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37)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20일 경찰에 연행되기 직전 "모든 게 기적"이었다며 지난 21일 동안 이어진 여성 노동자들의 농성을 평가했다.
그는 "6월 30일 농성을 시작하고 그 다음날 지도부에서 철수하자고 했으나 아줌마 노동자들이 거부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하루도 못 갈 줄 알았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작한 투쟁이 이렇게 오래 진행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아줌마들의 의지 때문에 모든 게 체계화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아줌마들이 일으킨 파장은 기적이었다"며 "보통 민주노총이 농성을 하게 되면 욕을 많이 먹는데 국민이 격려하고 시민단체들이 하나둘씩 가세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정당한 투쟁'이라는 평가를 얻은 것에 대해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권력 투입과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없고 현상만 없애려고 하는 정부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면서 "현 정권이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치부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해 "농성해제는 우리의 거점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는 걸 의미할 뿐"이라며 "조직은 계속 활발하게 투쟁할 것이고 이런 사태를 불러온 이랜드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농성 기간 진행된 일련의 교섭이 정부와 사측이 치밀하게 조작한 `공작교섭'이었고 결과도 시나리오대로 나왔다는 게 무척 서운하다"면서 "지도부가 아닌 일반 조합원에 대한 손배소, 가압류, 형사처벌 등은 이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달 30일부터 시작된 이랜드 여성 노동자의 매장 내 농성을 진두지휘한 김 위원장은 1999년부터 까르푸와 홈에버 매장에서 야채ㆍ과일, 생활용품 등의 관리를 맡아왔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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