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대한민국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 아우성’을 진행했다. 직장갑질119 제공
근로기준법 주요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회보험 가입이나 근로계약서 작성처럼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적용돼야 할 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인 미만 사업장이 법의 ‘사각지대’를 넘어 ‘범법지대’가 된 셈이다.
직장갑질119 ‘5인 미만 사업장 특별위원회’가 30일 낸 ‘노동법 범법지대 5인 미만: 근로기준법 미적용으로 인한 문제점 및 전면 적용 필요성’ 보고서를 보면, 이 단체가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3년6개월 동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받은 제보 216건 중 4대 보험 미가입, 근로계약서 미교부 등 ‘현행법 위반’은 44건(20.3%)이었다. ‘해고·임금’과 관련한 제보가 147건(68%)으로 가장 많았고, ‘직장 내 괴롭힘’이 100건(46.2%)으로 뒤를 이었다. 노동시간·휴가와 관련된 제보는 14건(6.4%)이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의 부당 해고 구제 신청, 근로시간 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수는 313만여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7%를 차지한다. 다만 4대 보험은 1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의무 가입 대상이고, 근로계약서도 반드시 줘야 한다.
보고서는 특히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예외 조항이 전반적인 노동권 보호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우선 새로운 노동권 보호 법안이 나와도 근로기준법을 준거 삼아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제외로 두는 경우가 많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공휴일에 관한 법률’ 등이 그렇다. 보고서는 “근로기준법이 다른 법률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보호되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실에서 모든 사업장이 지켜야 하는 법률 규정마저 지키지 않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9~15일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10명 중 3명꼴(33.9%)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46.1%로, 300인 이상 사업장(90.1%)의 절반 수준이었다.
직장갑질119 5인미만사업장특위 위원장 신하나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고 (사업주는) 이를 핑계로 마땅히 적용되어야 할 법도 위반한다”며 “현재까지 (근로기준법 개정 관련) 어떤 결과물도 내놓지 않고 있는 정부·여당이 조속히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5인 미만 사업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