속되며 사태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농후해 부득이하게 취한 조치였다”며 “노사가 교섭을 재개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노동부의 기대와 전혀 다르다. 우선 교섭 상대인 노조 지도부가 대부분 연행됐다. 이랜드그룹은 “새로 구성되는 노조 집행부와 대화를 원한다”고 밝혀, 기존 집행부와 대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홈에버 진압 현장] “오늘 노무현 정권은 죽었다”

[%%TAGSTORY1%%]

경찰, 이랜드 ‘강제 진압’ 전야

[%%TAGSTORY2%%]


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정부의 사용자 편향적 사태 해결 방식”을 비판한 뒤 매장 점거농성, 불매운동 등을 확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의 미미한 보호 장치조차도 무력화하는 이랜드그룹을 정부가 비호했다”며 전국적 차원의 게릴라식 매장 점거농성 등 확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도 “이번 일은 기업 친화적이며 노동 배제적인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며 “정부의 이런 태도는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총체적 불신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강남 뉴코아점에서 강제 해산된 노조원들과 함께 있던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부가 이랜드 회장 손을 들어줘 해산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오늘 일로 더 많은 노동자들의 저항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이랜드 등 일부 기업들의 ‘비정규직법 회피’ 행태를 방관·용인해 왔다. 이랜드만 해도 오래전부터 비정규직과 근로계약을 맺을 때 임의대로 계약기간을 정하는 이른바 ‘0개월 계약’ 등 법 위반 행위를 일삼았지만, 정부는 ‘솜방망이’ 대처에 그쳤다.

정부의 ‘사용자 편향 태도’는 합리적 해법 모색보다 사태의 조기 종결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노사 교섭 때마다 회사 쪽과 먼저 도저히 노조가 받아들이기 힘든 중재안을 마련한 뒤, “노조가 받아들일 것”이라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거듭했다. 특히 지난 18일의 노사 교섭을 앞두고는 “(언제까지나)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수는 없다”며 경찰 투입을 내비쳐, “농성 해제 먼저”를 요구해 온 회사 편에 서 있음을 드러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불법 농성이 상당 기간 지속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 매장에 납품해 생계를 이어가는 영세사업자도 500명 넘는다”며 경찰 투입을 옹호하면서, 비정규직법 관련 보완사항에 대해서는 “지금 검토 중”이라고만 한 것도 정부의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비정규직법 시행 직후 터진 이랜드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를 대다수 기업들은 예민하게 지켜봐 왔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자칫 이번 경찰 투입이 비정규직법을 피해 가려는 기업의 외주화 등을 (정부가) 용인한 것으로 해석될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황보연 이정애 기자 whynot@hani.co.kr


경찰 네댓 명씩 달려들어 노조원 한 명씩 끌어내
이랜드 강제해산 표정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없는 고용을 요구하며 매장 점거 농성을 벌여온 서울 상암동 홈에버 매장에 20일 오전 공권력이 투입돼 연행된 노조원을 동료들이 격려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없는 고용을 요구하며 매장 점거 농성을 벌여온 서울 상암동 홈에버 매장에 20일 오전 공권력이 투입돼 연행된 노조원을 동료들이 격려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없는 고용을 요구하며 매장 점거 농성을 벌여온 서울 상암동 홈에버 매장에 20일 오전 공권력이 투입돼 노조원들이 연행된 뒤 쉬고 있는 경찰들 뒤로 노조원들 붙여 놓은 문구가 붙어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없는 고용을 요구하며 매장 점거 농성을 벌여온 서울 상암동 홈에버 매장에 20일 오전 공권력이 투입돼 노조원들이 연행된 뒤 쉬고 있는 경찰들 뒤로 노조원들 붙여 놓은 문구가 붙어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우리는 강한 어머니들이다. 절대 지지 않는다!”

서로 팔짱을 낀 채 매장 바닥에 누운 여성 노동자들은 달려드는 경찰에 맞서 발버둥치며 손가락이 터질 듯 붉어질 때까지 깍지 낀 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 네댓씩 달려드는 경찰력 앞에 끝내 여성 노동자들은 팔다리를 들린 채 하나씩 하나씩 울부짖으며 끌려나갔다.

