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10년 이상 근무한 학원에서 퇴사하고 연차 미사용 수당을 노동청에 진정했습니다. 일하는 동안 연차를 거의 쓰지 못했는데, 회사에서는 여름휴가가 연차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면 합의도 없었고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2023년 7월 닉네임 ‘알수없음’)
A. 안타깝게도 근로기준법엔 여름휴가 규정이 없어요. 법이 보장한 휴가는 연차와 공휴일·노동절 휴가뿐입니다. 이마저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안 돼요. 노조가 있는 회사나 공기업은 단체협약에 유급 여름휴가가 보장되지만, 여름휴가를 연차로 대체하는 회사도 많습니다. 다만, 여름휴가의 연차 대체는 당사자의 동의나 근로자대표의 서면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휴가는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명시돼 있어요. 학원이 문을 닫는 공식 휴가 기간이 있었고, 모든 직원이 유급휴가를 받아 연차를 소진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세요. 퇴사한 직원들의 증언을 받을 수 있다면 유리합니다. 근로감독관에게는 회사에 입증책임이 있다고 말씀하세요. 여름휴가를 연차에서 사용하라는 문자나 메시지를 보낸 적도 없으니, 여름휴가가 연차에 포함돼 있다는 근거를 회사에서 제시하라고요.
그렇지 않을 경우, 회사가 관행적으로 유급 여름휴가를 준 것이 됩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학원이 방학이나 휴가로 문을 닫는 건 근로기준법상 휴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해야 해요. 그리고 팁 하나. 직원이 10명 이상인데 취업규칙이 없다면 노동청에 신고하세요.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학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여름방학 기간을 일방적으로 연차에서 까는 일이 적지 않아요. 연차를 못 쓰겠다고 하면 혼자 출근하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본 적도, 뽑은 적도 없는 근로자대표를 ‘창조’해 내서 ‘날조’한 ‘여름휴가 연차 대체 합의서’를 내밀기도 하고요. 1년 이상 일했을 때 꼴랑 15개 주는 연차인데 5개를 여름휴가에 쓰면 10개 남죠. 게다가 가까운 지인이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연차 몇개 안 남고, 아파도 휴가 쓰기 어렵고, 참 서럽고 더럽고.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휴가 며칠 가나요? 지난해 휴가 가면서 “대통령실 직원은 물론이고 공무원들도 모두 휴가를 가라”고 했잖아요.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은 젊은 공무원과 대화에서 “휴가 갈 때 눈치 보지 마요. 이건 당연한 권리야”라고 했죠? 참 좋은 말씀들 하시는데, 유급 여름휴가가 없는 공무원들의 경우 1~2년차 연가가 12개여서 여름휴가 한 주 쓰면 휴가 딸랑 7개 남는다는 건 알고들 있는지.
직장갑질119 설문조사에서 여름휴가를 유급으로 보장받는다는 응답이 30% 정도예요.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유급 여름휴가를 보장한 회사가 아니면 여름휴가를 못 가거나 연차 까서 간다는 뜻입니다. 유럽 노동자들처럼 한두달씩 휴가를 가지는 못해도, 폭염에 일주일은 쉬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름휴가를 법제화해 연차를 까지 못하도록 하거나, 연차휴가를 늘려 ‘전 국민 여름휴가’를 보장해야 합니다. 사장님들께도 부탁드려요. 회사 문 닫고 여름휴가 가면서 직원들에게 ‘쿨’하게 유급휴가 주세요. 잘 쉬고 와서 더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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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직장갑질119에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