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일 건설노조원들이 ‘시원한 폭염법 촉구’ 얼음물 붓기 행위극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경기지방노동위원회(경기지노위)의 한 조사관이 경기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까지 노조 가입을 이유로 한 부당해고를 인정한 사건에 개입해 해고 노동자들한테 노조를 배제한 채 회사와의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취재를 24일 종합하면, 경기도 쪽 전문건설업체 ‘보극이앤씨’ 소속 형틀 노동자 19명은 지난 3월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 중서부지부 조합원임을 밝힌 뒤 해고됐다. 이들은 지난해 12월~올해 2월 입사해 경기 수원의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해왔다. 해고 시점은 정부의 건설노조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세가 이뤄지던 때다.
부당해고를 구제해달라는 이들 노동자의 신청에 경기지노위는 지난 4월 “(회사가) 근로계약 만료(해고) 통보를 한 것은 이 사건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원임을 이유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경기지노위는 회사에 30일 이내에 근로자를 원직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에 대한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2심 격인 중앙노동위원회도 지난 3일 지노위와 같은 판단을 내놨다.
문제는 노동위원회 판정에 따라 복직한 노동자들의 해고 기간 임금 산정 과정에서 발생했다. 경기지노위 담당 조사관이 개별 노동자에게 연락해 노조를 배제한 합의를 종용한 것이다. 한 노동자가 조사관과 나눈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조사관은 “지부가 끼면 해결이 안 될 것 같다. 월급제가 아닌 일용제라서 회사가 (임금 지급) 기준점을 어떻게 할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가 “노조랑 이야기하라”고 하자 조사관은 “노조가 개입되면 해결이 안 되니, 근로자 두세분 정도만 (지노위에) 나와서 협의하라”고 했다.
배현의 건설노조 법규국장은 “노동위는 임금 지급 여부만 확인하고 이행을 강제하면 되는 것인데 노사 합의를 강요하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특히 협의 과정에서 노조를 배제하는 시도는 지극히 사용자 편에서 낮은 금액의 합의를 유도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짚었다. 담당 조사관은 한겨레에 “사 쪽이 요구를 해서 노동자분께 (합의를) 제안한 것이며, (노조 배제 제안은) 본인들 임금이니 직접 요구해서 합의에 빨리 이르게 하려고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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