“전경이 들어왔다”는 한 여성의 비명이 서울 마포구 성산동 홈에버 월드컵몰점에 울려퍼진 것은 농성 중인 노조원들이 아침 식사를 끝낼 무렵인 20일 오전 9시35분께. 함께 밤샘 농성을 했던 민주노동당의 권영길·노회찬·심상정·천영세 의원 등이 “당황하지 말라”며 50명 남짓한 노조원들을 매장 계산대 중앙으로 모았다. 이들은 4열 종대로 모여 팔을 걸고 누운 채 “비정규직법 철폐”, “폭력경찰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폭력경찰 물러가라” 맞서 “21일 걸친 투쟁 기적”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없는 고용을 요구하며 매장 점거 농성을 벌여온 서울 뉴코아 강남점에 공권력이 투입된 20일 오전 경찰에 연행된 한 노조원이 경찰 버스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노혜민 인턴기자 waiting4dadasi@empal.com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없는 고용을 요구하며 매장 점거 농성을 벌여온 서울 뉴코아 강남점에 공권력이 투입된 20일 오전 경찰에 연행된 한 노조원이 경찰 버스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노혜민 인턴기자 waiting4dadasi@empal.com

자진해산을 권유하던 경찰은 오전 10시가 되자 전·의경과 여경들을 동원해 뒷줄에서부터 노조원들을 하나씩 끌어내기 시작했다. 연행이 시작된 지 50여분이 지나자,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과 여성 노동자 한 사람만 남았다. 이들은 제 발로 걸어나와 경찰에 붙잡혔다.

뉴코아 서울 강남점에서는 농성 중인 조합원들이 매장 내 집기를 이용해 경찰관들의 진입을 막기도 했지만 1시간여 만에 모두 연행됐다.

조합원들은 현관문에 쇼핑수레를 쌓아 올려 농성장을 지키려고 했으나, 경찰은 유리창을 망치로 깬 뒤 수레를 모두 치우고 매장에 들어왔다. 진입한 경찰에 둘러싸인 조합원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는 구호를 쉬지 않고 외치며 맞섰다. 오전 10시가 넘자 경찰은 여성 노조원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팔짱을 끼고 앞뒤로 서로 가방끈을 잡으며 저항했으나 네댓 명씩 달려드는 힘 앞에선 무력했다.

이날 경찰력 투입으로 스무하루에 걸친 이랜드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차별 철폐 투쟁은 그 ‘1막’을 내렸다.

지난달 30일 마포구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 매장 점거농성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파업 지도부는 다음날로 철수할 것을 권유했지만 ‘아줌마’ 노동자들은 단호히 거부했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이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작한 투쟁이 이렇게 오래 진행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모든 게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행되면서도 “투쟁의 주요 거점이 두 군데 사라진 것일 뿐”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은 전국 곳곳에서 조직적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외쳤다.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없는 고용을 요구하며 매장 점거 농성을 벌여온 서울 뉴코아 강남점에 공권력이 투입된 20일 오전 경찰이 진입하면 깨뜨린 대형 유리문에 붙어 있던 노조의 선전유인물이 바닥에 뒹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없는 고용을 요구하며 매장 점거 농성을 벌여온 서울 뉴코아 강남점에 공권력이 투입된 20일 오전 경찰이 진입하면 깨뜨린 대형 유리문에 붙어 있던 노조의 선전유인물이 바닥에 뒹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편, 이날 연행된 노조원 가운데서 수배자를 가려내던 서울 서초경찰서의 한 경찰관이 ‘기자’ 완장을 팔에 두르고 있어 논란이 됐다. 이 경찰관은 “어느 언론사 소속이냐”는 질문에 “짬뽕 기자”라는 농담을 던졌을 뿐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조성훈 서초경찰서장은 “한 방송사 기자가 떨어뜨린 완장을 돌려주려 갖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노현웅 최원형 기자 hongbyul@hani.co.kr 영상 이규호 피디 박종찬 기자 recrom295@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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